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TNV 어드바이저·동부증권 동부금융센터 공동기획
고향이 경북 문경인 김모(72) 씨. 사립대학에서 교수로 30년을 보내다 퇴직한 그가 원래 이맘때쯤 계획했던 건 ‘전원생활’이었다. 부부가 함께 서울 시내 대학에서 오랜 기간 교수직에 있으며 세 자녀를 출가시킨 이들은 십여 년 전 사놓은 시골 땅에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을 일구려던 꿈을 접어야만 하는 사정이 생겼다. 뇌졸중이 의심되는 증세가 있어 요양과 간호가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아내와 함께 재무 상담을 신청한 그는 의료 협력 시스템이 잘 갖춰진 실버타운에 관심이 많았다. 서울 강남에 있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아내 명의로 강북 지역에 투자한 아파트, 분당 지역 상가 건물 한 채와 아내의 고향인 양평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총 자산 규모는 40억 원 정도다. 매월 500만 원 정도의 사학연금과 상가 월세를 수령하고 있는 김 씨 부부는 실버타운을 투자 형태로 분양 받을지, 아니면 임차로 들어가 살지 고민 중이었다.실버타운 선택에서 중요한 건 매매 차익보다 주거 여건이기 때문에 임차를 권했다. 실버타운은 일반적인 주택과 달리 수급 외에도 변수가 많고 다주택에 해당되기 때문이다.김 씨 부부는 도심 내에 있어 종합병원과 의료 협력 시스템이 충분한 실버타운에 임대형 입주를 결정한 후 본격적인 자산 리모델링에 착수했다.유동성 예금 자산이 적고 부동산 비중이 높았던 김 씨 부부는 상담을 통해 양도 차익이 적고 2010년까지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폐지된 아내 명의의 강북 아파트를 처분했다. 부부가 공유하는 가치 있는 결정에서 집값 ‘전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거주하던 강남아파트는 전세로 전환해 금융자산을 확보했다. 상담 중에 김 씨는 강남아파트를 아내 명의로 이전등기해 ‘배우자 증여 공제’를 활용할지 문의했지만 취득·등록세 부담과 1주택이 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큰 효과가 없었다.그 대신 15억 원 정도 되는 상가는 아내가 50% 지분을 갖도록 하고 자녀들 명의로 분산 증여했다. 상가에서 아내 지분을 확보한 것은 절세보다 중요한 ‘가족’을 생각해서다. 매각 처분 등 결정에 김 씨 아내의 자녀에 대한 ‘통제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로 아내와 세 자녀를 공동으로 등록하되 매월 상가 수입과 세금비용 등 처리 관계는 분명히 명시했다.매월 400만 원가량 되는 상가 수입의 절반은 아내를 계약자로 하는 저축성연금에 넣도록 했다. 아내 홀로 ‘오래 사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사학연금을 부부가 받지만 남편 사후에 아내의 사학연금과 약간의 유족연금으로 고액의 의료비 등 ‘노후예비자금’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묶는’ 용도가 필요했던 것이다.나머지 월세 수입으로는 자녀들을 각각의 계약자로 하는 투자성 보험을 통해 어린 손자들의 대학 자금을 준비하는데 보태기로 했다.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는 자녀들이 생활비로 푼푼이 쓰기보다 각자 중년 이후까지 지킬 수 있는 통장이 되길 바라는 ‘부모 마음’이었다. 자녀들도 안정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동의했다. 정답은 없지만 ‘행복’을 위해 가족이 함께 정(定) 하는 답(答)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이처럼 노후엔 다양한 삶의 변수와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자산을 다양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금융자산과 부동산 등 자산의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며 이 또한 부모 스스로 자산 매각 및 수익성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절세를 고려해 건물 등 부동산을 사전 증여하는 경우가 많지만 임대 수익에 대한 수익자 관계, 사용처 등을 자녀들과 분명하게 상의하고 명시해야 할 것이다. 일부 금융자산을 예치하고 생활비로 쓴다고 하더라도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가치를 고려해 노후 기간별로 용도에 맞게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노후 삶의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오래 사는 위험’과 함께 자녀와의 갈등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행복한 노후의 시작은 재테크가 아니라 가족을 지키는 ‘지혜’임은 잊지 말아야 한다.박상훈·TNV 어드바이저 팀장fxpark@tnvadvisors.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