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어디로 가나
최근의 대내외 경제 상황은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경제는 각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 등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주요 금융지표들 또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등 금융시장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실물 측면에 있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지난 2월 저점을 기록했으며 OECD 미국 일본 및 독일의 선행지수가 3월에 바닥을 통과하는 등 하반기 중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3개월 연속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여 회복 속도가 빠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금융 측면에서도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은행의 신용 위험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TED 스프레드(3개월 물 미국 달러 표시 리보금리와 단기 미국 재무부 채권 수익률 간의 차이)가 2009년 7월 21일 현재 32bp(1bp=0.01%)까지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 불안도 점차 완화돼 가고 있다.이렇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급속한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경기 급락은 일단 진정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침체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그 결과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혼재해 있는 상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2009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 1.3%로 유지하고 2010년 전망을 1.9%에서 2.4% 상향 조정했으나 세계은행은 2009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 1.7%에서 마이너스 2.9%로 2010년 성장률은 2.3%에서 2.0%로 하향 조정한 것이 그 일례다.글로벌 금융시장의 경우도 불안 진정과 함께 완만한 개선 추세가 예상되고는 있지만 미국 상업은행 부실 가능성과 동유럽 금융 불안 등의 불안 요인이 여전히 잠복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정책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과 위기 이후를 대비한 ‘출구 전략(Exit Strategy)’이 동시에 논의되는 등 상당히 혼란스러운 실정이다.힘겨운 세계경기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의 2009년 1분기 성적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올해 1분기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08년 4분기 대비 0.1% 성장했는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성적표다. 그 결과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세계 언론의 태도도 바뀌었다. 3월 이전에는 부정적 평가가 주류를 이뤘으나 그 후에는 긍정론이 확산되면서 세계 주요 전망 기관들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실제로 최근 한국 경제는 여러 긍정적인 신호들을 내보내고 있다. 광공업 생산의 감소 폭이 2009년 4월 이후 10% 이하로 축소됐으며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4월에 전년 동월 대비 1.8%를 기록한데 이어 5월에도 0.2%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 심리도 2009년 1월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기업의 체감경기 역시 2009년 2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즉, 2009년 2분기에는 매우 양호한 경기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이러한 가운데 2009년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 되고 있다. OECD 전망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한 29개 OECD 회원국의 올해 하반기 평균 성장률은 마이너스 3.6%다. 과연 한국 경제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올 하반기 플러스 성장이 비록 불가능하기만 한 꿈은 아닐지라도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2009년 하반기 한국 경제의 플러스 성장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무엇보다 2009년 하반기에는 상반기와 같은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2009년 1분기의 양호한 성장의 배경에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은 정부 소비의 3.7% 증가와 건설 투자의 5.2% 증가가 있다. 이러한 확대 재정지출을 지속할 여력이 2009년 하반기에는 약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2009년 상반기 중 정부는 주요 사업비의 60%에 달하는 156조1000억 원을 집행해 주요 사업비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8%나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의 2008년 하반기 주요 사업비 지출 계획은 101조6000억 원으로 2008년 하반기의 110조6000억 원에 비해 오히려 8.1%가 적다. 따라서 하반기 중 확대 재정 효과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이 2009년의 3.2%에서 2010년에는 4.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추가적인 재정지출 확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그뿐만 아니라 소비 및 수출의 자생적 회복력이 미약한 탓에 본격적인 회복의 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비를 살펴보면, 국내의 소득 여건이 아직까지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고용 사정 역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국내 소비가 개선 국면에 진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플러스 성장 달성의 핵심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 수출 회복 역시 세계경기 회복의 지연으로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한국 수출은 글로벌 경기 후퇴의 영향으로 2008년 11월부터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9년 6월에 보여준 수출 호조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5월 선박 인도 지연과 6월의 반기말 효과를 감안해 5월과 6월의 수출을 함께 보면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20.2%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2009년에는 세계경제 침체 지속에 따라 세계 교역량이 대공황 이후 최초로 감소할 전망으로 향후 수출 여건이 매우 불안한 상황 탓에 수출의 성장 견인력을 크게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결국 2009년 하반기 세계 및 한국 경제의 화두는 아직 경기 회복보다는 불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 경제에 있어서 2009년 하반기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안정 궤도로 복귀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실물경제의 개선 정도에 비해 앞서가고 있는 경기 회복 기대감은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비관론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한국 경제는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를 내수 역량 강화 등 내부의 힘을 키우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수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한국 경제는 내수 기반 확충에 주력해 대외 충격에 대한 내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 확대를 통해 소비 여력을 확대하고 주요 내수산업인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소기업 취업자가 총 취업자의 88.4%(2007년 기준)를 차지하는 등 중소기업의 고용 흡수력이 대기업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대부분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어 중소기업 육성은 내수 중심으로의 전환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신창목·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changmock.shin@sams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