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윤철희·바이올리니스트 배상은 부부
(오른쪽)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유학.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대, 트로싱엔 음대 졸업. 2007년 미국 베르젠도-퍼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 위촉. 울산대 교수 역임. 국민대 교수(현). 쇼팽 에튜드 음반 발매 및 2009년 5차례에 걸쳐 쇼팽 주요 전 작품 연주 예정. 커티스 음악원, 인디애나 음대 졸업. 이화 경향 콩쿠르 두 차례 1위. 뉴욕 링컨센터, 워싱턴 DC 케네디센터, 펜데레츠키 페스티벌, 채리티 챔버 앙상블 정기 연주회. 싱가포르 라셀 음악원 교수 역임. 현재 국민대 출강. 추계예술대 겸임교수.섬세하고 감미로운 연주로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피아니스트 윤철희 교수와 바이올리니스트 배상은 교수는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부부 음악가다. 서로를 배려하고 화음을 맞춰가며 서로의 음악과 인생을 아름답게 이끌어가고 있는 이들을 만나보자.8년 전, 그저 피아노가 좋아 피아니스트가 된 청년은 자신만큼 음악에 심취해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를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이라는 인연을 맺게 된다. “그저 착해보여서 좋았죠. 음악인으로, 부부로 평생을 함께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뜻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죠.”(배상은) 윤철희 교수 역시 아내의 순수한 모습과 음악을 사랑하는 모습에 금세 빠져들었다고 한다.실제로 이들의 인연은 이들이 만나기 십 수년 전에 이미 닿아 있었다. 결혼 후 서로의 프로필을 정리하다가 어릴 적 두 사람의 모습이 찍힌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한 것은 윤철희 교수였다. “중학교 3학년 때 이화 콩쿠르에 참가했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내도 같은 콩쿠르에 참가했던 거예요. 그 사진에 보면 아내는 1등을 차지해 환하게 미소 짓고 있고 저는 2등을 해 심통이 난 표정이더라고요. 우리가 알지 못했지만 이미 인연은 그때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윤철희)그렇게 미리 예정돼 있던 운명처럼 부부의 연으로 맺어진 이들은 결혼 후 1년에 한 번씩 듀오 음악회를 열며 부부로서, 또 음악가로서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도 듀오를 많이 해봤지만 역시 남편만한 파트너가 없는 것 같아요. 제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제 음악을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는지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죠.” (배상은)“흔히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오 연주에 있어서 피아노를 반주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많고 그 때문에 듀오 음악회임에도 불구하고 바이올린 위주의 레퍼토리로 흐르는 경향이 많아요. 하지만 아내와의 듀오 연주는 달라요. 레퍼토리를 짤 때부터 충분히 토의하고 서로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바이올린과 피아노 모두가 돋보이는 연주회가 가능해지죠. 덕분에 평소에는 잘 시도하지 않는 스타일이나 특이한 분위기, 다양한 현대음악들도 선보일 수 있고요.”(윤철희)듀오 음악회만이 아니다. 국민대 교수인 윤철희 교수와 추계예대 겸임교수 겸 화음쳄버오케스트라 단원인 배상은 교수는 강의는 물론이요 독주회, 오케스트라 협연, 실내악 공연 등 1년이면 수십여 차례의 음악회를 가지는 중견 음악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낸다. “독주회며 듀오음악회며 실내악 공연에 이르기까지 제가 1년에 20여 회, 남편이 50여 회의 연주회를 열어요. 요즘도 남편과 함께하는 실내악단의 공연 준비로 한창 바빠요.”(배상은)이들 부부는 ‘오푸스(Opus)5’라는 실내악단에서 한 팀원으로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윤철희 교수가 리더로 있는 Opus5는 2006년 창단된 연주 그룹이다. 이들 부부 외에 서울시향 악장인 데니스 김(바이올린), 서울시향 비올라 수석인 홍웨이 황(비올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화음쳄버오케스트라 단원인 박상민(첼로) 등 기라성 같은 중견 음악인으로 이뤄진 실내악단이다.