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저주와 시카고 컵스의 숙명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가 이번에는 ‘염소의 저주’를 떨쳐낼 수 있을까.194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빌리 사이어니스(Billy Sianis)라는 팬이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려다가 제지를 받자 “컵스는 다시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은 뒤 컵스는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지 못하는 ‘염소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 또 1908년 이후 100년 넘게 월드시리즈를 제패하지 못하고 있다.시카고 컵스가 프로스포츠 구단 사상 최고가 매각 타결이 임박하면서 이 저주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다시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컵스의 매각 가격은 9억 달러(1조1400억 원)다. 지난 1981년 현 소유주인 트리뷴 컴퍼니가 껌 회사로 유명한 리글리로부터 2100만 달러에 사들였던 컵스는 28년 만에 43배나 폭등한 셈이다. 지금까지 미국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 인수가는 2002년 존 헨리가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과 홈구장인 펜웨이파크,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인 뉴잉글랜드 스포츠 네트워크 지분 80%를 사들이면서 지불한 7억 달러다. 프로 구단 사상 최고가는 다니엘 스나이더가 1999년 미국프로풋볼(NFL)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사들이면서 지불한 8억 달러다.수년간 연간 관중 300만 명을 넘기고 있는 인기 구단인 컵스는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가 산정한 팀 가치에서 7억 달러로 평가를 받았다. 전체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1위를 기록한 뉴욕 양키스(15억 달러)를 비롯해 뉴욕 메츠(9억1200만 달러), 보스턴 레드삭스(8억3300만 달러), LA다저스(7억2200만 달러)에 이어 당당히 5위에 오른 ‘부자 구단’이다. 지난 2000년 2억4200만 달러로 평가받은 뒤 매년 꾸준히 올라 2003년 3억3500만 달러, 2006년 4억4800만 달러였고 매각설이 나돌기 시작한 2007년에 5억9200만 달러로 폭등한후 2008년에도 6억4200만 달러를 기록했다.7억 달러의 평가 기준은 시카고가 갖고 있는 시장 규모, 시장성이 3억2100만 달러(46%)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경기장 내 광고 및 각종 수입 등을 따진 ‘구장 가치’가 1억4900만 달러(21%)로 뒤를 이었고 팀의 성적에 따른 수입 배분이 1억1500만 달러(16%), 브랜드 가치가 1억1500만 달러(16%) 등의 순이었다.컵스의 경기장 광고 수입은 지난해 2억1400만 달러였는데 대부분 빚을 갚는데 쓰였다. 입장권 판매 수입은 1억2800만 달러, 운영 수입은 3000만 달러 정도이며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돈은 지난해 1억3000만 달러였고 올해는 1억4000만 달러다. 현재 팀을 운영해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상태다.컵스의 오너인 트리뷴 컴퍼니는 1847년 설립돼 23개 방송과 12개 신문을 보유한 거대 미디어 그룹으로 지난 2007년 부동산 재벌인 샘 젤에게 팔리는 과정에서 부채가 130억 달러로 불어나 결국 지난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컵스의 새 주인 후보는 미국 온라인 증권사 TD아메리트레이드의 설립자인 리케츠 가문이다. 리케츠 가문은 컵스와 경기장인 리글리 필드, 지역 내 스포츠 케이블 TV의 지분 25%를 소유하는 대가로 총 9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베팅했다. 미국 언론들은 매각 협상이 사실상 종료됐지만 트리뷴 컴퍼니와 리케츠 가문 간의 막판 가격 조율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한편 포브스지가 평가한 리케츠 가문의 순자산은 12억 달러다. 매각 대금으로 9억 달러를 쓴 리케츠 가문은 ‘경기장 개장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리글리 필드 리노베이션 작업에 2014년까지 총 2억5000만 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돈도 돈이지만 ‘염소의 저주’를 풀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