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 경쟁력을 말한다 - 김경호 홍익대 경영대학장

경영대들이 급격한 변혁을 겪고 있는 시대에 홍익대 경영대의 김경호 학장은 당면 과제가 양질의 교수를 확보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경영교육국제인증(AACSB)을 앞두고 경영대의 내실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홍대 경영대는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정원을 줄이는 등 내실 있는 교육에 힘을 모으고 있다. 김 학장은 국내 대학 간 서열이 뚜렷한 소수 과점 체계에서 탈피하고 대학들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곳이 기업이고 기업들은 준비된 인재를 원하고 있습니다. 경영대학 교육과정은 기업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적합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실용적인 학문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높기 때문에 학생들 간에도 경쟁이 치열하므로 취업에 유리한 학문이 인기가 높습니다. 경제학과 법학은 사회 사정상 경영학에 비해 사회적 수요가 많다고 보기 어렵습니다.홍대 경영대는 기업으로 따지면 우량 중소기업입니다. 일류 대학들이 대기업이라면 홍대 경영대는 특수한 기술과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이죠. 먼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우수 교수의 충원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경영학 교육 인증 조건에 따라 매학기 3~4명 이상의 교수를 늘려야 합니다. 홍대 경영대는 1990년대부터 우수한 교수진을 모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또한 교육과정에서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경영학을 회계, 재무관리, 생산관리, 인사조직, 국제경영 및 전략, 마케팅의 6개 분야로 세분화해 수요자 중심으로 최적화하기 위해 교수들이 모여 논의하고 있습니다.학생들은 일류대만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수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많이 결여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속감과 비전, 자부심 등을 가질 수 있도록 신입생 그룹 세미나를 신설했습니다. 그룹 세미나는 학생들 사이에서 호응이 높고 설립 취지에 맞게 성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한편 현재의 경영관은 낡고 시설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새 경영관을 건립할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홍대 캠퍼스에는 초·중·고교가 있는데 초등학교를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계획입니다. 이 부지에 경영관을 지을 수 있도록 본부 측에 요청하고 있습니다.최근 비전과 미션을 재정립했습니다. 창조적 경영 인재 양성을 위해 ‘리더십, 신의성실, 창의성, 전문성’의 4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홍대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디자인과 경영학을 연계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우리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전통적으로 홍대 경영대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강세를 보였는데 최근 합격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한 해 10여 명의 합격자가 나왔는데 최근에는 20여 명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더 늘어 최종 합격자의 경우 30명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우리는 최근 이례적으로 경영대 정원을 축소했습니다. 3년 전 360명 정원이었지만 현재 340명입니다. 꽤 많은 편이었죠. 이대로는 내실화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정원 문제를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국내 경영대 정원은 일시적 공급과잉일 수 있는데 현재 상태가 과잉인지 아닌지는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입니다.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2008년 취업 통계를 보면 우리 졸업생의 70%가 취업을 했습니다. 예년에 비해 취업률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본부의 지원을 받아 인턴십 프로그램과 취업 설명회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수들이 연고가 있는 기업을 찾아 사외이사를 맡으며 네트워크를 늘려나갈 수 있도록 경영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우수한 교수의 영입은 가장 중요하고 당면한 문제입니다. 각 경영대들이 저명한 교수 모시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회계학과 마케팅 전공 교수는 공급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올해 우리는 처음으로 해외 사이트에 교수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전문가 집단을 통해 접촉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교수들에게 좋은 교수를 추천해 줄 것을 부탁하고 있습니다.한편 신규 채용 교수에게 급여의 20%에 해당하는 특별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별 연구비를 받은 교수는 해외 유명 저널에 꼭 논문을 게재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됩니다. 이러한 인센티브를 통해 교수들의 연구 분위기를 장려하고 있습니다.사실 홍대 전체적으로 오래전부터 효율 경영을 통해 누적된 적립금이 수천억 원입니다. 본부가 이를 확보하고 있지만 경영대 차원에서 쓸 수 없기 때문에 경영대 자체적으로 재정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올해 경영대학장에 취임한 후 제가 구상하고 추진하는 사업은 경영대 동창회를 재조직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별다른 활동이 없었지만 전체 동문 수가 어림잡아 2만 명 정도에 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졸업생들을 찾아 동창회에 참여시키고 또한 기부금도 모금할 계획입니다.정부의 불필요한 규제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입시, 학교 운영에 대한 규제가 많은데 예를 들어 학부제의 경우, 한동안 학부제를 강요하다가 지금은 다시 학과제로 돌아갔습니다. 학교에 결정권을 자율적으로 맡겨야 합니다. 모든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의 평가 아래 꼭 필요한 규제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대학 본부 차원에서 중앙집권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어 단과대의 독립성이 아쉽습니다. 예산의 독립성을 포함해 학장의 임기와 권한이 제한적이어서 실행력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 어려운 점입니다.또한 자체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홍익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기존의 대학 서열에 집착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가진 학교가 인정받는 사회적 풍토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프로그램이 부실하지만 서열 덕택에 이익을 보고 있는 학교도 있고, 서열은 낮지만 좋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학교도 많습니다. 홍대는 불이익을 보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홍대 경영대의 가치를 폭넓게 알려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서열이 뚜렷한 소수 과점 체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학교는 약 20개로 보고 있는데 우수 대학의 수를 30개로 늘리고 정책적으로 경쟁을 유도해야 합니다. 자원 배분 차원에서 볼 때 상위권 대학에 너무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고와 기업의 지원 배분 폭을 넓혀 대학들이 순위를 변동시키며 더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개선은 경쟁을 통해 발생한다고 봅니다.그리고 대학이 기업과 돈독한 협력 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필요한 인재를 대학이 키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듣는데,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합니다.따라서 산학 협력을 통해 인턴제를 더욱 확대해 학생들이 실무를 더 배우며 서로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1954년생. 77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퍼듀대 경영학 석사, 박사. 87년 캘리포니아 주립 LA대 교수. 2000년 한국회계연구원 회계기준위원회 상임위원. 2006년 국가회계기준심의위원회 위원장. 2007년 한국정부회계학회 회장. 2009년 홍익대 경영대학장(현).대담=김상헌 취재편집부장정리=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