‘콩쥐 팥쥐’서 배우는 재테크 원리

옛날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한 처녀가 심술 맞은 계모와 배다른 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고을 원님이 동네잔치를 베푼다고 동네 사람들을 모두 초대했다. 항아리에 물을 가득 붓고 나야 잔치에 갈 수 있다는 무서운 계모 때문에 처녀는 서둘러 물을 길어 와야 했다. 그런데 물을 아무리 길어 와도 항아리에 가득 채울 수 없었다. 물을 길어오는 사이 먼저 부었던 물이 갈라진 구멍으로 모두 새버렸기 때문이다. 수십 번을 시도해도 물이 채워지지 않자 처녀는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그때 어디선가 두꺼비 한 마리가 튀어나와 왜 우느냐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사연을 들은 두꺼비는 자신이 등으로 구멍을 막고 있을 테니 그 사이 물을 길어다 부으라고 했다. 두꺼비의 도움으로 항아리에 물을 가득 부은 처녀는 가벼운 마음으로 원님의 잔치에 참석할 수 있었다.위의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아는 ‘콩쥐 팥쥐’의 한 구절이다. 이 동화에서 콩쥐가 깨진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은 누구일까. 바로 두꺼비다. 현실의 세계에도 두꺼비는 있다. 독자 여러분이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재테크’라는 두꺼비다. “나는 튼튼한 금고 안에다 돈을 보관하고 있으니”, “나는 안전한 은행에다 돈을 맡겨놓았으니” 동화 속의 깨진 독이 아니라 튼튼한 항아리라고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조선시대 말기에 당백전이라는 화폐가 있었다. 고종이 새로 왕이 되고 나서 그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하고 왕실의 권위를 살리기 위해 임진왜란 때 불탄 경복궁을 중건하게 된다. 이를 위해 경복궁을 짓기 위한 비용이나 국방비 등이 많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 당시 돈은 구리로 만들었는데, 그때 널리 쓰였던 상평통보만 하더라도 구리의 무게(소재 가치)와 돈의 가치(액면 가치)가 같았었다. 예를 들어 상평통보 스무 냥이라고 하면 그 돈을 녹여도 구리 스무 냥어치가 나오는 셈이다. 그런데 돈이 쓰일 곳이 많아지고 구리의 생산량이 거기에 쫓아가지 못하자 소재 가치는 종전보다 5~6배 커졌지만 대신 액면 가치는 100배나 커진 당백전이라는 것을 만든 것이다.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경제 규모는 커지지 않았는데 통화량만 늘자 상당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게 되었다. 다시 말해 농산물이나 공산품 등 재화가 늘어난 것이 아닌데도 돈만 늘어나니까 물가가 폭등하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조선 경제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이때 상평통보든, 당백전이든 돈만 많이 가지고 있는 부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상당한 손실을 봤을 것이다. 아무리 벽장 속에 엽전을 꽁꽁 숨겨두었다고 하더라도 돈 가치 하락은 막지 못한다. 그러나 논이든 밭이든 현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돈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멀쩡한 밭이 쪼그라드는 것은 아니다.최근 북한이 화폐개혁을 했다. 1인당 바꾸어 주는 돈을 제한했다고 한다. 이 경우도 돈(현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차라리 외국제 전자제품 등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또는 금이나 달러화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북한에서도 큰 손해는 보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이런 국가의 횡포(?)는 조선과 같은 전근대 국가나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에서만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21세기 민주국가라고 일컫는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고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에서조차 벌어지는 것이다. 1997년부터 2008년 말까지 11년 동안 우리나라의 통화량은 184% 늘어났다. 1997년에 1억 원짜리 땅이 있었다고 한다면 2008년에 그 땅의 가격은 2억8400만 원은 되어 있어야 본전이라는 뜻이다. 땅에는 감가상각이 없고 세월이 지났다고 본질 가치가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부동산 값이 오른 것이 아니라 돈값이 떨어진 것이다.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간 달러화가 너무 많이 풀리자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됐다. 19세기 조선의 당백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달러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고, 반대로 금값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돈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하락시키는 정부에 대항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촛불이라도 들고 집회에 참가하면 될까. 