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8월 31일 단행된 청와대 참모진 인사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윤진식 신임 정책실장과 강만수 경제특보다.윤 실장은 경제수석을, 강 특보는 경쟁력강화위원장을 겸임하게 돼 날개를 하나 더 단 셈이다. 이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 핵심 경제 참모다. 이 대통령이 ‘내 사람 내 곁에’라는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 두 사람을 중용한 이유는 뭘까.이 대통령과 윤 실장은 대학 선후배(고려대 경영학과) 사이지만 직접적인 인연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맺어졌다. 이 대통령은 윤 실장을 대선 캠프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윤 실장을 늘 곁에 두고 싶어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엔 경쟁력강화특위 산하 투자유치 태스크포스(TF) 팀장을 시켰다. 지난해 현 정부 출범 때는 대통령 실장이나 장관을 시키고 싶어 했지만 윤 실장이 총선 출마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1년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경제수석으로 합류했다. 당시 장관(산업자원부)을 지낸 사람이 차관급인 수석으로 오는데 대해 뒷말도 나오긴 했지만 윤 실장은 “경제가 어려운데 직급이 무슨 상관이냐. 대통령이 부르면 간다”며 거액 연봉의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을 그만두고 청와대로 들어왔다.윤 실장은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겸손하다. 추진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평가다. 윤 실장은 재무부 관료 시절 ‘진돗개’라는 별명을 가졌다. 한 번 맡은 일은 끝까지 놓지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또 부지런한 면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다. 이 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하는 셈이다.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실장은 이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하나도 빠뜨림 없이 메모를 하고 밀어붙인다. 부처에서 난색을 표명하면 ‘내가 책임진다’며 독려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취업 후 대학 학자금 상환제’ 도입이다. 이 대통령은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구체 방안 마련이 지지부진하자 윤 실장에게 맡겼다. 해당 부처에선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3~6개월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윤 실장은 “그런 것 저런 것 따지면 못한다”며 강력하게 추진해 이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한 달 만에 완료했다.이 대통령이 윤 실장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의 성실성 때문이다. 윤 실장은 저녁 약속을 가급적 피한다. 청와대 외부에서 저녁을 하더라도 마치고 나서 꼭 들어와 일을 마무리한다. 다른 수석실은 토요일엔 쉬지만 경제수석실은 토요일 일요일 아침 8시에 회의를 한다. 그야말로 연중무휴다.‘월화수목금금금’ 생활을 하고 있다.강 특보는 이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아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른바 ‘MB노믹스’의 입안자로 불린다. 1982년 소망교회에서 이 대통령을 만나 27년째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강 특보를 좋아하는 배경엔 이런 오랜 인연 이외에 다른 요소들이 있다. 우선 누가 뭐래도 소신껏 일을 한다는 점이다. 강 특보의 별명은 ‘강 고집’.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폐지 여부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 논란이 격화됐을 때다. 이 대통령 주재하의 대책 회의가 열렸다. 대부분 국민 감정상 이유를 들어 전면 폐지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표명했지만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강 특보는 “종부세가 헌법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는 등의 논리를 조목조목 대며 설득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 특보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국내 일각에선 강 장관의 책임으로 몰아세우며 경질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쉽게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올해 1월 강 장관을 교체했지만 경쟁력강화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겼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21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개각을 놓고 이런저런 소리가 나오는데 거기에 좌우되지 말라. (장관들이)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소신껏 일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최측근 ‘믿을 맨’인 윤 실장과 강 특보의 위상을 높여준 것은 이 대통령이 경제 직할 통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그럴 경우 일선 부처의 자율이 약화되면서 자칫 청와대만 쳐다보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홍영식·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