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슈퍼볼 광고

미국은 지금 미식축구(NFL)로 열광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시즌 개막과 함께 스포츠 채널은 온통 미식축구 얘기로 장식되고 있다. NFL보다 더 인기 있는 대학 간 미식축구 경기도 함께 열리면서 메이저리그나 자동차경주대회(NASCAR: 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 골프 등 다른 스포츠 경기는 중간 중간 양념으로 짤막하게 소개될 뿐이다. 메이저리그 경기만 하더라도 관중석을 다 채우기가 쉽지 않지만 미식축구는 전 경기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팬들이 가득 차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미식축구라고 하면 ‘슈퍼볼(Super Bowl:내셔널풋볼리그와 아메리칸 풋볼리그 우승팀이 맞붙는 최종 결승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미국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억 명이 시청하는 이 경기가 열리는 날은 사실상 공휴일로 여겨진다. 슈퍼볼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과연 어떤 기업이 슈퍼볼 경기 도중에 광고를 하느냐는 것이다. 슈퍼볼은 30초 광고에 300만 달러(약 36억 원)를 지불해야 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비로 유명하다.지난해 첫 슈퍼볼 광고에 등장한 현대차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광고를 하기로 하고 중계사인 CBS와 최근 계약했다고 미국 광고 전문 사이트인 애드에이지닷컴(AdAge.com)이 밝혔다.현대차는 지난해 2월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슈퍼볼 중계 때 제네시스 광고 2편을 내보냈고 올해는 30초짜리 광고 3개와 경기 중간 30초짜리 2개 등 총 5개의 광고를 내보냈다. 현대차는 내년 2월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돌핀스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제44회 슈퍼볼에는 광고 2개를 내보내기로 했다.미국이 경제 공황 이후 최대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고 하지만 슈퍼볼 광고의 인기는 죽지 않았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내년 2월 7일 열리는 슈퍼볼 광고의 70%가 팔려나간 상태다.현재까지 슈퍼볼 광고 참여를 확정한 곳은 맥주 회사인 인베브 앤호이저부시, 온라인 잡(job) 사이트인 커리어빌더닷컴(CareerBuilder.com), 펩시콜라, 코카콜라, 도메인 등록 전문 업체인 고대디닷컴(Go Daddy.com) 등이다.30초짜리 스폿 광고 총 62개를 판매하는 CBS는 경기 침체를 감안해 광고 단가를 지난해보다 다소 낮게 책정했다. 가격은 250만∼300만 달러이며 평균 단가는 270만 달러에서 280만 달러다. ‘A 포지션’이라고 부르는 가장 비싼 광고 단가만 300만 달러다.올해 중계를 한 NBC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80%의 광고 물량을 소화했지만 당시는 글로벌 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리먼브러더스’ 사건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기업들도 속속 슈퍼볼로 복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년간 슈퍼볼 광고에 등장했다가 올해 광고를 중단했던 페덱스(FedEx)도 광고 재개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미국에서 미식축구의 광고효과는 100% 믿을만하다. 올 시즌 개막전을 중계한 NBC는 총 209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고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가 밝혔다. 지난해 개막전 시청자는 1350만 명이었다. 메이저리그 등 다른 종목들은 관중 감소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지만 미식축구는 오히려 관중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올해 열린 슈퍼볼은 9870만 명이 지켜봐 지난해 9750만 명을 뛰어넘는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내년에는 1억 명을 돌파할 것이란 분석이다.지난해 미식축구 경기에 기업들이 TV 광고로 지출한 금액은 총 26억1600만 달러였다. 앤호이저부시가 1억3410만 달러로 가장 많은 금액을 집행했고 제너럴모터스(GM)를 포함한 미 정부가 1억2710만 달러로 2위, 일본의 도요타가 1억780만 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정규 시즌에 2900만 달러, 플레이오프와 슈퍼볼에 1270만 달러의 광고비를 집행해 총 4170만 달러로 18위에 올랐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