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사과나무

인사동 골목 구석구석에는 숨은 맛집들이 유난히 많다. 분주한 세상과 한 발자국쯤 떨어져 있는 듯한 인사동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는 그 맛집들을 더욱 독특하고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유난히 찾아가기 힘든 곳으로 소문난 ‘사과나무’ 역시 마찬가지다.골목골목을 누비고 난 다음에야 발견하게 되는 작은 노란 입간판과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동화 속, 아니 어릴 적 친구네 집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한옥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퓨전 레스토랑이다. 철제 대문을 지나 마당 가득 풍기는 맛있는 음식 냄새에 절로 군침이 넘어가는 이 오붓한 레스토랑이 생긴 것은 지난 1996년의 일이다.그때부터 지금까지 13년 넘게 사람들의 추억과 동심을 일깨우며 향수를 불러일으켜 왔다. 한옥의 대들보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나머지 부분은 현대식으로 개조한 실내 공간은 전통 한옥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내추럴한 느낌, 그 자체다. 딱 떨어지는 심플한 인테리어가 아닌 사람 냄새, 생활의 향기가 묻어난 공간이어서인지 조금은 수더분하기까지 한 그 분위기가 오히려 인사동과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전체 좌석은 약 150석으로 2인용에서 6인용까지 다양한 크기의 테이블들이 준비돼 있다. 봄여름에는 한창 꽃을 피우는 생기 가득한 사과나무의 풍경 속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마당에도 테이블이 놓여 있다. 겨울철에는 사과나무가 앙상하게 헐벗고, 그 덕분에 마당의 풍경 또한 이렇다 할 게 없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자연스러움을 자아내는 공간이다. 약간은 시간의 향기를 덧입힌 듯한 낡은 모양새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진 8인용 방은 추억을 공유하는 정다운 이들과의 오붓한 만남을 위한 공간으로 제격이다.이곳의 대표 메뉴이자 이곳을 찾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맛봐야 할 메뉴는 이름부터가 이곳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리는 ‘치킨달밥’이다. 이 집만의 비장의 애플 소스에 쟁인 후 버섯·당근·파프리카·감자 등의 야채와 함께 매콤하게 익힌 닭봉과 인도 향신료를 넣어 만든 카레의 일종인 달(dhal)을 찰기 넘치는 쫄깃한 밥에 비벼먹는 ‘치킨달밥’은 그 어디에서도 쉬이 만날 수 없는 이 집만의 오리지널 메뉴다. 간장·쇠고기·표고버섯과 야채를 얹은 궁중식 떡볶이 ‘가래떡찜’도 가볍게 즐길 만하다.쌀떡이어서 더욱 쫀득쫀득한 떡과 어우러진 간장 소스의 맛이 독특한 풍미를 자아낸다. 이 밖에 홍합·조개·새우·오징어·브로콜리 등 풍성한 재료들로 아낌없이 맛을 낸 ‘해물크림스파게티’는 특히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와인 리스트도 제법 잘 구비돼 있어 연말연시 오붓한 모임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그 특별한 분위기와 맛으로 기다림과 헤맴이 전혀 고생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사과나무에서 동심의 추억을 되살려 보는 건 어떨까? 참, 테이블에 놓인 서로 다른 색깔의 젓가락을 보더라도 교환해 달라고 할 필요는 없다. 벽면 군데군데 새겨진 앙증맞은 글씨나 노란 입간판처럼 이 집의 유쾌함을 보여주는 애교 넘치는 센스일 뿐이니 말이다.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영업시간: 11:30 ~ 23:50 메뉴: 치킨달밥 7500원, 가래떡찜 1만3000원, 크림소스스파게티 1만1000원 위치: 인사동 쌈지길에서 안국역 쪽 으른쪽 골목, 인사 3길 골목 끝 문의: (02)722-5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