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는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생산이 한정돼 있는 미술 작품의 특성상 컬렉터가 가지고 있는 작품이 다시 다른 컬렉터에게 판매되는 이른바 ‘재판매 시장’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되팔 수 없는 그림은 그림이 아닙니다.”박상용 오픈아트 대표는 다소 도발적인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최근 불황의 여파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몇 해 전부터 미술품이 재테크 수단의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공산품과 달리 예술 작품의 특성상 감가상각이 없으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 세금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도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미술품의 가치를 높였다.하지만 박 대표는 미술품이 진정한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장’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미술계 사람들은 그림을 투자적 시각에서 접근하면 마치 작품을 훼손하는 것처럼 발끈합니다. 하지만 그림을 돈을 주고 거래한다는 것 자체가 상품에 가격이 있는 ‘시장’이 열렸다는 것입니다. 다만 예술이라는 고상함을 담은 독특한 상품이기에 여느 상품보다 더욱 공들여 다룰 필요가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겠죠. 재미있는 건 화랑들 스스로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은근슬쩍 ‘투자’의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실제로 미술 시장에 불어 온 ‘재테크 열풍’을 통해 미술 작품의 거래가 예전에 비해 양적으로 팽창했고 대중화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일반인들에게 미술품 투자는 다가가기 힘들기만 하다.박 대표는 그 이유를 미술 시장이 철저하게 공급자 위주의 시장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술 작품의 정보가 지나치게 불투명합니다. 일례로 화랑에서 미술품에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것은 극히 드뭅니다. 특히 공급자인 화랑의 힘이 생산자인 작가와 소비자인 컬렉터의 그것보다 지나치게 강해요.”이 때문에 그는 작가와 소비자가 보다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화랑의 역할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생산 유통 소비가 균형을 이루는 시장 구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죠. 몇몇 대형 화랑에 쏠려 있는 힘을 분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는 다양한 유통 채널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품 거래에 있어 백화점, 마트, 재래시장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때문에 미술 시장에서 인터넷 거래, 화가와 소비자의 직거래 등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생산이 한정돼 있는 미술 작품의 특성상 컬렉터가 가지고 있는 작품이 다시 다른 컬렉터에게 판매되는 이른바 ‘재판매 시장’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되팔 수 없는 그림은 그림이 아니다”고 말하는 이유다. “현재 컬렉터들이 그림을 되팔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어요. 옥션이나 화랑을 통해 거래할 수 있긴 하지만 매우 제한적일 뿐입니다. 결국 어떤 이들은 자신의 작품을 팔기 위해 직접 화랑을 내는 경우까지 생겨요.”박 대표는 유통 채널이 확대되고 시장에 투명성이 생기면 다양한 가격대를 가진 미술품들이 거래돼 시장이 보다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는 “현재 그림 시장이 지나치게 고가 위주”라며 “그림은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유명 작가가 아닌 신진 작가도 적은 금액으로 그림을 판매할 수 있는 ‘마이너 시장’이 보다 활성화되면 더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생길 것이며 이들의 그림을 통해 미술 애호가의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다.“미술은 어느 특정 계층의 향유물이 아닙니다. 지금의 미술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술 작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게 저의 꿈입니다.”약력: 1961년생. 85년 영남대 졸업. 89년 경향신문사 기자. 99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기도 사무처장. 2000년 성균관대 사회복지대학원 석사. 2008년 오픈아트 대표, 미술품가격정보연구소 소장(현).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