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에 설립돼 지난 100년간 세계 자동차 산업을 석권하던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6월 1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몰락했다. GM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고유가와 경제 위기에 취약한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과 막대한 유산 비용(Legacy Cost)에서 비롯된 고비용 구조의 고착화에 있다. 여기에 자동차 사업보다 금융 사업에서 수익을 올리는 본말이 전도된 사업 모델의 운영도 원인으로 작용했다.그렇다면 GM은 왜 경제 위기에 취약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을까. 첫 번째 원인은 GM이 중·대형차 위주의 미국 시장에 치중한 제품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8년 초의 유가 급등과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두 번째로 정부의 보호 정책 영향도 컸다. 1963년 미국 정부는 독일과의 무역 분쟁 이후 8.5%였던 경(輕)트럭의 관세를 25%로 인상해 경트럭 시장을 보호했다. 또한 1973년 석유 파동을 계기로 도입된 연비 규제에서 경트럭에 대한 규제 수준을 승용차보다 낮게 적용했다. 그 결과 GM은 연비 규제와 관세에서 유리한 경트럭 위주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됐다.한편 GM이 고비용 구조를 형성하게 된 데에는 이른바 유산비용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산 비용이란 퇴직자 및 그 부양가족에 지급되는 연금과 의료 보장 비용을 말한다. 경쟁사들이 현직 종업원에게만 제공하는 연금과 의료비용 혜택을 제공하는 것에 비해 GM은 퇴직자와 그 가족에게까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GM이 퇴직자에게도 의료비용을 부담하게 된 것은 1950년대 당시 경영진의 안이한 대처 때문이었다. 당시 노조는 가입률을 올리기 위해 GM 경영진을 압박, 퇴직자에게도 의료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경영진은 퇴직자가 많지 않아 부담이 적고 임금 인상률을 낮출 수 있다는 계산 아래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유산 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초의 예상과 달리 유산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 GM은 자동차 1대당 1904달러의 유산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이러한 위기 상황에 GM이 둔감하게 대응한 데에는 과거 성공 모델에의 안주가 있다. 1929년 미국 시장에서 포드를 제치고 1위에 오른 GM은 이후 1931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77년 동안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기업이 된다. 이러한 승승장구가 지속되자 GM 내부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이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라는 타성적 기대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경영진·노조·정부 모두가 ‘1등 GM’의 환상에 빠져 닥쳐올 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이상에서 살펴본 100년 기업 GM의 몰락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첫째는 본업 부문의 정면 대결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GM이 진작 소형차 부문에서 일본차와 정면 승부를 벌이고, 유산 비용에 대해 노조와 담판을 지으며, 정부의 보호 아래 숨지 않았더라면 파산보호신청까지는 가지 않았을지 모른다.둘째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GM은 파산에 앞서 유산 비용이 해마다 증가하고 석유 파동 이후 고연비 친환경 소형차의 수요가 증가하며 일본 업체에 비해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에 뒤처져 있다는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다 결국 파산을 맞았다. 한국 기업들도 향후 한국 경제에 닥쳐올 것이 확실시되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원화가치 상승, 잠재 성장률 저하 등의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마지막으로 그동안 GM의 문제점에 대해 수많은 지적이 있었음에도 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한 실행력의 부족이 몰락을 가져왔다. 조직의 관료화와 타성에 따른 실행력 부족이야말로 GM의 몰락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이 아닐까 한다.약력: 1962년생. 82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94년 서울대 경제학 박사. 95년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현). 2001년 펜실베이니아대 객원연구원. 코리아오토포럼 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