베토벤, 모차르트, 쇼팽 등의 피아노 협주곡을 실내악 버전으로 편곡해 연주하는 프로젝트 그룹인 Opus5는 여러 공연을 통해 탄탄한 연주 실력과 군더더기 없는 앙상블을 선보이며 평단의 호평을 받아왔다. 특히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는 베토벤과 모차르트, 바흐 등의 피아노 협주곡을 피아노 5~6중주로 편곡해 연주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다양한 실내악 공연을 선보이며 관객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보통 1년에 4~5회의 실내악 공연을 펼치는데, 올해는 멘델스존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기념 음악회인 ‘멘델스존이 떴다!!”를 공연하고 있어요. 지난 3월 19일에 이어 6월 18일과 6월 30일에 호암아트홀에서 공연할 예정이에요.”(배상은)“멘델스존과 그와 관련된 작곡가의 곡을 피아노 트리오, 4중주, 5중주, 8중주, 성악곡 등 다양한 편성으로 들려줄 예정입니다. 실내악 공연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윤철희) 윤철희 교수의 말대로 멘델스존의 탄생을 기념하는 이번 연주회는 다채로운 공연 구성으로 진작부터 많은 음악 애호가와 언론의 관심을 받아왔다. 일례로 6월 18일 공연에서는 실내악곡으로는 이례적으로 비올라가 2대씩 들어간 곡들을 비롯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멘델스존의 비올라 5중주와 현악8중주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또한 6월 30일에는 비올라와 피아노가 어우러진 가운데 멘델스존의 가곡을 성악가가 직접 부르는 등 실내악 공연답지 않은 버라이어티한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다른 팀원들이 모두 현역에서 활동하는 쟁쟁한 이들이어서 함께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각자 연습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유독 이들 부부가 함께 연습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사실 전 원래 연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저를 연습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요.(웃음) 피아니스트지만 현악기도 잘 알고 또 귀도 예민해 최고의 파트너이지만 동시에 아니다 싶으면 따끔하게 채찍질하는 것도 남편이에요.”(배상은)“아내는 순발력도 좋고 테크닉도 뛰어나죠. 그런데 자질이 뛰어나다 보니 결과를 너무 쉽게 얻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같은 음악인으로서 그런 부분이 부럽기도 하죠. 하지만 오랜 연습과 자기와의 싸움을 거친다면 더 뛰어난 보석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항상 연습하라고 잔소리를 하게 되네요.(웃음)”아내는 그런 남편이 밉지 않단다. 그가 얼마나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을 거듭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상은 교수는 아내로서만이 아니라 동료 음악인으로서도 남편에게 때때로 존경심을 느낀다.“남편의 피아노는 섬세하면서도 힘이 넘치죠. 음악적인 색깔도 깊고 풍부하고요. 하지만 그런 재능보다도 음악을 사랑하는 그 순수한 모습에 감탄할 때가 많아요. 명예나 세속적인 욕심과 상관없이 그저 음악이 좋아 음악에만 매진하는 모습에 느끼는 바가 많아요.”(배상은) “아내로서, 음악인으로서 아내의 응원과 배려가 큰 힘이 되었죠. 아이를 키우랴, 집안 살림하랴, 강의하랴 저보다 훨씬 바쁜데도 음악인으로서의 열정을 잃지 않는 아내 역시 저에게는 최고의 파트너입니다.”(윤철희)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사는 부부답게 이들 부부의 꿈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다. 현재도 대학 강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과 가까워지고 음악을 사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는 것이다.“대중들이 음악을 더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초·중·고등학교를 직접 찾아가 할 수 있는 음악회라든가, 회사 등에서 간단한 런치 콘서트도 좋을 것 같아요. 회사원들이 직장에서 식사하면서 실내악 공연을 볼 수 있는 것도 멋지지 않겠어요?”(윤철희) “음악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남편과 함께할 수 있을 때까지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을 음악으로 잘 전달하고 싶습니다.”(배상은)김성주·객원기자 helieta@empal.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