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지식경제부는 9월 24일 연구·개발(R&D) 비용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실시간 통합 연구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이 9월 21일 취임사에서 R&D 지원의 문제점을 지적한 지 사흘 만에 관련 대책이 나온 것이다.최 장관은 취임식 당시 R&D 지원에 대해 “밖에서 인식이 매우 좋지 않다”며 “먼저 갖는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최 장관은 청와대 개각이 발표된 날인 9월 3일 기자들과 만나 “지경부가 실물경제 집행 기능만 강조되고 정책 기능은 다소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9월 21일 과천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산업의 큰 방향을 정하고 이를 실현해 가는 정책 기능에 집중적으로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며 “지식경제부가 실물경제 정책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사실 이윤호 전임 지경부 장관은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우리나라의 조선·건설 부문으로 제일 먼저 덮쳐오면서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지경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었다. 세제·예산·금융 등의 강력한 정책 수단이 없다는 지경부의 한계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안이한 태도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나온 것이 노후차 세제 지원 등과 같은 강력한 정책적인 산업 지원 수단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알고 있는 최 신임 장관은 그동안 재정부에 밀렸던 정책 기능을 되찾아 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게 관가의 해석이다.실제 최 장관은 취임 발표 날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경부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을 듣자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실물경제 집행 기능이 강조되면서 정책 기능이 떨어졌는데 중요한 것은 누가 아이디어를 내고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잡느냐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지경부도 정책 개발에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이런 최 장관의 의지는 취임하자마자 보이는 적극적인 행보로 가시화되고 있다. 최 장관은 9월 16일께 지경부 직원들에게 긴급 호출을 내렸다. 오는 주말에 인천 남동산업단지와 송도경제자유구역을 방문하겠다고 말한 것.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산업단지공단 직원들과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방문 업체를 섭외하고 지역 국회의원과 기관장, 임직원들도 부랴부랴 준비에 나섰다.최 장관은 예정대로 9월 19일 남동산단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현장 체감경기가 굉장히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루 빨리 현장에서 경기 회복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가장 시급한 당면 문제라고 생각해 첫 일정으로 여기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남동산단을 방문해 오후 2시까지 4시간 동안 6곳을 둘러봤다.최 장관은 일요일인 9월 20일에도 오후 2시께 출근해 5시간 동안 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어 월요일 오전 9시 취임식에서 지경부와 산하 단체들에 정책 철학과 실천 의지를 천명했다. 12시에는 기자간담회에서 “잘하면 칭찬을, 잘못하면 따끔하게 질타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오후 2시에는 국회로 가서는 정책 개발 부서의 지경부 위상 강화를 위해 국회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9월 22일 공식 업무 첫날은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하고 오후에는 지경위 전체회의에 참석했다.하지만 최 장관의 등장이 지경부 공무원들을 피곤하게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최 장관은 행시 22회 출신으로 줄곧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하다 언론계로 자리를 옮겼다가 제17대 총선에서 경북 경산·청도에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오랜 관료 생활에서 얻은 행정 능력에다 정무적 감각까지 뛰어나 다른 부처와의 조율이나 국회와의 소통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지경부 내부에서 감돌고 있다.최 장관도 취임식 날 “안으로는 ‘큰형님’ 같은 장관, 밖으로는 뚝심 있게 추진하는 ‘황소’같은 장관이 되겠다”며 공무원들에게 “시끄러울 수 있어도 꼭 필요하다 싶은 일이 있으면 소신을 갖고 과감하게 일해 달라”고 각별히 당부하기도 했다.박신영·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