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

모처럼 ‘정통 에로스’를 표방한 한국 영화가 등장했다. 관심이 가는 이유는 무엇보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에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한다는 점. 황정민 김민선 배종옥 김수로 장혁 김강우 등의 러브신을 한 편의 영화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이 프로젝트에 ‘봄날은 간다’ ‘행복’의 허진호 감독,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의 민규동 감독 등 주요 현역 감독들이 모일 수 있었던 건 영화아카데미라는 교집합 때문이다. 이들 중 몇몇은 지난 2004년에도 한국영화아카데미 20주년 기념 옴니버스 영화 ‘이공’으로 뭉친 적이 있다. ‘오감도’는 그로부터 이어지는 작품이되 본격 에로스를 콘셉트로 잡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기 위한 연출 의도가 제목에 담겼다.장혁과 차현정은 우연히 부산으로 향하던 KTX에서 만나 사랑에 이르고(변혁 감독), 김강우는 병에 걸린 아내 차수연의 마지막을 담담하게 기다리고(허진호 감독), 베테랑 배우 배종옥과 초짜 배우 김민선은 공포영화에서 팜파탈(femme fatale)로 변하고(유영식 감독), 엄정화는 남편 황정민의 숨겨둔 애인 김효진과 기이한 동거를 시작하고(민규동 감독), 여섯 명의 고등학생 커플은 딱 하루 동안만 각자의 애인을 바꾸기로 한다(오기환 감독). 이처럼 ‘오감도’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서부터 다소 충격적인 고등학생들의 커플 체인지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둘러싼 여러 사랑의 모습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각 에피소드마다 편차는 있지만 배종옥과 김민선, 엄정화와 김효진의 각각 3, 4번째 에피소드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배종옥의 노련하고 도도한 연기가 유머러스하고 엄정화 역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 ‘오감도’는 수많은 여배우들 중에서 역시 경험 많은 배우가 그 맛을 살렸다고 할만하다. 두 에피소드는 모두 마치 ‘쌍화점’의 주진모와 조인성처럼 여배우들의 러브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데, 물론 그 정도 수위까지는 아니지만 과감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에피소드의 편차를 떠나 낯익은 배우들의 다양하고 색다른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다.감독: 허진호, 변혁, 오기환, 민규동, 유영식 / 주연: 장혁, 차현정, 김강우, 차수연, 배종옥, 김수로, 김민선 / 분량: 128분 / 개봉: 7월 9일 / 등급: 18세 관람가1946년 뉴욕, 창백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성 바버라 베이클랜드(줄리안 무어 분)가 아들 안토니(에디 레드메인 분)를 낳는다. 플라스틱 개발자의 손자인 거부 남편 브룩스(스티븐 딜레인 분)와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았던 바버라는 아들을 신처럼 추앙한다. 벼랑 끝에 매달린 듯 위태롭게 살아가던 이 가족에게 마침내 큰 위기가 찾아오니, 그건 브룩스가 안토니의 여자 친구를 가로챈 것이다.20대 회사원 수연(남궁은숙 분). 그녀는 어느 날 자살을 결심한다.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고 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의 마지막 하루를 그린다. 생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스피노자의 말에 “할 일도 참 없었나 보네”로 대꾸한 그녀는 출근길을 돌려 거리를 배회한다. 무슨 방법으로 죽을까, 죽기 전에는 무엇을 해 놓아야 할까. 어느 것 하나 쉽게 잡히지 않는 24시간이 흐르고 동시에 그녀의 마지막 하루도 끝을 향한다.호기심 많은 열 살짜리 소년 아더(프레디 하이모어 분)는 사랑하는 할머니(미아 패로 분) 집이 부동산 개발 업자에게 넘어갈 위기에 처한 것을 알게 된다. 실종된 할아버지가 비밀의 세계에 보물을 숨겨 놓았다는 주술서를 발견한 아더는 1000일에 한 번 열리는 마법의 문을 통과해 미니모이 왕국으로 떠난다. 미니모이 국왕(로버트 드 니로 분)의 딸인 공주 셀레니아(마돈나 분)와 개구쟁이 발명가 왕자 베타(지미 펄론 분)를 만난 아더는 악당 말타자르(데이비드 보위 분)의 위협으로부터 왕국을 지키려는 이들과 함께 비밀원정대를 결성한다.주성철·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