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제는 우리 생활 곳곳에 늘 존재하고 있는 제품 중 하나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책상, 컴퓨터, 휴대전화, 음료수 라벨, 의료용 밴드 등 집안의 모든 물건 속에서 손쉽게 접착제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제품 내부에 쓰이게 되므로 눈에 쉽게 띄지는 않는다. 따라서 접착제를 언노운 히어로즈(Unknown Heroes:알려지지 않은 영웅들)라는 애칭으로 불러도 무방하다.접착제에 영웅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유는 접착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때문이며 또한 완성된 제품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접착제는 다양한 소재 개발로 경량화, 친환경화를 이루며 비용 절감과 환경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특히 최근 소비자의 제품 선정 기준이 까다로워지며 환경과 비용에 민감해지자 여러 기업들도 제품 속의 잘 알려지지 않은 영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접착제나 기타 부품까지 환경을 보호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그렇다면 잘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 걸까. 필자는 이들의 탄생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 중 하나로 ‘혁신(Innovation)’을 꼽는다. 실제로 기존의 관습적인 틀에 젖어서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현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회사를 운영하며 전 직원이 자신의 직무를 보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포천 500대 글로벌 기업인 헨켈은 혁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 직원에게 알리기 위해 2006년 4월부터 125개국 전 세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사 조직과 자사 제품에 대한 혁신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혁신합시다(Let’s Innovate)’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2005년부터 올 초까지 진행된 이 캠페인을 통해 헨켈인들의 다양하고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제출된 아이디어가 1249개, 전 세계 지사로부터 수집된 아이디어는 14만 개 정도로 직원들의 참여율이 높았다.수집된 아이디어 중 30% 정도가 실제 적용됐으며 직원들이 제시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해 신제품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프로세스가 변경되기도 했다. 부드러운 접착면에도 적용될 수 있는 순간접착제, 세제와 섬유유연제가 하나로 통합된 간편한 세제, 요거트의 부드러움을 가진 샤워젤 등 현재 헨켈의 인기 제품들은 직원들의 혁신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한국에서는 친환경 자동차에 쓰이게 될 구조용 접착제와 표면처리제 등이 혁신 제품군으로 선정돼 독일 본사와 함께 활발하게 연구·개발하고 있다.캠페인을 통해 헨켈은 내부적으로 직원들이 평소에도 혁신적 마인드를 가지고 모든 직무에 임하는 결과를 얻었고 외부적으로는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는 신제품 개발 및 생산 공정 혁신 등으로 비용 절감과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매년 꾸준히 진행된 혁신 캠페인을 통해 필자는 혁신이란 우리와 동떨어진 먼 이야기가 아니며, 주변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으로 충분히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최근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며 오랜 침체의 늪을 뚫고 국내 경기 상황이 호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할 혁신적 전략을 내세워 앞으로 다가올 변화무쌍한 경제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채비를 단단히 해 둬야 한다.언노운 히어로즈는 혁신을 통해 계속 탄생하게 된다. 제품이건 조직이건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언노운 히어로즈들이 바로 실제 기업 성공의 영웅들이 아닐까.약력: 1952년 터키 이스탄불 출생. 76년 독일계 생활 산업 용품 기업 헨켈(Henkel) 터키 지사 입사. 95년 헨켈 싱가포르 근무. 96년 헨켈 차이나 근무. 2008년 헨켈 한국, 헨켈 차이나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