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끄는 ‘톱’ 애널리스트들
창업(創業)보다 수성(守成)이 어렵다(創業難 守業更難)는 말은 병법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세상 이치가 다 그렇다. 물론 증권가 애널리스트도 예외는 아니다.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마다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계속되고 있다. 더군다나 2009년은 유례를 찾기 힘든 글로벌 경기 불황의 여파가 계속된 한 해였다. 2008년 초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 위기는 불변의 투자 등식마저 허용하지 않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외생변수라는 혼돈의 세계와 경쟁자들의 증가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1등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래서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대신증권 조윤남 애널리스트는 2008년 상반기 단 한차례만 빼고 2006년 상반기부터 지금까지 계량분석 분야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엔지니어링에서 근무하다 증권계에 투신,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등을 거친 조 애널리스트는 퀀트 출신 전략가 중 선두주자로 꼽힌다.산업 부문 최다 수상자는 삼성증권 장효선 애널리스트다. 이번 조사에서도 장 애널리스트는 증권과 보험·기타금융 부문에서 유일하게 2관왕을 차지했다. 보험·기타금융 부문은 2006년 하반기 이후 7회 연속이며 증권 부문은 2007년 상반기 이후 6회 연속이다. 2007년 상반기 이후부터 6회 연속 2관왕을 차지한 것도 기록적인 일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모건스탠리·신영증권·메리츠증권에서 근무한 장 애널리스트는 “단순한 주가 움직임보다 산업 변화에 주목한 것과 신속하게 실적을 발표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였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통신·초고속 인터넷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동양종합금융증권 최남곤 애널리스트도 6회 연속 수상의 기염을 토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이 부문에서 2583점을 기록, 2위(1101점)와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LG전자와 브릿지증권 등에서 근무한 최 애널리스트는 매일 업데이트된 자료와 다양한 통계 데이터를 정리해 서비스하기로 유명하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상·하반기 1차례씩 해외 통신 시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발로 뛴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내고 있다. 상반기 일본 통신주 방문 보고서는 이같이 그가 직접 발로 뛴 결과물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9년 10월 소문만 무성하던 LG그룹 통신3사 합병 보고서를 펴내 기관투자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전략 부문에서 6회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는 “시장 결정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 투자 전략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한다. 가령 2009년 초 국내 주식시장이 대체로 약세장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그는 중국 수요를 봐야 한다며 빠른 시장 회복을 내다봤다. 2009년 전망 보고서에서 그는 “주식은 봄에 사야 한다. 5월 횡보세를 기록하다 7월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 다만 4분기에는 다소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4분기 조정 부문만 빼고는 그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시장은 거시경제 흐름보다 기업 이익이 얼마나 강하느냐가 승패를 결정했다”면서 “최고의 전략가가 되기 위해선 주식시장만 보지 말고 원자재·채권·금·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들을 비교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거시경제·금리 부문에는 대우증권 고유선 애널리스트가 4회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서강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투자증권·대우증권 등에서 14년간 거시경제를 분석해 온 대표 여성 이코노미스트로 2009년 9월 글로벌 위기 이후 1년을 맞아 ‘글로벌 경제-걸어온 길, 가야할 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 위기 이후 주요국 수요 위축 과정에서 한국 주요 산업의 점유율이 확대됐다면서 2010년 원화의 상대적 약세가 예상되지만 세계시장 수요의 회복이 더해질 경우 우리 기업들의 이익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분야의 대우증권 김창권, 조선·중공업·기계 부문 대신증권 전재천, 유틸리티 부문 유진투자증권 주익찬 애널리스트는 모두 각 부문 3회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영예를 안았다. 전재천 애널리스트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한 현업 출신으로 지난 2008년 증권가에 입문한 뒤 1년 만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급부상했다. 현업 출신답게 전 애널리스트는 시장 변동성이 큰 관련 분야의 트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주익찬 애널리스트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와 미 스탠퍼드대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공학박사 출신이다. 대우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대투증권 등에서 근무했다. 주 애널리스트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분석 데이터를 만들어내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유명하다. 경력 14년의 베테랑인 김 애널리스트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여러 차례 해외 현장을 방문하고 종목 추천 이후에도 실적 변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애프터서비스 자료를 작성하는데 발군의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다.파생상품 부문 대우증권 심상범 애널리스트도 마찬가지로 3회 연속 1위에 올랐다. 제지·교육 부문 유정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투자증권에 근무했던 2006년 하반기~2007년 하반기 3회 연속 1위에 오른 뒤 2년 만에 다시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이번 2009년 하반기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가장 큰 이변은 음식료 및 담배업 부문에서 나왔다. 한경비즈니스가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작업을 시작한 1999년부터 2009년 상반기까지 단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은 대우증권 백운목 애널리스트를 2위로 밀어내고 1위에 오른 우리투자증권 최자현 애널리스트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 2003년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에서 리서치어시스턴트(RA)로 입문, 지난 2007년부터 정식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최 애널리스트의 선전에 시장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참고로 지난 상반기 조사에서는 6위를 기록했었다.최 애널리스트는 “고평가돼 있다고 평가받던 오리온의 주가가 오히려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 주효했다”고 1위 선정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당시 대부분의 애널리스트가 오리온의 주가를 24만~26만 원으로 봤지만 실제 현장을 방문하고 기관 매니저들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눠본 뒤 주가 밴드를 24만~30만 원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2009년 12월 29일 종가 기준 오리온 주가는 주당 28만6000원이다. 그는 “많게는 1주일에 5회 이상 관계사를 방문해 담당자와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의 공을 주위로 돌렸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