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건설업 전망

건설 업종 주가는 연초 대비 23.6% 올라 코스피지수 상승률 27.6%에 다소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1분기 극심한 건설 불황 지속, 건설업 구조조정 등의 상황을 감안하면 주가가 상당히 견조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업계 상위사들의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을 보면 현대건설 마이너스 2.3%, 대우건설 43%, GS건설 22%, 대림산업 36%, 현대산업 25% 등을 기록함으로써 현대건설을 제외하면 비교적 양호한 모습이다.그렇다면 하반기 건설 업종 주가는 과연 어떠한 흐름을 보일까. 일단은 상반기보다 기대를 낮춰야 할 듯하다. 상반기에 건설주 주가를 견인했던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부동산 규제 완화와 경기 부양책 효과에 의한 주택 경기 회복 기대감. 둘째, 토목·공공 시장의 대대적인 공사 발주 증가. 셋째, 유가 상승과 함께 중동발 플랜트 공사 발주 재개 등을 꼽을 수 있다.건설 시장을 크게 주택 시장, 토목 시장, 일반 건축 시장, 해외시장 넷으로 나누어봤을 때 상반기엔 일반 건축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은 모두 긍정적인 기대감이 형성됐다.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회복되는 모습이었다. 토목 시장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 4대강 살리기 등으로 공사 발주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지역에서 정유·가스·발전 플랜트의 발주가 재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반적인 기대감이 하반기 이후에도 추세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우선 건설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시장을 들여다보자. 주택 가격은 상반기에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역별 편차가 매우 심했다. 수도권 일부 분양 시장, 서울 재개발, 재건축 시장을 제외하면 주택 수요가 강하다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분양 시장의 경우 과거와 달리 주변 시세보다 10~20%가량 저렴하게 분양에 나선 분양 단지들만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과 동시에 전매 차익을 취할 수 있으니 당연히 수요가 몰렸던 것이다.하지만 최근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모 건설사가 주변 시세와 비슷한 분양가에 분양에 나서자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즉, 분양 시장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 것이다.주택 거래량도 2분기 들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08년 이후 6개월가량 거래가 아주 침체된 것을 감안하면 주택 수요가 강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정도의 회복세다. 3월 7만800호, 4월 7만6000호, 5월 7만2000호로 이전 6개월의 6만 호 내외에 비하면 늘어난 수치이지만 2006년과 2007년 거래가 증가하던 시기의 9만 호를 넘어섰던 것에 비하면 못 미치는 수준이다.미분양 감소 속도가 더딘 것도 걱정거리다. 5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가구 수는 15만2000호다. 이 중 지방이 12만4000호, 85㎡ 초과 대형 평형이 8만6000호를 차지하고 있다.4월 말에 비해 1만2000호가 줄어들었지만 여기에는 건설사가 재분양을 위해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 취소 또는 공공기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도 포함돼 있으므로 아직 미분양이 추세적으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힘들다. 악성이라고 볼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5월 현재 5만4000호로 전월 대비 1500가구 늘어났다.상반기 주택 시장이 회복세를 보인 요인 중의 하나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를 꼽을 수 있다.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서는 향후 양도세를 감면 또는 면제해 주는 혜택을 부여하는 등 상반기 정책 방향은 주택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는 쪽이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정부는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담보대출을 규제하겠다는 내용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필요할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loan to value ratio)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주택 수요에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다음으로 토목 시장을 살펴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5월 말 누계 기준으로 토목 부문 신규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17조 원을 기록했다. 발주처별로 보더라도 공공부문의 발주가 전년 동기 대비 62.6% 증가한 19조 원으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민간 부문의 발주 위축으로 전체 수주 실적은 31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감소했다. 토목 시장의 발주가 증가하지만 민간 부문의 위축을 상쇄하고 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공사 발주 방식도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건설사의 이익 성장에 기여하는 효과는 외형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요컨대 토목 시장의 호조세는 민간 부문의 위축을 보완하는 정도이지 전체 건설 경기를 플러스로 반전시키기는 어렵다.끝으로 해외시장에서도 2분기부터 중동 지역에서 그동안 지연됐던 프로젝트들의 발주가 재개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 누계 해외 수주 실적은 여전히 전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면면을 살펴보더라도 발주가 정유·가스·발전 등의 플랜트에 국한되며 이들 공존은 기술력을 갖춘 업계 상위권 몇몇 회사들만 수주가 가능하다. 2007년에서 2008년의 해외 수주 호황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주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플랜트 기술력을 보유한 몇몇 업체들로 제한될 전망이다.이상에서 상반기에 건설사 주가를 견인했던 주택 시장, 토목 시장, 해외시장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세 시장 공히 과거의 호황기와 같이 건설사 주가를 강하게 견인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의 변수 이외에 건설업에 뚜렷하게 호재가 될 만한 내용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환경에서 건설 업종에 투자한다면 체력이 강한 상위권 회사들로 범위를 좁히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하반기에 실적 회복과 함께 해외 수주 증가가 기대되는 현대건설이나 주택 부문의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유화 경기 회복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대림산업 등이 투자 매력이 있는 회사로 추천할 만하다.현대건설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수주 경쟁력을 보유한 회사로 상반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카란 가스전 프로젝트를 수주한 이후 신규 수주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현재 입찰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감안하면 상반기 실적을 넘어서는 해외 수주가 기대되고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 매각 제한 지분이 출회되면서 수급에 대해 걱정스러운 시각이 있지만 펀더멘털이 수급 우려를 충분히 잠재울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에 다소 악화됐던 수익성도 2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대림산업은 타 대형 건설사 대비 저평가됐다는 점이 투자 매력이다. 하반기엔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데 그 근거는 그동안 주가의 발목을 잡아왔던 건설 자회사 삼호·고려개발의 유동성 문제가 일단락됐고 공사가 중단됐던 뚝섬 자체 분양 사업도 설계 변경을 통해 다시 분양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하락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유화 경기 또한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양호한 수준이 유지되고 있어 만년 저평가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을 판단된다.백재욱·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