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쑥쑥’ 크는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
불황과 함께 소비자들이 점점 지갑을 닫고 있다. 문 닫는 음식점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주말이나 주중 오후 커피 전문점에는 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붐빈다.업계에 따르면 커피 전문점의 작년 시장점유율은 스타벅스가 33%, 커피빈 17%, 할리스 12%, 엔제리너스가 10%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탐앤탐스(7%), 이디야(6%), 파스쿠찌(6%)가 뒤따르고 있다.특히 프리미엄 커피 시장의 꾸준한 상승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스타벅스는 매출액1710억 원, 순이익 134억 원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만 10만여 명에 달했다. 전년 실적을 크게 웃도는 성적표를 내놓은 것이다. 이는 미국의 스타벅스가 최근 불황으로 맥도날드의 저가 테이크아웃 커피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과 대조돼 흥미롭다.현재 스타벅스는 299개, 커피빈은 179개, 할리스는 20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할리스는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48% 증가했다. 커피빈은 올해 매출 1400억 원을 목표로 200호점까지 계획하고 있다. 각 브랜드별로 점포 신설도 이어져 상반기에만 스타벅스 17개, 커피빈 24개, 할리스가 17개를 새로 냈다.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커피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1주일에 3번 정도 커피 전문점을 찾는다는 회사원 이수연(32) 씨는 “사실 원두커피 맛 자체의 차이는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마실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은데다 맛 역시 별다방(스타벅스)이나 콩다방(커피빈)이 훨씬 좋다”며 “매장 분위기도 좋고 커피 말고도 함께 파는 베이커리도 맛있다” 설명했다.커피가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으면서 커피 전문점 방문이 일상 생활화된 소비자도 늘고 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방문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베이커리를 비롯한 사이드 메뉴와 함께 후식이나 식사 대용으로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업체도 이런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대학생 김수영(25) 씨는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 커피 전문점을 자주 이용한다. 김 씨는 “커피 전문점은 커피도 맛있고 매장 분위기도 좋다”며 “주요 번화가에서 편하게 앉아 친구와 얘기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잖아요”라고 말했다.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커피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커피 전문점의 전략이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또한 기호식품의 특성상 커피 맛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이상 인스턴트커피나 커피 자판기로 되돌아가기 힘들다는 점 또한 소비자들을 계속 커피 전문점으로 이끌고 있다.다만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저가의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스타벅스나 커피빈도 조금은 영향을 받는다. 시장점유율을 수성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성장 속도에도 다소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하지만 각 업체마다 통신 업체와의 제휴 등으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 또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들을 자사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매출액 면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의 고객을 공유하기 위한 카드사의 마케팅이 커피 전문점의 매출을 올려주며 서로 윈-윈하고 있는 것이다.실제 프리미엄 커피 매장에 가면 이런 기업들의 전략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곧잘 눈에 띈다. 대학생 박주현(23) 씨는 “카드로 20% 페이백(payback:결제 후 할인받는 방식) 받고 통신사 카드로 사이즈 업그레이드하면 3500원 안에서 웬만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며 “다른 커피점과 비슷한 가격이고 왠지 다른 커피보다 고급스러워 보여 자주 찾는다”고 했다.기존 고객들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철저한 품질관리와 문화 마케팅 또한 뜨겁다. 이를 통해 커피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한 PPL(Products in placement:간접 광고) 전략이 대표적이다. 문화 코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 단지 커피만 파는 가게가 아닌 사람들이 즐겁고 친밀한 분위기를 느끼며 감성적 경험을 나누는 제3의 장소로 부각되도록 한다. 고급 원두와 세심한 로스팅, 철저한 테이스팅으로 프리미엄의 품질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품질과 함께 고가 정책으로 소비자들에게 고급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친환경 바람과 함께 트렌드에 민감한 고객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여러 변화를 주고 있기도 하다. 내부 디자인을 천으로 한 친환경 텀블러를 선보이는가 하면 에코백 증정 행사를 열기도 한다. 또한 친환경 사회 공헌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함께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스타벅스는 최근 선불식 충전 카드인 스타벅스카드를 선보였다. 카드로 주문할 경우 음료의 추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저자와의 대화, 커피 세미나 개최 등 고객 및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 캠페인 활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10주년 기념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커피빈은 압구정동 로데오점에서 모던 아트 라이브러리를 운영하면서 건축 디자인 포토그래피 등 국내 희귀한 아트북 3000여 권을 비치해 관련 종사자들이 자주 찾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매김했다. 매장을 전시 공간으로도 빌려주기도 하는데 신촌점에서는 배정희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할리스 또한 젊은 예술 인재들에게 전시 공간을 후원하고 매장 방문 고객들이 예술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 공간 대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08년 12월부터 1월까지 포스코 사거리점에서 계원디자인예술대학의 가구 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작품 전시회를 열었고 지난 2월과 3월에는 포스코 사거리점과 신촌점에 신진 인테리어 디자이너 작품을 전시해 방문객들이 직접 작품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7월 14일에는 할리스 커피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컴필레이션 음반을 출시하기도 했다. 200호점 돌파를 기념해 고객 사은 이벤트도 열었다.삼성경제연구원 경영전략실의 이정호 수석연구원은 “삶의 질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커피가 점차 ‘필수적 소비’의 대상이 되었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정서적 만족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점이 불황기에도 여전히 인기를 끄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달리 한국의 커피 전문점은 테이크아웃보다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데 저렴한 대체재가 마땅하지 않아 커피 전문점을 계속해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수석연구원은 주 고객층인 학생층과 젊은 직장인의 경우 자신에 대한 소비 여력이 기혼 직장인들보다 높은 까닭에 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가 상대적 적게 나타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불황에 성장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커피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커피 시장의 성장세에 새로운 커피 브랜드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는 서로에게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각자의 전략과 해결책으로 성장세를 계속 이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채햇님 인턴기자 chae1206@naver.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