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종목과 찰떡궁합 스폰서

‘우리 회사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포츠 종목을 고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또는 ‘회사 브랜드 홍보를 위해 어떤 스포츠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라는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는가.지난 6월 미국의 스포츠 관련 여론조사 기관인 ‘턴키 스포츠 폴(turnkey sports poll)’이 스포츠 마케팅에 종사하는 간부급 전문가 1100명에게 ‘스폰서에게 가장 효과적인 스포츠 종목’에 대해 물었다. 가장 많이 선택을 받은 곳은 스포츠 음료인 ‘게토레이’였다. 응답자의 24.12%가 프로풋볼(NFL)을 통해 최대의 홍보 효과를 누렸다고 분석했다.그 다음으로는 자동차 경주 대회인 ‘나스카’에서 통신업체 ‘스프린트 넥스텔(Sprint Nextel)’이 톡톡한 재미를 봤다고 21.4%가 답했다. 스프린트 넥스텔은 나스카 시리즈인 ‘스프린트컵’을 후원하고 있다. 3위로는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비자카드가 올림픽을 통해 훌륭한 스포츠 마케팅을 펼쳤다고 19.46%가 응답했다.이어 메이저리그(프로야구)에서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8.17%), NBA(프로농구)는 맥도날드(7.78%), NHL(아이스하키)는 버드라이트(4.67%), NCAA(대학경기연맹)는 코카콜라(4.28%), MLS(메이저리그축구)는 아디다스(3.50%) 등의 순이었다.기업들이 최대의 브랜드 이미지 효과를 누리려면 스포츠 종목과 얼마나 융화가 잘되느냐에 달려 있다. 1위로 뽑힌 게토레이는 1965년 미국 플로리다대 의대 팀이 개발했다. 당시 플로리다대의 풋볼 팀인 게이터(Gator)가 늘 후반전에 체력이 저하돼 패배하는 것을 보고 선수들을 지치지 않게 하기 위해 물보다 흡수가 빠른 음료를 만든 것. 이 음료수를 마신 게이터 선수들이 당시 후반 역전승의 신화를 만들어 내면서 대박이 났다.게토레이(Gatorade)란 이름은 게이터(Gator)를 돕는다(aid)는 뜻을 가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에는 NFL 경기에서 이긴 팀이 감독의 머리에 게토레이 세례를 퍼붓는 ‘게토레이 덩크(Gatorade Dunk)’라는 전통까지 생기면서 ‘NFL=게토레이’라는 인식을 더욱 굳혔다.2위 스프린트 넥스텔은 후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 판매까지 연결돼 수익을 내는 케이스다. 이 회사는 경기장 내에서 무선 정보 단말기인 ‘나스카 넥스텔 팬뷰’를 판매하거나 임대한다. 이 단말기를 통해 자동차 안에 설치된 카메라로 선수들의 모습을 보게 해 주고 소속팀과의 교신 내용도 실시간으로 듣게 해 준다.기업과 스포츠 종목 간의 ‘찰떡궁합’을 찾아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하느냐에 따라 종목의 선택이 좌지우지된다. 앞으로 기업들이 스포츠를 활용해 홍보하고 돈을 버는 일은 갈수록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국내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은 아직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김연아 선수처럼 확실한 스타가 있는 피겨스케이팅에 돈이 몰린다거나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여자프로골프 대회나 선수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 등이 좋은 예다.가장 인기 있다는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등을 후원하는 기업들이 수익을 냈다는 소식을 접해 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피겨스케이팅이나 여자 프로골프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종목들이 아니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아직도 그런 종목들이 잠재해 있을 수 있다. 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 가운데 한국 선수들이 세계적인 실력을 갖출 수 있다면 향후 피겨스케이팅이나 여자 프로골프처럼 ‘대박’이 날 수 있다. 이런 종목들을 찾아내고 이를 기업 이미지와 접목하는 노력은 기업들의 생존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