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한국전기안전공사(KESCO)는 전기 안전에 관한 한 종합병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한국전력이 전력을 생산해 공급한다면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전기 고장과 안전 문제를 담당한다.이 회사의 임인배(55) 사장이 10월 2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의 임 사장은 어릴 적부터 김구 선생을 존경해 김구 선생에 대한 소설 ‘조국은 남기고 님은 가셨습니다’라는 저서를 냈고 최근엔 공기업 혁신 기법을 다룬 ‘위기 때는 1초 경영을 펼쳐라’를 출간했다. ‘1초 경영’을 통해 전기안전공사의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임 사장을 서울 고덕동 본사에서 만나봤다.지난 12년 동안 국회의원을 지내며 피감 기관을 ‘호통’치는 입장에서 처지가 뒤바뀌면서 피감 기관장 좌석에 앉아 보니 많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세간에서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비윤리성·비효율성 등을 들어 곱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는데 그런 세평은 과장되고 국민들에게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습니다. 취임 후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우리 공사는 ‘신이 내린 직장’이 아니라 ‘신이 버린 직장’이라는 다소 자조적인 표현을 했습니다.예산 규모, 재무구조, 임금, 근무 환경 등 복리후생 전반에 걸쳐 매우 열악합니다. 그래서 공사의 변신과 도약을 통해 국민들이 꼭 필요로 하고 직원들도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근무할 수 있는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하고 있습니다.한마디로 전기의 안전한 사용을 책임지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국민들은 한전을 찾지만 현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은 전기안전공사 직원들입니다. 전봇대로부터 가정 빌딩 아파트 공장 발전소까지 전기 고장과 안전 문제는 우리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한국 최고의 전기 기술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요.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게 바로 ‘1초 경영’입니다. 경영을 선진화하고 효율화하기 위한 것이지요. 단순히 시간을 단축하는 ‘빨리빨리’의 개념이 아니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시장 대응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정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복구해 1초라도 빨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1초 경영의 지향 목표는 경영 선진화를 통해 세계 최고의 전기 안전 전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정착시키는 것입니다.최근에는 ‘위기 때는 1초 경영을 펼쳐라’라는 책도 출간했습니다. 1초 경영을 통해 고객 만족의 성공적인 달성과 기업 혁신까지 도모하기 위한 지침서이자 전략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은 공기업 선진화와 효율화를 추진하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경쟁력을 상실한 사업소(지사)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전북지역본부와 익산지사, 대전충남지역본부와 서천지사 등이 통합됩니다. 이 밖에 ‘1초 경영 추진위원회’를 조직해 220개의 아이디어를 얻어 중점 추진 24개 과제를 우선순위에 따라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원 10% 감축(2876명→ 2587명), 기구 축소(13개 본부, 53개 지사→ 13개 본부, 48개 지사), 신입 직원 연봉 14% 감축, 채용 규모 확대(45명→ 72명), 간부 직원 성과급 20% 반납 등을 실시했습니다.우리 공사는 다른 공기업에 비해 노사 간의 협력이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선진 노사 문화 정착을 위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노사가 스킨십을 자주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선진화와 효율화를 위한 노사 합동 결의대회를 2차례나 개최했습니다. 연봉제 및 성과급 차등 확대 등 선진화된 임금체계 구축을 위해 임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하지 않고 신뢰와 협의를 통해 원만한 관계를 형성해 온 것이 건강한 노사 관계 구축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됐습니다.우리 공사도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부채가 4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임금체계 개선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상반기에는 직원들과 힘을 모아 성과급 및 상여금 일부를 재원으로 당초 45명을 뽑을 예정이었던 정규직 신입 직원을 72명으로 늘려 선발했습니다. 금년 하반기에는 간부 직원들의 성과급 20%를 유보해 청년 인턴 40명 채용했습니다.우리 공사의 전기 안전 기술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이런 기술을 국내 시장에만 적용하는 게 아까워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포화 상태가 된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이 공사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고요. 그 결과 올해 해외 부문 매출은 작년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해외 진출이란 외국에 있는 현지 기업과 글로벌 기업,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대형 선박 등에 대한 전기 안전 진단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대상 국가는 남극세종기지,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앙골라, 태국, 카타르 등입니다. 현재까지 수주액은 약 20억 원에 달합니다.맞습니다. 공사의 존립 이유는 민간 기업이 할 수 없는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와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민 생활 안전 확보를 위한 전기 안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첫째 일부 저소득 계층만이 혜택을 받고 있는 스피드콜 서비스 대상을 농촌 및 사회복지 시설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전기119제도’인 스피드콜 제도는 저소득층의 전기시설 정전 등 고장 발생 시 긴급 출동해 신속한 응급조치로 불편을 해소해 주는 제도입니다. 대상을 지난해 5만7349개소에서 올해엔 6만2600개소로 늘릴 예정입니다.둘째, 재래시장의 전기설비 개선을 통해 영세 상인의 생활 터전과 시장을 이용하는 국민의 인명과 재산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의 안전 점검은 지자체가 30%의 예산을 부담하게 돼 있습니다만 예산상의 문제로 안전 관리가 잘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우리 공사가 공사비를 전액 지원해 예산이 허락하는 한 많은 재래시장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습니다.셋째, 영·유아 보육 시설의 부적합 전기설비의 개선입니다. 꿈나무들이 이용하는 영·유아 보육 시설의 전기설비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자칫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전국 사업소에서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개·보수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1200여 개소의 시설을 점검, 개선했고 올해는 그 범위를 2000여 개소로 늘릴 계획입니다.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하는 제33회 국가생산성혁신대회(2009년 9월 10일 개최)에서 국가생산성대상 공기업부문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습니다. 1초 경영을 바탕으로 ‘시간단축경영’ ‘변화지향조직’ ‘가치선점 서비스’라는 실천 전략을 수립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공사를 효율적이고 민첩한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것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아무튼 우리 공사는 서민을 위한 기업인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세계 최고의 전기 안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1954년 경북 김천 출생. 74년 김천고 졸업. 81년 영남대 법학과 졸업. 82년 대검찰청 중수부 수사관. 85년 연세대 대학원 행정학과 졸업(석사). 94년 동국대 대학원 행정학과 졸업(박사). 96~2008년 제 15·16·17대 국회의원(경북 김천, 신한국당·한나라당). 연세대 국제정치학 박사 과정 재학 중. 저서: ‘조국을 남기고 님은 가셨습니다’, ‘위기 때는 1초 경영을 펼쳐라’.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