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나비처럼

명성황후 시해 사건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또렷이 기억할 이야기다. 최명길 이미연 강수연 등 쟁쟁한 여배우들이 드라마와 영화에서 황후 역할을 카리스마 넘치게 연기하기도 했다. 수애를 새로운 명성황후로 캐스팅한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처한 난관은 익히 보고 들어 익숙한 그녀의 사연을 어떻게 각색하느냐에 있을 것이다.원작인 야설록의 동명 소설이 그러하듯, 이 영화가 택한 해답은 명성황후를 나라를 통솔하는 국모이자 금기의 사랑에 빠진 여인으로 그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호위무사 무명(조승우 분)이 탄생했다. 상상력의 산물이자 ‘흑귀’라고 불리는 이 신들린 검술의 주인은 영화에 또 다른 매력, 즉 액션을 덧입히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다.‘불꽃처럼 나비처럼’은 기본적으로 민자영이라고 불렸던 여인이 황후로 간택되기 직전부터 궁에 들어간 후, 그리고 일본인들에게 난자당하기까지의 과정에 호위무사 무명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가상의 무용담을 꿰매 붙인 퓨전 사극의 형태를 취한다. 일종의 ‘팝콘 무비(부담없이 볼 수 있는 오락영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역사적 사실과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다.원작 소설과 달리 남녀 주인공의 사랑은 조심스러워졌지만, 도발적인 부분이라면 명성황후에 대한 해석이다. 문호를 개방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열린 입장을 취했던 실제 명성황후를 떠올리게 하듯 수애가 연기하는 그녀는 초콜릿을 맛보는가 하면 호기롭게 담배를 입에 물어보기까지 한다. 허리가 잘록한 붉은 드레스 차림의 호기심 넘치는 여성은 우리가 흔히 떠올렸던 명성황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 신선하다.가장 아쉬운 건 컴퓨터그래픽(CG)에 많은 공을 들인 듯한 이 영화가 액션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확실한 볼거리를 더하려는 의도였는지 게임 속 장면처럼 현란하고 비현실적인 액션 신으로 일관하는데, 공들인 노력에 비해 상당히 어색해 보인다.‘와니와 준하(2001)’로 데뷔해 ‘분홍신(2005)’을 선보인 김용균 감독의 신작. 감독: 김용균/ 출연: 조승우, 수애/ 분량: 124분/ 개봉: 9월 24일/ 등급: 15세 관람가종우(김명민 분)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어머니마저 세상을 뜨던 날, 그는 유년 시절의 친구로 장례지도사인 지수(하지원 분)와 재회한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결혼식을 올리지만 종우는 병원에 입원해야 할 지경에 처한다. 강렬한 투병 의지에도 불구하고 병세는 악화되기만 하고, 마침내 그에게도 언어 장애가 닥쳐온다. 박진표 감독이 ‘너는 내 운명’에 이어 다시 한 번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다. 김명민이 이 역을 위해 20kg 이상 감량해 화제를 모았다.걸출한 소수의 인재들만 들어갈 수 있는 뉴욕 예술학교. 가수인 마르코(애셔 북 분), 배우 제니(케이 파너베이커 분), 피아니스트 겸 싱어인 데니스(나투리 노튼 분), DJ이자 래퍼 말릭, 연출가 네일, 댄서 앨리스(케링턴 페인 분), 힙합 전문가 빅터 등 새로운 입학생들은 우정과 사랑, 눈물과 웃음을 나누면서 상위 1%를 위해 경쟁한다. 앨런 파커의 ‘페임(1980)’의 리메이크작. 리얼리티 TV 시리즈 ‘댄스라이프’를 연출한 바 있는 케빈 탄차로엔 감독의 신작.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하고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 인권 영화. 승윤이는 엄마 희정(문소리 분)의 지나친 기대가 버거운 아홉 살 소년이다. 신입 사원인 주훈(최규환 분)은 채식주의자인 데다 술을 입에도 못대 회사 생활이 어렵다. 기러기 아빠 권과장(손병호 분)은 아내와 아이들 없이 혼자 꾸려가는 일상이 외롭고,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은 송여사와 권위적인 가장 권선생(박인환 분) 부부는 반목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함께한 임순례 감독과 문소리가 다시 만났다.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