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어디로 가나?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로 이전하기로 한 정부부처(9부2처2청)의 규모를 줄이되 이곳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정부는 대신 이곳에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고 서울대 이공계를 비롯해 유수 대학을 유치하는 것을 대안으로 마련해 조만간 공론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계획에서 크게 후퇴하는 것이어서 정치권은 물론 해당 지역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9월 17일 “사회 원로와 각계 대표를 비롯해 상당수 여론 지도층이 세종시로 부처만 옮길 경우 유령도시가 될 수 있다며 기존 계획의 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로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행정중심도시건설청이 세종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기업에 경제자유구역 수준의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그럴 바에는 아예 구역 지정을 세종시특별법에 명문화해 투자 유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세종시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 임대료가 대폭 낮아지는 등 세제 감면 등의 인센티브가 보장돼 기업 유치가 활발해질 것이며, 이는 결국 충청권의 고용 창출 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부처가 감축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를 기반으로 한 경제특구로 바뀔 경우 세종시 논란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당장 충청권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요약되는 이번 안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라는 점에서 세종시 해법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충청권 공약으로 행정복합도시와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충북 오송 생명과학단지를 하나로 잇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정부, 경제자유구역 지정 검토정부 설명대로 행정 부처 이전 계획이 대폭 축소되면 세종시는 과학비즈니스벨트의 기능만 보유하게 되기 때문에 사실상 도시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더군다나 이번에 발표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론은 민주, 선진당 등 야당과 충청권이 “여권이 행정도시를 축소하는 것 아니냐”고 음모론을 제기할 때마다 사용했던 단골 메뉴였다. 가정에 불과했던 것을 여권이 스스로 확인해 줬다는 점에서 앞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졌다.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국내외 투자가들에게 문호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 문제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업 및 연구소에 대한 현행 금융·세제 지원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유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실제 그동안 행정중심도시건설청이 제법 규모를 갖춘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들을 대상으로 세종시로의 이전 가능성을 타진해 본 결과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더군다나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등 3곳의 경제자유구역도 외자 유치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륙에 위치한 세종시에 외국계 자본이 들어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결국 세종시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외국계 기업들의 관심을 끌려면 현행 투자 유치 전략과 지원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한편 정부안이 알려진 이날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 건설과 관련 접근 방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대학이나 기업을 유치하는 기능적인 접근은 안 된다”며 “원안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이 지사는 “정치 공학적 측면에서 세종시 건설은 국제적 과제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를 학교나 기업을 유치하는 기능적 접근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충청권 정서를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세종시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