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2010년은 한국의 경제사에 분수령이 되는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 ‘생존’ 자체에 집중했고 2009년은 위기를 넘어서는데 급급했다면 경인년(庚寅年)에는 ‘비상 체제’를 벗어나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이미 광의의 출구전략은 실행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는 국가 신용도 회복으로 은행들의 자체 차입 여건이 크게 개선된 만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시중에 공급했던 달러 유동성 가운데 아직 남아 있는 부분(37억 달러)도 거의 회수한 상태다. 2010년 상반기에는 중소기업 신용보증 만기를 6월께까지 연장하되 보증 비율은 1월부터 90%로 낮춰 적용한다.관심의 초점을 모으고 있는 금리 인상 시기는 늦어도 2~3월부터는 초읽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2월 하반기 각종 실물경기 지표가 발표되면 3월쯤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문제는 금리 인상 시기와 폭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회복 지연 부담을 감안할 때 0.25%포인트 수준으로 인상 폭이 제한적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는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그중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중심에 있다. 수출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내수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하고 새로운 산업을 발굴해야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첫 회의 일정이 1월 7일로 잡힌 대통령 주재의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서비스 산업 육성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부품 소재 산업을 키우기 위해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20개 부품 소재를 선정, 기술 개발비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R&D 지원 방식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녹색 성장 등 미래 산업 관련 R&D를 적극 지원하는 대신 성과평가제도를 엄격히 관리해 성과가 부진한 사업은 조기에 지원비를 없앤다는 방침이다.대외적으로는 오는 11월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한국의 국격((國格)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의 활동 영역이 선진국들이 구축해 놓은 국제 질서 속에 갇혀 있었다면 앞으로는 세계무대의 룰 세터(Rule-setter)로 성장하는 한국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세계경제의 최대 관심도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에 쏠려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당분간 본격적 출구전략을 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고용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하반기쯤에는 현재 제로 수준인 연방기금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인플레를 우려하고 있는 중국은 시중 은행들의 신규 대출을 제한하기 시작하는 등 조심스레 유동성 축소를 타진하고 있다.세계 각국이 위기의 출구에 서면서 무역 보호주의로 갈등이 확산될 우려도 있다. 이미 유럽 쪽에서 환경이나 노동 등을 내세워 통상 압력을 가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자국에 진출해 있는 다른 나라의 거대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국제 카르텔의 적용 기준도 강화되는 추세다. 위안화 절상을 놓고 벌인 중국과 미국·유럽 간의 공방은 올해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실질적인 기후변화협약을 만드는 것도 과제다. 2013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이제 세계의 이목은 올해 말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릴 제16차 총회로 쏠리고 있다. 멕시코시티 총회 개최 시기는 11월 말 또는 12월 초로 예정돼 있다.멕시코 회의가 주목받는 것은 지난해 12월 열린 코펜하겐 회의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치열한 기 싸움으로 점철되면서 결국 양측의 입장을 적당히 뒤섞은 수준의 구속력 없는 ‘코펜하겐 협정(Copenhagen Accord)’이라는 어정쩡한 이름의 문서만 남겼기 때문이다.코펜하겐 협정은 법적 구속력이나 감축 목표의 구체성 등에서 2012년 말 효력이 끝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엔 크게 미흡했다. 코펜하겐 총회 실패의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에 멕시코시티에선 합의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회원국 간에 형성돼 있다.박신영 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