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비즈니스의 경제학

농업 비즈니스란 전통적인 농업 분야뿐만 아니라 영농 자재를 생산 공급하고 농산물을 가공 제조하며 식료품을 소비자에게 수송·저장·판매하는 사람, 기업의 경제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농업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농산품의 가격보다 가치를 더 크게 생각하고 구입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우리 농산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지 않는다. 이들은 구입하려는 농산품의 가치가 가격보다 높다고 생각할 경우에만 구매한다. 과거에는 한 개의 가격이 1만 원인 수박을 사려는 소비자가 수박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시식한 후 수박이 1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경우에만 구입했다. 지금은 수박의 품질을 신뢰해 바로 구입하지만 가격을 지불하고 가치를 사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소비자가 생각하는 농산품의 가치를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실체다. 또한 상식적인 얘기지만 농산품의 가격이 생산원가보다 비싸야 한다. 그래야 농업 비즈니스의 경영 주체들이 농산품을 생산하는데 투입된 원가를 제외한 만큼의 이익을 얻게 되고 농업 비즈니스가 존속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와 농업 비즈니스 경영 주체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조건은 소비자가 느끼는 농산품에 대한 가치가 가격보다 높아야 하고 농산품의 가격 또한 생산원가보다 비싸야 한다. 이것이 바로 농업 비즈니스의 핵심이다.패션(모양) 표고버섯을 예로 들어보자. 패션 표고버섯은 색다른 변신을 꾀하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성형 틀에 표고버섯을 끼워 하트, 삼각, 네모, 반달, 별, 네잎클로버 등의 새로운 모양으로 재배한 버섯이다. 이는 표고버섯의 가치를 극대화해 소비자로부터 선택받기 위한 상품을 생산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시도된 것이다.현재 패션 표고버섯의 가격은 일반 표고버섯보다 3배 정도 비싸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 기존의 표고버섯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모양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신기함과 희소성에 대한 가치를 주기 때문이다.특히 구매 목적이 선물용인 경우 소비자들은 패션 표고버섯에 대한 가치를 가격에 비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특이하게 생긴 버섯에 대한 수요는 자연히 증가할 것이고 수요의 증대는 대량생산의 경제성, 즉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절감으로 이어진다. 생산과 유통의 원가가 줄어들면 판매가에서 비용이 절감된 만큼 이윤으로 남는다. 이 밖에 하트 모양의 감귤, 네모난 사과에 ‘합격’, ‘고득점’이라는 글씨와 대학 상징인 사각모자 문양의 스티커를 붙여 생산한 ‘대학사과’ 브랜드 등 다양한 농산물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최근 농업 비즈니스 분야에도 이러한 아이디어로 농산품에 대한 소비자의 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성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농산물에 기능성을 추가한 것으로 쌀(게르마늄 쌀, 인삼 쌀 등), 돼지고기(숯돼지, 동충하초돼지, 인삼돼지, 매실돼지, 잣돼지, 미네랄돼지 등), 계란(타우린계란, 인삼계란, 홍삼계란, 목초란, 저콜레스테롤계란 등)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특히 나물용에 불과한 도라지를 3년마다 옮겨심기를 통해 21년까지 재배해 고부가가치 농산품으로 개발함으로써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장생도라지’가 돋보인다. 또한 기존의 감귤보다 당도가 높은 ‘한라봉’, ‘천해향’ 등 국내산 명품 감귤도 등장했다.이제 농산품 개발도 환경, 웰빙, 건강, 안전한 먹을거리 등 농산물의 맛·기호·안전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볼거리 등 농촌의 다원적 기능의 가치를 상품이나 서비스에 반영해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우리의 농업 비즈니스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우리 농산품도 소비자 만족과 감동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양잠의 경우 누에가루가 당뇨병의 보조제에서 동충하초, 누에그라, 실크화장품, 인공뼈, 인공고막 등으로 전개되고 있다. 상품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편익과 효용의 종류와 수준에 따라 본원상품, 기대상품, 확장상품, 잠재상품의 4가지로 상품을 구분할 수 있다.본원상품은 기본이 되고 본질이 되는 상품을 뜻하며, 기대상품은 본원상품을 포함해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농산품을 구매할 때 최소한의 기대 수준을 의미한다. 확장상품은 구매자가 기대하는 이상의 것을 포함하는 상품을 뜻한다. 또한 잠재상품은 소비자가 기존의 상품으로부터 얻는 일반적인 편익과 달리 마음속의 공허함을 채우거나 미래에 대한 높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상품이나 기대감 등을 말한다.쌀의 경우 점차 풍요로워지는 생활환경과 쌀 농가와 유통 업체들의 소비자 만족을 위한 경쟁으로 수준 높은 서비스를 경험하게 된 소비자들은 쌀에 대한 기대 수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쌀이라는 상품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과정을 살펴보면 쌀의 본원적인 상품 기능은 먹을거리로서의 용도, 즉 인간의 배고픔을 충족시켜 주는 기본적인 기능을 가진 쌀 상품 자체다.기대상품은 밥맛을 좋게 하기 위해 즉석 도정의 서비스 제공을 포함하는 상품인 것이다. 기능성 물질을 함유한 게르마늄쌀과 인삼쌀 등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기대하지 못한 서비스로서의 확장상품에 해당되고, 품질과 명성에 대한 소비자의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새로운 명품 쌀이 잠재상품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미래 농업 비즈니스는 저비용과 고품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쟁 우위의 전략보다 차별화와 원가절감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고객 가치를 혁신하는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비용 부문 중 제거할 수 있는 것과 줄일 수 있는 요인을 찾아내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 고객이 미처 모르고 있는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가치를 창조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농산품의 가치를 혁신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며 그 핵심은 아이디어 발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곳은 침실, 목욕탕, 화장실, 자동차 안이라고 한다. 이러한 장소와 아이디어 농업 발명 10계명을 잘 활용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 따라서 농업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는 경영 주체들은 창의력이 충만하며 열정을 가지고 실질적인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가치 혁신을 이뤄 내는 지혜가 필요하다.김양식·한국농업대 학장 kysik0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