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경쟁력을 말한다-이효성 경희대 공과대학 학장
경희대 공과대학은 경기도 용인의 ‘국제캠퍼스’에 들어서 있다. 행정구역상 용인이지만 실제로는 용인·수원·화성 세 지역의 경계 지점에 있고, 수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과도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사립대 중에선 영남대 다음으로 가장 큰 캠퍼스로 2시간 코스의 산책로까지 갖추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경희대 국제캠퍼스는 그동안 서울 소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면도 있었지만, 오랜 기간 중복학과를 정리해 지금은 ‘제2캠퍼스’로 거듭났다. 경희대 공과대학은 그간 2~3개의 과를 가진 공학계열 4개가 각각의 단과대로 구성됐지만, 융합 학문의 시대라는 추세 속에서 올해 3월부터 3개 계열이 공과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테크노공학대학장으로 있던 이효성 학장이 통합과 함께 올해 초부터 공과대학 학장을 맡고 있다.여기에 대한 답은 모든 이공계 교수가 같을 겁니다. 당연히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공계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만 봐도 1970년대에는 70%였고, 15년 전에는 43%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27%에 그치고 있습니다. 1970~80년대에는 공부 잘하면 당연히 물리학과를 가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치·의대에 못가면 공대 간다고 합니다.과거에는 취업이 잘되니까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고 또 자동화 때문에 인력 수요가 줄어든 것이 원인입니다. 또 이공계가 전성기일 때와 대우도 다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정리 해고 대상이 됐고, 또 취업은 쉽지만 승진은 어렵습니다.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이공계인 만큼 이공계 위기는 빨리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입니다.10년 이상 독립된 과들을 처음 통합하다 보니 인적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교수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었죠. 모래알처럼 개별적인 특성을 가진 교수들을 묶어 한방향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올해부터 단과대 자율 운영 체제로 바뀌어 예산·인사·재정·발전 계획을 단과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사실 과거 본부가 지시하는 대로 하다 보니 교수들이 겉도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 스스로 운영하면 관심을 갖고 참여할 교수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특성화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만 △디스플레이 △의공학 △정보기술(IT) 융합 분야가 강합니다. 특히 의공학 분야는 의학·생명공학·화학·재료공학 등이 융합된 분야로 경희대가 의대와 생명공학에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공대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디스플레이도 타 대학에 비해 앞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분야들은 시장 자체도 연 20% 성장하는 산업으로 시류와도 맞고 추후 국가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유망합니다. 경기도·지식경제부·교육과학기술부의 예산을 받고, 또 국가 지원 연구센터도 갖추고 있습니다.IT는 ‘IT+통신’, ‘IT+디자인’, ‘IT+체육’, ‘IT+토목·건축·기계’를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신기술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밖에 에너지(녹색 산업), 원자력공학과가 강합니다. 특히 대체에너지 분야를 앞의 두 분야처럼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습니다.지금 공과대학과 전자정보대학 두 단과대에 150명의 교수가 있는데 추가로 50명을 더 뽑을 계획입니다. 향후 3년 내 100명을 증원해 250명까지 늘릴 겁니다. 사람만 우수하다면 어떤 대우를 해서라도 모셔오는 체제가 갖춰져 있습니다. 보상 체계도 마련했고 팀으로 데려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미국의 잡 마켓이 좋지 않아 우수 인력이 많기 때문에 적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사실 시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열악한 편이었습니다만 10월에 1만9000㎡ 규모의 최신식 공학관을 착공합니다. 하드웨어적 인프라를 갖추고 기자재도 확충해 2012년 2월에 완공되면 공간 문제는 해결될 겁니다.그간 공대가 경희대 내에서 위상이 약했지만 최근 연구 실적이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SCI(Science Citation Index:과학인용색인) 논문 게재 실적이 2007년에 비해 2008년에 42% 이상 늘었습니다. SCI 순위도 3등급 높아져 국내에서 11위입니다. 이렇게 탄력을 받으면 5년 내 거의 성균관대, 한양대 수준인 5위권으로 갈 겁니다. 총장님도 공대가 발전해야 경희대가 발전한다며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우리 공대가 서울에 있을 때 성균관대가 공대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우리의 수능 커트라인이 20~30점 더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이전하니 거꾸로 20~30점이 뒤졌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성대 시스템(제2캠퍼스)’으로 생각하지 누구도 분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홍보를 위해 많은 고교생을 불러 오픈 캠프를 엽니다. 인근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체험·공학교실 등을 열고 있는데, 학생들이 직접 와보면 인식이 달라집니다. 학부모들도 뜨는 대학, 지는 대학에 민감한데 최근 언론사 선정 순위가 조금씩 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용인·수원에 신도시가 많이 생기면서 400만 가구의 중산층이 주위에 있다 보니 ‘힘들게 서울 보내느니 20~30분 거리의 경희대를 보내자’는 인식도 생겼습니다.입학할 때 수준도 중요하지만 졸업할 때 유능한 인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희대의 글로벌 인력 양성에 맞춰 공대도 실력을 갖춘 학생과 별다른 훈련 없이 바로 산업 투입이 가능한 능력을 갖춘 인력을 만들자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또 해외에 바로 취업이 가능하도록 영어 강의 비율을 두 배로 늘리고, 교환학생, 해외 기업 인턴 등의 해외 체험 기회도 현재 5~6%에서 50%의 학생이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내년부터는 ‘글로벌 스튜디오 네트워크’를 통해 뉴욕과 도쿄에서 동영상 강의를 시범 실시할 예정입니다.현재 1학년 전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요. 방과 후 3~4시간 동안 어학 강의, 예체능, 교양 강좌, 프레젠테이션 스킬 등을 강습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해외 어떤 나라도 사립대의 국가 지원이 국립대에 비해 이렇게 적은 곳은 별로 없습니다. 미국은 사립대도 국가에서 굉장히 많은 지원을 하고 있어요. 이공계의 경우 국가 연구비가 굉장히 늘었습니다만 기초 연구 비중이 작고 대부분 단기 산업화가 가능한 연구에 치중되고 있습니다.그리고 공대는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산업구조가 바뀌어 지금은 예전처럼 공대 인력 수요가 많지 않습니다. 선진국일수록 생산 인력보다 리서치 인력이 많습니다. 학부 정원을 과감히 줄이고 대학원 정원을 늘려 질 위주로 가야 합니다.또 대학은 개방이 필요합니다. 지식을 나눠주는 체계로 가야 합니다. 당장의 연구가 돈이 되는 곳을 찾지만 실제로 필요한 곳은 중소기업입니다. 문턱을 낮추고 교수들이 봉사 차원에서라도 애로 기술을 지원해야 해요. 최소한 지역의 산업 기술 거점은 대학이 해야 합니다. 알고는 있지만 지식 개방이나 발로 뛰는 노력이 그동안 부족했죠. 학생들이 재교육 없이 산업에 투입되려면 산학협동이 잘 되어야 합니다.1954년생. 경기고,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석사, 미 미시간대(앤 아버) 산업공학과 박사. 82~96년 경희대 산업공학과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96년 경희대 산업공학과 교수(현). 경희대 연구산학협력처장, 교무처장, 테크노공학대학장 역임. 2009년 경희대 공과대학 학장(현).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