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재건축 시장 전망

2009년 주택 시장 최대의 화두 중의 하나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화려한 부활이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일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며 올해 수도권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한 부동산 정보 업체 조사에 따르면 2009년 12월까지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 값은 25%, 송파구는 26%, 서초구는 17% 올랐다고 한다.2008년 9월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 위기와 그에 따른 국내 실물경기 침체 등 악재로 인해 2009년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주택 시장은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2009년 상반기부터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이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참여정부에서는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 재건축 아파트를 지목하고 재건축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반면 MB 정부는 2008년 11월 3일 발표한 ‘부동산 및 건설 경기 활성화 대책’에 따라 참여정부가 쌓아 왔던 재건축 관련 규제를 ‘개발부담금’만 제외하고 대부분 폐지하거나 완화했다.또한 2009년 1월 서울시는 한강변에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한강공공성회복 선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강변의 핵심 재건축 단지에 대한 층수 규제가 사실상 풀리게 되면서 해당 지역 집값도 큰 상승세를 보였다. 미래파워가 여의도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시범아파트를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돼 사업이 추진될 경우 현행 재건축 사업으로 추진되는 것보다 최대 1200여 가구가 늘어나고 일반 공급 아파트는 모두 중대형으로 건설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하지만 2009년 4분기 들어서는 재건축 시장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과열된 시장을 잡기 위해 금융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즉,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대출 규제 확대 실시와 재건축 아파트 매입 자금 출처 조사설 및 금리 상승 압박 등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그렇다면 2010년 서울 재건축 시장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2009년 시장 상황을 대비해 전망해 보자. 2010년 부동산 시장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의 경기 침체(더블 딥)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DTI 금융 규제 강화 등으로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전망도 불투명하고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또다시 들썩이는 것에 매우 민감해 하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 가격만 계속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시장은 언제든지 상승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또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2010년에는 그동안 침체돼 있던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서울시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첫째, 2010년에는 MB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이 실제로 구체화되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적인 사업장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덕지구는 지구단위계획이 이미 결정·고시됐고 개포지구는 2010년 초 결정·고시될 예정이다. 대치 은마아파트 및 잠실 주공5단지의 안전 진단 결과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둔촌주공아파트도 2010년 초에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층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청실아파트와 논현동 경복아파트가 최근 서울시로부터 정비 계획을 승인받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둘째,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정치적 성향을 띤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압구정·여의도·합정·성수·이촌 등 한강변의 핵심적인 재건축 단지가 본격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셋째, 2009년 두 차례 보류됐던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조례개정안이 2010년 2월에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또한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서울시도 자원 낭비와 집값 상승 등을 들어 재건축 가능 연한 완화에 반대하던 입장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선수촌아파트와 목동단지가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넷째, 민간 부문의 아파트 공급 위축 영향으로 2009년 서울지역은 공급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35%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몇 년 뒤에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으로 또다시 집값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제외하고는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워 소비자가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는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저탄소·고효율 에너지 정책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현 정부는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변의 기반 시설과 편의 시설이 풍부하고 양호한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추가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다섯째,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쾌적한 주거 환경을 원하고 있는 재건축 예정 아파트 조합원들의 억제됐던 욕구가 신속한 재건축 사업의 추진으로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주변에 사업이 완료돼 입주한 재건축 단지와 신규 아파트 단지들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트렌드의 평면 구성과 단지배치로 건설됐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져 있는 상태다.하지만 현재 재건축 사업은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투기로 인해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던 과거와 달리 부동산 시장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 비해 주택의 절대가격과 소득 등을 감안한 상대가격 및 주택 보급률이 모두 높아져 있는 상태다.아직까지 서울시는 소형 평형 의무 비율 정책을 계속 고수하고 있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관한법률’에 의한 개발 부담금도 적용하고 있다. 게다가 임대주택을 대체해 등장한 보금자리주택도 투자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더욱이 이들 규제들은 서민 주택 공급 확대라는 대의명분을 갖고 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시장은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특성 때문에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따라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가 과거와 같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사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09년 12월 말 현재 9월 이후 3개월간 하락세를 유지했던 강남 재건축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으며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에 따라 과거보다 현저히 떨어지지만 수익성을 확보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따라서 강남으로의 입성을 희망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신중하고 철저한 분석에 의한 재건축 아파트 투자는 내 집 마련, 주거 환경 개선 및 투자 수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장무창 미래파워 대표 jang83@chol.com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과 박사. 건축사. (주)미래파워 대표이사(현). 저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규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