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어디에 투자할까

한 해를 정리하며 증권사들의 2010년 전망 책자들을 수집해 봤다. 이들을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정보기술(IT)·자동차·철강·은행 등의 업종이 추천됐다. 아니면 이차전지와 스마트 그린 등 테마주 등을 추천됐다. 이들 업종과 테마들은 2009년에 상당히 많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2009년의 성장만큼 2010년에도 이어질까’라고 궁금증을 가질라 치면 믿을 만한 각종 매체들에서도 한목소리로 이들 산업의 필연적인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하지만 우리 고객들의 경우 투자 종목을 찾을 때 사실 3년, 5년씩 기다리는 사람들은 드물다. 이런 현실에서 중·장기 3~5년의 산업 변화를 가지고 바라보고 투자하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1년 정도의 기간에서 주식의 수익률을 높여 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이처럼 약간은 혼란스러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비슷한 생각과 경험을 하고 있으리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몇 주 전에 모 증권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한 적이 있다. 2010년에는 어떤 종목, 어떤 산업이 유망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했던 필자의 의견을 지면을 빌려 풀어본다.2009년에는 뭐니 뭐니 해도 수출주가 최고인 한 해였다. 한국 10대 그룹주에서 수출 연관성이 가장 높았던 삼성그룹·현대차그룹·LG그룹이 가장 큰 성장률과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표 수출 기업인 삼성전자·LG전자·LG화학·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의 2009년 수익률은 무려 82%에 이른다. 내수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이들 그룹의 결과물은 뛰어난 기술력과 시장점유율, 즉 시장 지배력의 산물이었다, 이에 더해 원화 가치의 평가절하 효과도 톡톡히 봤다. 중소기업들은 키코(KIKO)의 덫에 걸려 환율 효과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한국 국가대표 기업인 삼성그룹·현대차그룹·LG그룹 등은 환율 효과를 고스란히 활용했다. 아마 향후에도 이 같은 과실의 효과, 즉 시장점유율 상승효과 등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이와 함께 원·달러 환율도 중요하지만 수출주들의 경우 일본 제품과의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원·엔화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이렇듯 환율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점유율 확대 효과로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경우에도 여전히 실적 호전세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수출주들의 실적 호전세에 따른 주가 상승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상반기 중 혹은 원화 강세 기조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 구간, 즉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수준 이상에서는 수출주들에 대한 투자가 아직도 많은 기회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하지만 아쉽게도 원화의 방향성은 강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 2010년에도 수출 증가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을 4~5%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당연히 2010년 원화 가치는 약세보다 강세 쪽에 무게중심을 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원·달러 환율에 대한 대체적인 평균 전망치는 달러당 1100원 수준이다.예상되고 있는 원화 가치의 강세는 내수산업의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국내 내수 경기의 회복과 맞물려 수입 원재료에 대한 가격 부담이 크게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싼 원재료 가격 부담이 원가 부담으로 여겨졌던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과 그룹에서 투자 종목을 찾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또 경기 순환적인 측면에서도 2010년은 내수 관련 산업의 회복 강도가 높아질 여력이 있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내수 경기가 확장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처럼 2010년 투자 플랜에서 높은 매력도를 가지고 있는 내수에 대한 비중이 높은 그룹은 SK그룹·신세계그룹·GS그룹·롯데그룹·CJ그룹 등을 들 수 있다.필자는 투자 종목을 찾을 때 가장 먼저 거시경제 변수의 변화를 우선적으로 점검한다. 이후 유리한 방향성이 예상되는 산업군 중에서도 투자가 유망한 저평가 종목을 골라내고 여기에 성장성이 엿보이는 종목들을 다시 걸러낸다.물론 2010년 상반기 중에 이들 내수 관련 그룹주에서 종목을 찾으면 조금은 이른 감이 있을 수 있다. 여전히 불안한 대외변수, 내수 경기 회복의 지속성 여부 등에 대한 우려감 등이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는 이미 발생됐고 또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을 이들 기업에 대한 비중을 조금씩 확대해 가는 시점으로 파악해도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2009년에 환율 수혜주들보다 상승 폭이 작기 때문에 조정 폭도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 수익률이 낮을 수 있지만 위험 요인도 더 적기 때문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2009년 코스피는 1157.4에서 장을 시작해 폐장일인 12월 30일 1682.77을 기록해 무려 49%나 상승했다. 분명한 건 2010년의 주식시장은 2009년과 분명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점이다.시장의 변동성은 아마도 더 높아질 것이다. 2010년의 어느 시점에서는 금리 인상 등과 같은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행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일시적인 충격파가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출구전략을 시행한다는 자체는 경제 회복 국면이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정은 일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변동성이 높아지는 장세에서 시장에 대응하는 자세는 위험관리가 우선적이다. 일시적인 반등과 하락이 반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0년에는 상대적으로 변동성 낮을 수 있는 내수 관련주에서 더 많은 종목 찾기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내수 측면에서 2010년에 경기 소비재 관련주의 지속적인 실적 모멘텀은 유효할 것이다.물론 중국과 미국의 내수 경기 확장은 한국 소비재 경기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수출주인 IT와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계속 기울여야 할 것이다.따라서 2010년에는 내수 관련 산업에서 부지런히 종목 찾기를 해가며 경기 소비재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수출 관련주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기울이는 전략이 가장 유효하리라고 본다.민후식 템피스투자자문 운용본부장 hoosik_min@temp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