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기준금리 인상될까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정책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위기 때 풀어놓은 돈을 회수하고 금리를 올리는 본격적인 출구 전략이 머지않았음을 예고한 것이다.시장 참가자들은 연말 안에 한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일단 0.25%포인트씩 한두 차례 올리고 난 뒤 상황을 살펴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제 언제, 어느 정도의 폭으로 한은이 금리를 올릴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 총재는 9월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2%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전체적인 경제 상황이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주택 시장이 불안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연 5.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연 2%로 인하했으며 이후 7개월 연속 동결했다.이 총재는 “정책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데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빚을 끌어들여 주택을 사도록 만드는 부작용은 없는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올리지는 않는지,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쪽에서 거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균형 있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출구 전략에 관한 국제 공조에 대해서는 “우리한테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선진국보다 빨리 금리 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궤도를 수정하는 것은 상당한 정도의 금융 완화 기조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그런 신호가 많이 나타나는 때”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구 전략(풀어 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그런 의견들은 경청하겠지만 통화정책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나의 몫”이라고 말했다.신동준 현대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이 총재가 금리 인상에 대한 당위론과 선진국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것은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이 총재의 이날 발언으로 시장에선 연말께 금리 인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자금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우려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전날보다 0.21%포인트 뛴 연 4.50%를 기록했으며, 국고채 5년물 금리는 0.15%포인트 올라 연 4.96%에 마감했다.신용 등급 BBB-급 무보증 회사채 금리도 0.17%포인트 올라 연 11.86%를 나타냈으며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0.01%포인트 상승해 연 2.58%를 기록했다.금리 인상 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양진모 SK증권 연구원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10월 하순께 나오는데 한은의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전 분기 대비 1% 이상이 나올 전망인 데다 공개시장 조작 대상 증권 확대 조치가 10월 말 끝나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은 11월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은 3분기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그러나 실제 금리 인상은 내년 초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 게 9월 초인데 효과가 나타날지를 보려면 4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며 연내 인상 가능성을 낮게 봤다.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은 천천히 단계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세계경제가 여전히 불확실해 금융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만큼 큰 폭의 인상은 힘들 것”이라며 “0.25%포인트씩 한두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한은 내부에선 일단 연 2%인 기준금리를 연 3.0~3.25%로 올려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을 가시화할 경우 출구 전략 시행이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는 정부와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크다. 그러다 보니 정부와 한은이 ‘강온전략’을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출구 전략은 시기상조”라며 경기 침체 우려를 불식하는 한편 한국은행은 “부동산 거품이 우려된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양동작전이라는 것이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