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Goldilocks: 디스인플레이션하에서의 경제성장 지속 국면)로 대표되는 글로벌 자산 가격 상승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계기로 일단락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금융 위기와 광범위한 디플레이션 위협에 처한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자산 버블 붕괴 직후 나타난 제1국면으로 불릴 수 있다.제2국면은 금융 위기와 디플레 위협에서 탈출하기 위한 리플레이션 단계인데, 글로벌 공조를 통한 강력한 금융 및 재정 정책이 동반된 시기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한 점, 여기에 덧붙여 양적 완화로 불리는 통화 증발을 단행한 점, 그리고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재정 투자를 집행 또는 계획하고 있는 점 등이 이러한 정책의 전형이다.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제2국면에 위치하고 있다. 각국의 통화 완화 정책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본격적인 재정 확대는 내년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리플레이션 정책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유효한 결과물들도 나오고 있다.각국 기업체감경기(미국 ISM지수, 독일 IFO지수, 중국 PMI, 한국 BSI) 호전 지속, 경기선행지수 증가율 반등 지속, 자산시장 회복과 함께 이뤄지고 있는 소비 심리 회복 등은 리플레이션 정책이 주도한 경기 회복 신호의 대표적인 요인들이다. 그리고 향후에도 경기 회복 신호는 실물지표로 확산되며 점차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자산시장의 긍정적 흐름을 낳게 하는 제2국면, 즉 리플레이션 국면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자산 버블 붕괴 직후 불어 닥친 위기 국면이 그다지 길지 않았듯이 리플레이션 국면하에서의 기회의 시기도 1년 남짓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리플레이션의 다음 국면, 즉 제3국면은 분명 인플레이션일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서는 주가 상승이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다. 시중금리는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고 자산 가격 상승의 원천이 됐던 통화 완화 정책은 모멘텀이 꺾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물론 아직 하반기에 들어서지도 않은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것은 지나치게 조급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고 오히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안정세가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지표는 현재 확인되고 있는 결과이지 미래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각국 본원통화의 급격한 증가가 대부분 지급준비금(Reserve) 급증에 바탕(중국 제외)을 두고 있지만 선진국의 경우 화폐 발행 증가율이 상당히 늘었고 직접적인 화폐 발행이 늘지 않더라도 통화승수 회복을 통한 보다 광범위한 통화량 증가가 조만간 목격될 것이다. 또한 올해 들어 나타나고 있는 국제 원자재 가격 강세도 인플레이션 국면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높인다. 이미 국제 유가(WTI)의 전년 동월비 추이는 바닥을 확인하고 점차 상승으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제3국면인 인플레이션 국면 속에서 주가 흐름은 두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국면에서는 경기 회복 기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한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초기 국면은 리플레이션 국면 막바지와 겹치게 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짧은 초기 국면 이후에는 주가가 재차 하락하는 국면이 예상되는데 이 시기는 올해 4분기 진입 전후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수요의 추세적 확장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높아진 시중금리는 경기 회복 기미를 약화시킬 것이며 인플레에 대한 우려는 팽창적인 통화 정책과 지나치게 낮은 정책금리 수준을 조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매크로팀 스트래티지스트약력: 1971년생.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96년 장은증권 리서치센터. 99년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2007년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2009년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매크로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