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원칙 ③

이 주의 명작리처드 창, ‘열정 플랜’대머리, 주름살, 불룩한 배는 젊음이 스러져 가고 중년이 임박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물리적인 시간에 따른 인생의 여정에서 젊음, 혹은 청춘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한창 젊음을 만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이미 청춘의 터널을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때 물리적인 여정을 뛰어넘는 에너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열정이다. 열정적인 사람이 되려면 우선 열정이란 감정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열정에 따라 살 것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자기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리처드 창의 ‘열정플랜(원제 The Passion Plan, 하이파이브 펴냄)’은 필자가 신문기자직을 그만두기 전에 탐독했던 책이다. 당시 열정이 사그라지고 어느덧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에는 부담을 느끼던 터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길에 나서는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고 에너지를 얻었다. 열정은 새 출발하려는 이들에게는 마치 생명수와 같은 것이다. 헤겔은 ‘역사철학’에서 “열정이 없다면 결코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없다”는 유명한 경구를 남겼다. 사람들은 저마다 실현하고 싶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열정이란 이 같은 잠재력이 겉으로 나타난 상태를 말한다. 열정은 잠재력을 해방시키는 열쇠인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삶을 불태우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수많은 직장인들은 오늘도 단순히 생존을 위해 내키지 않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하고, 사람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무의미하게 시간이 흘러간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행로를 과감하게 바꾸는 것을 두려워하고 꺼리면서 처음에 내디뎠던 삶의 길을 무작정 따라가기만 할 뿐이다. 열정을 거부하고 살아가면 공허하다는 감정과 함께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생긴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만 하게 되고 평생 후회를 거듭하게 된다. 열정적인 사람은 좀처럼 후회하는 법이 없다. 우리는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 일중독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하지만 열정과 일중독은 전혀 관련이 없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자신이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일중독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일중독자들은 아침에 억지로 일어날 뿐만 아니라 일에만 매달리는 자신에게 분개하면서도 거기에서 빠져나올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저자는 꼬집고 있다.한국 사람들은 일하는 이유가 다른 나라에 비해 ‘먹고살기 위해서’라는 비율이 높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근로자관의 국제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자들은 업무 보람과 인간관계의 만족도가 모두 낮은 ‘생계수단형’으로 분류됐다. 반면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영미권 국가들은 업무 보람과 인간관계의 만족도가 모두 높은 ‘자아실현형’이 높다. 우리는 열정을 어떤 문제든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누구나 한계를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나는 열정이 있으면 한계로 보이는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직장 생활이 권태롭다면 ‘공부’를 통해 열정을 되살릴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패리스의 에피소드를 들고 있다. 직장에서의 단조로운 업무로 인해 패리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참해졌다. 어느 날 패리스는 갑자기 학교를 떠올렸다. 그는 항상 학업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로스쿨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일 때문에 당장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등록금이 싼 주립대의 야간 강좌에 외국인 영어 교육 과목을 신청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공부하고 있는 과목보다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다시 공부를 시작한 후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힘들게만 여겨졌던 직장 생활이 참을 만했고 급료도 인상됐으며 잔업을 하지 않게 돼 공부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됐다. 패리스는 밤늦은 시간에도 지치지 않고 에너지가 충만한 채 집에 돌아왔다. 열정에 따라 행동하면 쉽게 ‘몰입’하게 될 뿐만 아니라 수동적이며 방관하던 자세에서 보다 적극적인 삶에 임하게 된다.패리스처럼 열정이 생기면 더 이상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떼밀려서 가던 삶은 이제 자신의 것이 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생활에 열정을 불어넣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업무 성과는 몰라보게 달라진다. 열정으로 인해 기분이 완전히 바뀌고 충만한 에너지는 새로운 열정으로 이끌고 몰입의 단계에 빠진다.새로운 삶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만으로 시작될 수 있다. 잊고 지냈던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만으로도 새로운 삶은 가능하다. 그곳에 가면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기에 ‘열정을 깨워줄 사람들’이다.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었다는 느낌, 슬픔과 분노나 후회, 무언가 잘못돼 있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혼란과 좌절감이나 의기소침, 삶을 변화시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거나 두려워함.위의 것들에 해당 사항이 많다면 열정 결여 징후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의심이 강하고 늑장을 부리며 무감각하다. 반면 열정이 있는 일들은 영감을 주고 자신을 흥분시킨다. 보다 중요한 것은 열정을 쏟을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또한 현실적이어야 한다. 삶은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므로, 목적은 가능한 것을 반영해야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별에서 눈을 떼지 마라. 하지만 발은 항상 땅을 딛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리처드 창은 “삶을 변화시키고 열정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가장 커다란 위험은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열정만을 추구해 정작 소중한 것들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조언한다. 이 경우 후회하는 삶을 살게 될 수밖에 없으며 열정으로 인해 오히려 비참해질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현재 상황, 성취하고자 하는 것, 기꺼이 희생해 얻기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철저히 알고 있어야 삶에 열정을 불어넣어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익’이란 좀 더 나은 삶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한 결과물이다. 이익은 자신이 갈망한 것의 결과물로서, 무지개 끝에 달려 있는 황금 덩어리인 셈이다.저자는 열정으로 누리게 될 ‘이익’으로 자유, 유연성, 최대 시간 투자 수익, 일과 삶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시간 투자 수익(ROTI)’은 예컨대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업무에 대해 그만큼 잘 알게 되는 것처럼 시간 투자 수익이 높을수록 자기가 한 일에 만족하게 된다. 아울러 저자는 열정 있는 목표를 추구하더라도 유연성 있게 대처해야 성공한다고 조언한다. 더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행동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패가 아니다. 당신 안에 행복과 성취와 위대함의 씨앗이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명심하라. 스스로 찾아야 할 뿐 누구도 이러한 것들을 당신에게 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함께 명심하라.생계수단형으로 일을 하는 수많은 한국의 직장인들은 열정이나 꿈을 갖기가 힘겹기만 할 것이다.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더 많은 자유를 쟁취하려면 열정의 에너지로 삶을 재충전해야 한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 / 문학박사 roma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