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건양대 총장

충남 논산에 있는 건양대는 특이한 대학이다. 캠퍼스엔 소나무 향나무 등 아름다운 조경수가 가득해 마치 공원에 온 듯하다. 입학식 때는 총장이 직접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교육시키겠다고 공약한다. 매년 전체 학생에 대한 건강검진을 실시해 대내외에 학생들의 건강을 보증한다. 교수들은 학생보다 더 혹독하게 평가를 받고 학생에겐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공부를 시킨다. 정규 수업 이외에 방과 후 특별 과외를 실시한다. 영어와 컴퓨터는 기본이다.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시키다보니 전국 4년제 대학 중 취업률 1위(학생 수 1000~2000명급의 대학 중)를 달린다. 전국 4년제 대학 중 유일하게 7년 연속 90% 이상의 취업률을 달성했다. 대학 종합평가 등 외부 평가에서 최우수 및 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그러다 보니 ‘지방 명문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여 개 대학의 관계자들이 이 대학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이 대학의 노하우를 알아보기 위해 다녀갔다. 비결이 무엇인지 김희수(82) 건양대 총장을 만나봤다. 김 총장은 국내 최대 안과 전문병원인 김안과병원 설립자이기도 하다.올해 여든둘입니다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학과 병원을 오가며 바쁘게 생활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 아닌가 합니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4시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매일 새벽에 병원 응급실, 병동을 돌아보며 주요 업무를 체크합니다. 대학에서도 강의실 실험실까지 다 둘러봅니다. 하루 1만 보 이상 걷기를 수십 년 동안 생활화해 왔습니다.1991년에 첫 신입생을 받은 건양대는 작지만 착실하게 운영되는 학교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말이 되면서 지방 대학 위기설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신규 지방 대학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정원이 대폭 증원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입학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생겨난 거죠.이런 환경 속에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법인 이사들도 개교 10주년이 되면서 대학이 더욱 단단한 반석 위에 올라서야 한다며 총장 취임을 권유하더군요. 고민 끝에 학교 일에 직접 관여하기로 하고 2001년 제4대 총장에 취임했습니다. 그동안 재단 이사장으로 학교를 뒷바라지했지만 이제는 대학 운영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생각에서였습니다.총장 취임 후 학생,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와 교육계 인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제 대학도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학생은 고객’이고 ‘고객은 왕’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학생을 위한 서비스로 ‘쾌적하고 깨끗한 교육 환경 제공’, ‘면학 분위기 조성’, ‘높은 취업률 달성’을 설정했습니다.그런 의지를 갖고 노력했더니 전국 4년제 대학 중 유일하게 7년 연속 90% 이상의 취업률을 달성했고 대학 종합평가 등 외부 평가에서 최우수 및 우수 대학으로 선정됐습니다.건양대는 ‘입학하면 취업까지 책임진다’는 정신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습니다. 전국 최초로 취업 전용 독립 건물로 취업매직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센터에는 면접 실습실, 워킹룸, 취업 정보실 등을 갖추고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특별히 4학년은 전원 의무적으로 모의 면접을 봐야 합니다. 기업의 임원들을 전문 기업인 교수로 초빙해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정규 교과과정이 끝나는 오후 5시 30분부터 세 시간 동안 방과 후 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데 지난 학기에만 178개 강좌에 4300여 명이 수강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우리 대학은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금년에 300명 이상을 해외에 취업시킨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미 싱가포르와 일본 등으로 많은 학생들이 출국했으며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생각합니다.지금도 보건의료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한 분야이지만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보건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요소로는 정부의 적절한 지원, 인프라 구축 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수한 보건의료 인력 양성이 중요합니다. 건양대는 개교 5년째인 1995년 의과대학을 설치하면서부터 우수한 보건의료 인력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이 지금까지 배출한 많은 보건의료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의학, 간호, 작업치료, 안경광학, 임상병리, 방사선, 치위생학과 등 7개 보건의료계열학과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물리치료학과가 신설돼 보건의료와 관련된 대부분의 학과가 설치된 셈입니다. 이젠 보건의료 인력 양성의 메카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의료와 교육은 무관한 분야가 아닙니다. 의료가 사람의 몸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분야라면 교육은 정신적인 측면에서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인도해 주는 분야 아닙니까. 또 우리 집안이 워낙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어릴 적부터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요. 병원을 운영하면서도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고 기회가 닿으면 육영사업을 해 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고향인 논산시 양촌면에 있는 중학교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 학교를 인수, 중·고등학교를 운영했고 고향에 고등 교육기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건양대를 설립하게 됐습니다.건양대병원은 지난 2000년 개원해 그동안 대전·충청권 의료계에 새바람을 불러 왔습니다. 특히 지난 2007년에는 국내는 물론 동북아에서 처음으로 최첨단 암 치료기인 로봇사이버나이프를 도입해 암 치료의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며 수많은 암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2008년에는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병원으로 선정됐고,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평가에서도 최우수 병원으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우리 대전·충청 주민들이 믿고 찾아주시고 사랑해 주신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대전·충청 주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우리 건양대병원은 연구 교육 진료가 한곳에서 이뤄지는 메디컬 콤플렉스(Medical Complex)를 구축하고 기존의 개념을 뛰어넘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지역 의료 서비스를 한 단계 향상시켜 나갈 계획입니다.1928년 논산 출생. 46년 공주고 졸업. 50년 세브란스의대(현 연세대 의대) 졸업. 56년 미국 뉴욕 세인트 프랜시스병원 인턴 수료. 58년 일리노이주립대 안과대학원 수료. 62년 김희수 안과의원 개설(영등포 김안과). 66년 의학박사(연세대). 79~2001년 학교법인 건양학원 이사장. 81년 대한안과학회 회장. 90년 건양대 설립. 2000년 건양대병원 개원. 2001년 건양대 총장(현).수상: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 다수.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