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금리 변화에 따른 투자법

참으로 황당할 것이다. 내가 맡겨 놓은 펀드들은 조금 수익이 났지만 최근 코스피의 상승률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주변 사람들의 불평이 많다. 2000을 바라보며 꿈을 가지고 펀드에 가입했던 우리 샐러리맨들, 그리고 적금 붇듯이 납입했던 30~40대 아줌마들의 실망감은 펀드 환매로 가시화되고 있다. 그들이 뿔난 것 같다.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줄을 서고, 증권사 객장에서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면서 꿈을 가졌지만 돌아온 기대 수익률은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펀드에 환멸을 느끼면서 환매하고 있는 듯하다. 일부 중·장기 투자에 따른 수익률을 향유하는 펀드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펀드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우리 토종 자금이 투자된 펀드는 여기저기서 환매되고 있으며, 이는 투신이라는 기관의 주식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쉬지 않고 주식을 사고 있다. 한국의 대표 선수인 경쟁력이 뛰어난 우량주를 가격 불문하고 매수하고 있다. 금융 위기와 아무런 상관도 없었던 것처럼…. 그래서 주가는 오르고 있고, 코스피는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에 이은 다양한 산업군 내의 우량 대표 기업들로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다.시장지표들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보다 내일의 상황에 맞춘 투자 전략이 제시되고 있다. 단기가 아닌 중·장기 측면에서 투자 기간을 정해 투자하고 있는 듯하다. 시장이 변하면 투자의 방향성도 일부 변화돼야 한다. 이에 따라 향후 상대적으로 기회가 제공될 산업에 대한 분석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최근 달러화가 전 세계적으로 넘쳐나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환율의 적정성은 상대 가치다. 대외정책연구원은 지난 9월 7일 4분기 적정 환율 수준을 달러당 1170원으로 제시했다. 흔히 적정 환율로 많이 사용하는 것은 PPP(Purchasing Power Parity) 환율이다. 구매력 평가 환율을 말한다. 즉, 한 나라의 화폐는 어느 나라에서나 동일한 구매력을 지닌다는 가정 아래 각국 통화의 구매력을 비교해 결정하는 환율이다. 적정 환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국내외 경제 환경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환율의 중요성은 주식시장에도 매우 크게 영향을 미친다. 환율은 수출 기업들에는 가격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으며 원화로 환산하는 매출액과 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높거나 변동성이 클 경우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지난해 필자도 인터넷에서 회자됐던 필명 ‘미네르바’의 원고를 읽은 적이 있다. 환율이 달러당 1500원에 이르던 시기였다. 금융시장이 신뢰성을 잃고 중심축을 잃어버린 상태였다.이제는 시장이 안정되면서 환율의 변동성도 상당 수준 안정화됐다. 하지만 환율은 재차 변동성을 키우면서 방향성을 만들고 있다. 달러화의 약세는 미국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 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흑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외국인들의 한국 자금시장 매수가 높아짐에 따라 원화는 강세 기조를 확연히 가시화하면서 달러당 1200~1300원의 박스권을 이탈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조만간 1200원대 이하를 계산하고 있는 듯하다.환율과 마찬가지로 주요한 지표인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여전히 낮지만 명목금리의 움직임은 우상향이 지속되고 있으며 계단식으로 상승 추세를 확고히 하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섣부른 금리 인하를 통한 출구전략은 쓰지 않을 것이라는 멘트를 시장에 던지고 있다. 언제, 얼마만큼의 금리 인상이 실현될지는 예측의 영역에 있지만 시장의 금리 추세는 국고채 3년 만기 기준으로 4.5% 수준을 상회하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2009년 들어 가장 화려한 부활을 보였던 업종은 정보기술(IT) 업종과 자동차 업종이었다. 이들 기업의 특성은 수출주이며 환율에 민감도가 높은 특성을 보이는 업종이다. 물론 지난 몇 번의 원고에서 필자가 밝혔듯이 이들 업종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점유율이 점진적으로 지난 4~5년간 증가하는 경쟁력 확대 요인이 주식 가치 상승의 요인이었다. 지난 금융 위기를 촉매제로 시장점유율 확대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우리 대표 기업들의 실적은 급격히 개선됐다. 이 같은 경쟁력의 확대 효과 외에도 원화 약세의 효과도 어느 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이들 선두 기업들의 수장(CEO)들은 가장 우려되는 ‘적(위험 요인)’이 환율이라고 말하고 있다. 원화 가치의 강세(절상)은 수출 관련 기업들의 원화 환산 재무제표에 일정 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시장의 기대치는 비례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트 업체들의 경우는 일정 부분 위험 요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산업구조의 변화와 경쟁력의 훼손이 없는 경우에는 여전히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은 확장 경로에 있을 것이지만 어느 정도 훼손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의 경우 조심스러운 수치 점검을 권고한다.비가 오면 우산 장수들은 신이 날 것이다. 환율에도 반대의 상황은 있다. 필자가 권고하는 것은 원화 절상기에는 내수산업에서의 기회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수입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내수산업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기업들은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음식료 업체들의 과점적 지위는 원가 하락 요인을 이익 증가로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화 절상의 긍정적인 산업은 외화 부채가 상대적으로 많은 기업일 것이다. 대한항공, 한국전력 등과 같은 기업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조금은 한발 앞서서 비용 구조의 개선이 예상되는 기업군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금리의 상승은 그동안 저금리 국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금융 산업, 특히 은행의 경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본질적인 이익 구조 개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 산업은 보험 자산에서 채권 자산 비중이 크기 때문에 금융 수익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시장을 바라볼 때 기본적인 방법은 매크로(Macro:거시) 경제 변수들의 변화를 예측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예측은 잘 맞히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지표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환율은 원화의 강세에 대한 방향성을 확인해 주고 있으며, 금리는 상승 국면을 말해 주고 있다. 톱다운(Top-Down) 방식에서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나서 필자는 유·불리 산업들을 구분하고 그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기업들에 대한 새로운 기업 분석에 들어간다. 현재는 내수산업, 금리 민감도가 높은 금융업, 외화 부채 및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유틸리티 업종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을 다시 하고 있다. 독자들도 이들 업종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찾기를 기대한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종목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민후식·템피스투자자자문 주식운용본부장 hoosik_min@temp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