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올해 최대 제작비를 들인 한국 영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해운대’는 그간 관심의 초점이 돼 왔다. 더구나 지금까지 보기 힘든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다. 과연 해운대에 들이닥칠 초대형 쓰나미는 어떻게 우리 앞에 나타날까. 그렇게 기대와 우려를 모두 끌어안은 채 뚜껑을 열었고 현재 15개국에 선판매된 상태다.2004년 인도네시아에 쓰나미가 들이닥쳐 당시 인도양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던 해운대 토박이 만식(설경구 분)은 함께 있던 연희(하지원 분) 아버지를 잃고 홀로 돌아온다. 그리고 현재, 만식과 연희는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속 시원히 고백하지 못하는 상태다. 게다가 만식에게는 아들도 있고 만식의 어머니 또한 연희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한편 지질학자 김휘 박사(박중훈 분)는 쓰나미에 대한 경고를 계속하지만 당국은 무관심하다. 그런 가운데 일본 대마도가 내려앉으면서 초대형 쓰나미가 생성되기 시작한다.본격적인 바캉스 철인 지금, 해운대에 쓰나미가 들이닥친다는 설정은 무척 흥미롭다. 메가폰을 잡은 윤제균 감독은 무척 영리한 사람이다. 아무리 할리우드 CG(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손잡았다지만 ‘물’ 테크닉은 CG 중에서도 유독 어려운 분야에 속한다.그래서 그는 쓰나미와 싸우는 영웅들, 시시때때로 몰아치는 쓰나미라는 익숙한 재난 영화의 설정들을 지우고 평범한 사람들의 분투기(奮鬪記)로 만들었다. 사실 쓰나미 자체는 후반부에 가서야 등장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그전까지 축적된 ‘해운대 주민들’의 이야기가 그것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니까.이와 함께 ‘해운대’는 ‘부산 영화’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지역 색을 보여준다. 한여름의 백만 인파를 비롯해 거친 사투리와 파도, 그리고 프로 야구팀 롯데의 경기가 펼쳐지는 사직야구장의 역동적인 모습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유쾌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 싱싱한 횟감처럼 펄펄 뛰는 생동감이야말로 쓰나미 그 이상으로 다가오는 ‘해운대’의 매력이다.감독: 윤제균/ 출연: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분량: 129분/ 개봉: 7월 23일/ 등급: 12세 이상광산주 아들 톰(젠슨 애클스 분)의 실수로 다섯 명의 광부가 지하 터널에 갇힌 채 목숨을 잃는다. 유일한 생존자 해리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1년 뒤 갑작스레 깨어나 22명을 무참히 살해한 뒤 종적을 감춘다. 참살 현장을 목격한 톰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연인 사라(제이미 킹 분)를 홀로 남겨둔 채 마을을 떠난다. 10년 뒤,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광산을 처분하기 위해 톰이 돌아오고, 광부 마스크와 곡괭이로 무장한 살인마가 또다시 등장한다.예의 없는 파리지앵에 질린 마티아스(뱅상 랭동 분)는 고객에게 불친절했다는 이유로 책방에서 해고당한다. 이런 마티아스를 런던으로 초대한 건 25년 이상 우정을 지켜 온 건축가 앙투완(파스칼 엘베 분)이다. 이혼남에 편부라는 공통점을 가진 둘은 벽을 부수고 아예 같이 살기로 결정하는데, 앙투완은 마티아스에게 ‘보모 금지, 외박 금지, 손님 금지’ 등 엄격한 규율을 종용한다. 하지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오드리(비르지니 르도엥 분)에게 푹 빠진 마티아스가 규칙 따위를 마음에 담아 둘 리 없다.진정한 편집자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20대의 편집 보조인 브렛 아이젠버그(사라 미셀 겔러 분)는 자신의 꿈을 위해 한 출판 기념회를 찾는다. 거기에서 거물급 편집장인 50대 이혼남 아치 녹스(알렉 볼드윈 분)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가까운 사이가 된다. 이후 자신의 업무 관계로 아치의 도움을 받게 되지만 그가 알고 있던 여인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자꾸만 그에게 의존하는 것 같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주성철·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