개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다.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것뿐이다. 이것이 바로 재테크, 또는 투자 행위인 것이다.혹자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으니까 돈이 늘어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경우 액면 가치는 늘지만 실질 가치까지 느는 것은 아니다. 은행 이자보다 돈 가치 하락 폭이 더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해 보라. 돈을 은행에 맡기면 이자를 준다. 왜 이자를 줄까. 보관료를 받지 않고 이자를 주는 것은 은행이 그 돈으로 다른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그 돈을 빌려주고 대출이자를 받는 것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에게 대출해 주고 거기서 대출이자를 받은 후 자기들의 경비 등을 떼고 남은 금액을 예금이자라는 명목으로 예금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그 돈을 대출해 가는 사람들은 왜 대출을 받을까. 그 사람들은 그 돈으로 사업을 하든지 아니면 투자해 대출이자 이상의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에 돈을 맡겨 놓는다는 의미는 본인이 그럴 능력이 없으니 다른 사람이 투자나 사업을 하는 뒷돈을 대주고 그 이익의 일부만 받는다는 것이다. 냉정히 말해 본인의 돈으로 다른 사람이 이익을 취하고 은행을 먹여 살려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물론 은행에다 저축을 하는 것이 바보짓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종잣돈을 모으는데 저축 이상의 유용한 수단도 없다. 또한 노력과 시간이 거의 들지 않는 안전한 재테크 수단임에도 틀림없다. 하지만 소극적인 재테크 수단인 저축만으로 돈 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고 믿지는 말라는 것이다.다시 ‘콩쥐 팥쥐’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깨진 항아리에 물을 채워 넣게 된 일등 공신은 두꺼비라고 했다. 그런데 콩쥐가 두꺼비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젠 됐다”고 손을 놓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항아리에서 물은 더 이상 새지 않을지 몰라도 물이 더 이상 늘지 않는다. 항아리에 물이 늘어난 것은 콩쥐가 우물에서 쉴 새 없이 물을 날랐기 때문이다. 콩쥐 자신도 또 한 명의 일등 공신인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얻든, 부자가 되든 간에 재테크와 함께 생업도 중요하다는 말이다.결국 두꺼비 도움 없이는 새는 물을 막을 수 없고, 콩쥐 자신이 아니면 물을 길어 넣을 수 없듯이 재테크와 생업은 수레의 양쪽 바퀴와 같이 따로 떼어 놓을 수도 없고, 어느 쪽 바퀴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그런데 콩쥐가 간장 종지만한 그릇으로 물을 날랐다고 하면 수백 번도 더 왔다 갔다 해도 항아리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커다란 물동이로 날랐다면 몇 번 나르지 않아도 항아리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그릇 크기의 차이가 바로 자기 자신의 가치다. 직장인이라면 열심히 일해 자신의 가치를 회사에서 인정받으면 당연히 연봉이 오르게 된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서 큰돈을 벌 수도 있다. 운동을 하는 프로 선수라면 열심히 기술을 습득해 시즌에서 성적으로 말해 주면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아기곰이 재테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해서 근무시간에 주식 시세나 보고 있거나 주말에 순례할 부동산 중개소 명단이나 작성하고 있다면 스스로의 그릇을 줄이거나 심지어는 깨버리는 것이다. 두꺼비만 믿지 마라. 두꺼비는 자신을 도우러 온 것이지 물을 채워 넣어야 하는 사람은 콩쥐 자신이다.그러면 자신의 그릇도 키우면서 재테크나 투자도 잘할 수 있을까. 결혼한 사람이라면 부부간에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다. 한 사람은 두꺼비로서, 한 사람은 그릇으로서의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만약 독신이라면 시간이나 노력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재테크나 투자를 선택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재테크와 생업은 수레의 양쪽 바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아기곰 a-cute-bear@hanmail.net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다.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한바 있으며 기존의 부동산 투자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2008년말 금융 위기 때는 주택 시장의 바닥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부동산 비타민’등 부동산 전문서를 내놓았으며, 최근에는 현대백화점 등에서 재테크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