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관리와 리더십을 강의하고 경영자과정을 운영하다 보니 참으로 많은 리더를 만난다. 이들은 경영을 넘어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최근에는 과학기술, 예술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아닌 ‘리더’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남다른 역량을 배운다. 그렇다면 그 남다른 역량이란 무엇일까.2009년 10월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최고경영자과정 위원회 연례회의(Executive MBA Council Annual Conference)에서 UC 버클리의 경영대학장 리처드 라이언스 교수는 현재 기업 환경에서 리더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전략적 역량(Strategic Leadership), 운영적 역량(Operational Leadership), 인간관계 역량(People Leadership)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순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세 사람이 떠올랐다. 소나무 시리즈로 유명한 배병우 씨,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리의 백자를 렌즈에 담아 소개한 구본창 씨, 그리고 주로 인물을 대상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조세현 씨가 그들이다.‘전략적 역량’은 방향을 파악하고 설정하는 능력이다. 배병우 씨는 작품의 대상을 선택할 때 전략의 중요 개념인 선택과 집중, 그리고 차별화를 실행한다. 그는 눈보라와 비바람을 견디며 질긴 생명력으로 서 있는 소나무를 한민족의 삶과 정신의 원형으로 바라본다. 전신을 뒤틀며 하늘을 향해 솟은 소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합리적이고 양식화된 서구와는 다르다. 한국인 고유의 정서가 담겨 있어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다. 소나무를 작품의 대상으로 선정하고, 전국의 솔숲을 샅샅이 뒤져 특별히 ‘경주의 소나무’에 집중, 수묵화의 느낌까지 표현했다는 그의 힘 있는 설명을 들으면서 전략적 역량의 존재를 느꼈다.‘운영적 역량’은 실행과 관리에 관한 역량으로 수립된 전략을 실천에 옮겨 성과를 내는 것이다. 구본창 씨는 2008년 대구 사진 비엔날레 전시 총감독을 맡아 첫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 한국 사진계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바 있다. 기획 의도와 세계 사진계의 트렌드 등에 대한 세미나를 함께 개최해 대중의 이해를 돕고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등 운영의 묘를 보여주었다. 그의 작품에서도 탁월한 정돈과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작품 ‘태초에’에서 인화지 연결에 실을 사용한 것, 쓰다 남은 다양한 형태의 비누 디테일을 보석의 느낌으로 승화해 표현한 것들 역시 그의 운영적 역량을 대변한다. 그가 주장한 ‘만드는 사진’ 또한 같은 맥락이리라. 그는 학교에서 강의할 때면 프로그램 운영의 작은 팁까지 일러주곤 했다.‘인간관계 역량’은 인재들이 모여들게 하고 이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특별히 인물 사진을 중점적으로 찍는 조세현 씨는 인간관계 역량이 뛰어나다. 편안하고 한결같은 모습에서 그의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깨닫는다. 그는 6년 전부터 입양 전 아기들과 유명인의 사진을 촬영하는 ‘천사들의 편지-인연’ 작업을 시작했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깨워 입양률을 높이고 아이들이 성장한 후 부족하나마 자신의 중요함을 느낄 수 있게 하자는 따뜻한 프로젝트다.그는 자신의 작품이 타인과의 공감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했다. 사진을 통한 타인과의 대화가 그의 삶인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경영자들이 그에게서 사진을 배우는 동시에 인간관계의 비법도 습득한다.처음 사진을 배울 때 프레임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프레임을 초월하라고 한다. 앞서 말한 세 리더들은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의 선도적인 역할은 물론이거니와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주고 있다. 바로 ‘프레임의 초월’을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개별 역량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세 가지 역량 모두를 갖춘 ‘진정한 리더’이기 때문이다. : 1958년생. 고려대 경영학 박사. 83년 한국 IBM, 해외 인사 인력개발 직원 및 관리자 교육. 96년 이화여대 교수. 2003 KAIST 경영대학 교수, EMBA/ Executive Education Dire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