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경영할 때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요즘 세대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반면 정보 수집력이 뛰어나고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심 있는 일에 대해서는 폭발적인 집중력과 신명을 발휘한다. 이에 따라 오늘날의 한국 기업 경영의 핵심은 바로 펀(FUN) 경영, 즉 회사와 일의 재미에 빠지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 국내 대학생들의 취업 희망 외국계 기업 1순위인 구글이 세계적인 1등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글 최고경영자(CEO)의 펀 경영 마인드에서 찾고 있다. 펀 경영이 ‘직원의 즐거움=고객의 즐거움’이 막강한 불황 타개의 저력을 심어준다는 것.필자는 2002년 초 ADT캡스의 CEO로 부임하자마자 노조파업을 겪었다. 그 당시 식사는 물론, 퇴근도 제때 하지 못하고 집무실 소파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파업의 원인은 결국 당시 보안기업 특유의 군대식 상명하복과 경직된 조직에서 소통이 결여된 탓이었다. 따라서 조직문화를 혁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이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즐거운 일터 만들기 프로젝트였다.ADT캡스는 지난 2005년 ‘열정 교육’을 시작으로 1인 1스포츠를 권장하는 것을 기업의 고유한 문화로 삼아 왔다. 열정 교육의 특징은 1박 2일의 워크숍 기간 중 반드시 반나절 이상은 수상스키 승마 스키 등의 야외 스포츠 활동을 통해 함께 땀 흘리고 몸을 부딪치면서 직원들 간의 벽을 허물기 위한 시간을 갖는 것. 열정 교육은 지난 3년간 ‘열정 불어넣기(2005)’, ‘열정 주고받기(2006)’, ‘열정 나누기(2007)’로 꾸준히 진행돼 왔으며, 현재 ‘LOVE 아카데미’로 발전해 지속적으로 스포츠를 결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일반 사원들과 임직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소통하는 ‘리버스 멘토링’ 제도를 진행해 오고 있다. 리버스 멘토링이란 경영진이 일반 사원들로부터 최신 트렌드와 아이디어 및 젊은 감각을 전수받는 것으로, 소통의 노선을 수평적으로 유지하고 상하 간의 균형을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들이 직원들과의 열린 커뮤니케이션과 즉각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지자 직원들 간의 상호 유대감에도 균형이 잡혀갔다. 그 결과 취임 초기 78%에 달하던 노조 가입률이 현재는 1%로 뚝 떨어졌으며 국내 보안 시장에서도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펀 경영의 기본은 바로 진정성이다. 기업은 조직원에게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각종 경영 정보는 물론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기의식까지 모두 털어놓아야 한다. 이는 조직원 모두가 기업의 실상을 이해하고 기업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감성 경영의 일환으로, 궁극적으로는 조직원 모두에게 리더십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성공하는 시점부터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일순간 성공을 거두더라도 이를 지속하기 위한 방편이 필요하다는 것. 이 때문에 펀 경영을 통해 일궈낸 성과도 연속성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기업은 조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비전을 제시하고 나아갈 길을 밝혀줘야 한다. 이때 기업의 비전은 너무 장기적이고 추상적이어서는 안 된다. 어떤 목표를 추구하고, 위기를 극복하고 목표가 성취됐을 때 우리의 미래상이 어떠할 것인지 보여주고, 당사자 모두가 어떤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펀 경영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며 사원들 간의 갈등이나 고객과의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때에는 ‘진정성’과 ‘연속성’을 기반으로 CEO에서부터 신입 사원까지 하나의 비전 안에서 함께 소통하고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이혁병ADT캡스 회장약력: 1953년생. 75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83년 하버드 MBA. 78년 대우그룹 입사. 89년 캐리어 아시아 이사. 98년 LG캐리어 대표. 2002년 ADT캡스 대표. 2008년 ADT 아·태 부사장, ADT코리아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