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머니트리 공동 기획

“저는 재무 설계를 할 만한 돈이 없어요.” 필자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흔히 듣는 말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도 한국에서는 재무 설계가 고액 자산가들이 받는 서비스로 인식된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자산을 모으는가, 그리고 어떻게 자산을 모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재무 설계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목표 설정이다. 진정한 내 목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재무적인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재무 설계다.올해 초 필자가 만난 홍모(28) 씨 역시 재무 설계를 통해 진정한 부자가 되기 위한 발걸음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반응 역시 “전 재무 설계를 받을 만한 돈이 없어요”였다. 그래서 그녀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진정한 부자의 의미에서부터 시작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질문했다.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해 재무 설계에 있어서 목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해 주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다시 만날 약속을 잡았다.다음 만남에서 그녀는 상담에 임하는 자세부터 많이 달라져 있었다. 첫 만남에서는 상담 자체를 부담스러워 했었는데 이제는 편하게 자신의 마음을 열고 대화에 임했다. 그동안 막연히 결혼 자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돈을 모았지,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번에 받은 질문이 신선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모은 자산과 현재의 수입 지출 내역까지 자세히 얘기해 줬다.지금까지 모은 재산은 5000만 원이었다. 월수입이 150만 원 정도였기에 생각보다 많은 돈을 모은 것에 놀랐다. 수입 지출 내역을 보니 정말 알뜰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매월 100만 원을 적금에 불입하고 있었고 10만 원의 보장성 보험에 40만 원을 개인 지출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결혼 자금으로 얼마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3000만 원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미 결혼 자금은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본인의 목표에 집중할 수 있었다.그동안 생각해 왔던 본인의 목표에 대해 그녀는 상기된 표정으로 얘기했다. 그녀는 크리스털 공예에 관심이 있었다. 대학생 때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잊고 있었던 꿈이었다. 그녀는 크리스털 공예를 일본에서 배우고 돌아와 크리스털 공예 숍을 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수강생을 모아 가르치기도 하면서 지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꿈을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를 산정해 보고 적금뿐만 아니라 적절한 투자 상품을 병행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작성했다. 물론 변수가 생길 때마다 모니터링하기로 했다.상담을 마치고 나서 재무 설계 상담을 받은 소감을 물었다.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고 말하던 그녀를 보며 나 역시 매우 뿌듯했다. 이처럼 부자는 우리에게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니다. 단순히 내 재산의 액수만으로 부자인지 아닌지 평가할 수 없다. 내가 꿈꾸는 일, 내 가족이 꿈꾸는 일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실천하고 있다면 그는 이미 부자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재무 설계다. 진정한 재무 설계를 통해 여러분도 부자의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정훈·머니트리 재무설계사 finklh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