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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경제계의 중견 인사가 어떤 초청 강연장에서 한 연설이 신문 지면의 한 귀퉁이에 소개된 것을 봤다. 미래 사회의 변한 모습을 설명하면서 대표적으로 가족과 정당제도 등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사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이런 유의 전망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를 미래의 대표적인 변화라고 소개한 이나 그런 주장을 마치 독특한 이론인 것처럼 정색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이나 모두 인식의 수준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물론 미래는 예측 불허다. 공부만 한다고, 연구를 많이 한다고 더 정확히 맞힌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면 다가올 미래 사회와 완전히 뒤떨어지고 낙오될 수 있다. 결국 미래를 내다보자면 제대로 봐야 하는데 이게 매우 어렵다는 것이고, 이는 지식보다 지혜의 영역에 가깝다는 것으로 정리될 것이다. 대졸자들과 20~30대의 취업 상황을 보여주는 최근의 통계 자료는 이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차세대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이제 당사자들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 문을 나서고 성인이 되는 젊은이들 모두의 문제이자 그들이 속한 가정의 숙제이며 그 가정들로 구성된 국가 사회 전체의 과제다.먼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대학 전문대 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 518개를 전수조사한 자료부터 보자. 대졸자의 정규직 취업률이 사상 최악이라는 내용이었다. 4년제 대졸자의 올해 정규직 취업률(4월 1일 기준)은 39.6%로 전년보다 8.4%포인트 떨어졌다. 대학이 준 자료를 바탕으로 했을 이 통계의 정규직이란 것부터 전적으로 믿을 수 없는데 이 문제는 별도로 치더라도 전체적으로 비정규직의 취업 비율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다. 하긴 지금 취업·취직 준비생들이 찬밥 더운밥 가릴 계제도 아닐 것이다. 정부가 추진한 중소기업 청년 인턴 사업과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 때문에 내버려두면 정규직을 뽑을 기업들조차 비정규직 채용 쪽으로 유도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도 문제지만 이 역시 일단 미뤄 놓자. 취업률에서부터 취업의 질까지 어느 것 하나 좋은 수치는 없다. 통계청의 20~30대 취업자 숫자도 그 연장선상이다. 20~30대의 취업자는 952만6000명(8월 말 현재)인데 1990년 4월 이후 19년 만에 최악이다.이런 고용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래서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우리의 숙제는 이것이다. 큰 전제는 고용 시장의 이런 현상이 조기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개발국을 지나 개도국을 거쳐 우리 경제도 어느새 선진국 문턱에 서 있다. 고도성장 구도에 들어서면서 저성장 경제로 굳어져가고 산업 각 분야도 그런 체제에 맞춰가고 있다. 단순 인력 시장은 밀리고 전문 지식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경제라는 게 이처럼 무섭다.저성장 경제로 이동하면서 고용은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가 될 것이다. 특히 청년 실업이 뇌관이라는 예측은 수년 전부터 들어온 우울한 예측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지금도 같다.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해소 시점도 알 수 없다. 이러니 걱정이다. 무엇보다 고등교육기관의 졸업자가 올해 54만7000명에 달했다. 이러고도 사방에 널린 대학을 고등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학은 곧 기초교육장으로 규정될 것이다. 아니면 사회 성원의 재교육장으로 교양 강좌로나 명목을 이어갈지 모른다. 그렇다면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대학으로 입시를 향해 10대들과 학부모들은 계속 목숨을 걸어야 할까.지금 대학생들은 물론이고 10대의 중고생들도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지 모른다. 가령 취직(就職)의 개념을 일찍 버리고 취업(就業)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나을 것이다. 지금 좋다는 직장, 유수한 기업에 들어가려고 온갖 준비를 다하며 기를 쓰지만 이런 직장에 취직한 이들의 이직률을 한번 보라. 놀랄 것이다. 유수의 대기업, 대형 금융회사 모두 마찬가지다. 더구나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분야,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목표가 정해져도 국내에서 하는 게 유리할지 유학길에 나서는 것이 나을지 알 수 없다. 결국 나의 사업, 나만의 돈벌이를 스스로 찾는 취업이 나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취업 준비에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취직보다 준비할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래도 취업은 상대평가식이 아니라 절대평가 쪽이다. 공부도 어려운 판에 상황 판단까지 해야 하니, 직업 찾기와 관련된 지금 이 시대의 고민이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