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르는데 주식형 펀드 자금 유출 왜?
5월 한국 주식시장(코스피 기준)은 1.94%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신용지표들이 뚜렷한 안정 시그널을 보인데다 대내외 경기지표 개선이 지속되면서 낙관론의 입지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은 심화됐다. 5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은 전월(1조1713억 원)에 이어 8933억 원,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순수 주식형 펀드 자금 역시 9678억 원 유출되며 전월의 3452억 원보다 유출 폭이 커졌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1400에서 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환매 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그러나 이러한 주식형 펀드 자금 유출이 지속됐다는 사실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작년 말부터 자금 유입 규모가 축소되고 유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최근 6개월간의 상승분을 효과적으로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지속적으로 적립식 펀드에 불입한 경우 코스트 레버리징 효과로 인한 주식형 펀드의 수익 상승분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의 향방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의 시장 상황을 짚어봐야 한다. 일단 미국의 5월 실업률은 9%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 경기 침체기 때 실업률 추이를 대입하면 아마 10% 이상으로 올라간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실업률 예상치가 2009년 8.9%, 2010년 10.3%였는데,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2009년 중 10%를 넘기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그러나 고무적인 것은 무디스의 회사채 부도율 전망이 2009년 11월 고점을 찍고 내려오면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1990년대 및 2000년대 경기 침체기에서는 부도율이 정점을 찍고 난 후 약 12개월 뒤 실업률이 정점을 찍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식이라고 가정하면 2010년 말에 미국 실업률이 고점을 찍을 것이고, 미국 소비가 고용에 6개월가량 선행하는 패턴을 고려하면 2010년 상반기 말부터 소비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개연성이 있다.한편 2009년 3월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의 랠리는 기본적으로 경기 침체가 끝나고 회복기가 시작되었거나, 적어도 침체 속도가 매우 완만해져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2008년 4분기에서 2009년 1분기까지 최악의 공황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공통된 핵심이며 앞으로의 회복 속도 또는 본격적 회복 시기가 시장의 동력이 될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경기 회복 패턴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한 영역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에 반해 주식시장은 V자형 회복을 가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소비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라면 시장의 기대치는 언제라도 하향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또한 달러와 미 국채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초 이후 달러 및 미 국채 약세는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자산 재분배 과정,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확대, 인플레이션 헤지 욕구, 재정지출 확대에 의한 물량 부담 등과 관련이 있다. 이로 인해 국내를 포함한 이머징 마켓 펀드 수익률은 개선되는 흐름이지만 달러 및 미국채 등 대체 자산의 가격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측면은 마냥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또다시 이머징 마켓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글로벌 유동성 회수의 촉매가 돼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달러화나 미 국채나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이 주식형 펀드에 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미국 등 재정 적자 우려가 국가 신용 문제로 전이되는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금융시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의 국가 신용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하지만 이슈화된 것 자체만으로도 주식형 펀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다음으로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자 국내의 주요 수출 및 수입국인 중국의 상황도 짚어 봐야 할 것이다. 중국 경제의 선전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의 느린 회복까지 과도기적 완충장치를 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전체 투자의 56%를 차지하는 제조업 및 부동산 투자가 올해 3월부터 증가세로 반전했다. 증가율이 가장 가파른 업종은 건설과 운수 창고인데 경기 부양책 수혜가 집중된 영향으로 보인다.그러나 주식형 펀드의 단기적 모멘텀인 건설·인프라 투자 증가보다 장기적 모멘텀인 소비 증가가 더 긍정적이다. 대표적 내구재인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중국의 소비 욕구가 다른 선진 경제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데, 2008년 이후 급증한 저축도 최근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소비로 전이될 잠재 여력이 있어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중국 효과가 선진국 경제의 공백을 완전히 보전해 줄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사이즈 측면에서 아직은 미국 유럽 일본을 대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최근 유동성 팽창에 대한 우려로 추가적인 드라이브를 걸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또한 총통화(M₂) 증가율도 26%로 급등해 목표치를 훨씬 상회했다. 통화량(M₁) 증가율도 지난해 11월 저점을 찍고 반등했는데, 중국 소비자물가가 통화량을 12개월 정도 후행하는 경향이 있어 2009년 말부터는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는 무리한 유동성 팽창 정책을 계속 가져갈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중국 경기 부양책 재원의 상당 부분이 민간 대출에서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경기 부양책도 속도 조절 압력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의 개선 지속 여부가 국내에 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처럼 미국 등 선진국 경제와 중국등 이머징 마켓 경제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시점에서 선진국 경제는 매우 느리지만 바닥을 확인하는 듯하고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 경제는 비교적 빠른 회복을 위한 시동을 건 상황이다. 따라서 주식형 펀드의 방향성보다 그 속도에 초점을 맞출 시점이다.속도의 관점에서 단기적으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조정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과도했던 기대치를 낮추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지정학적 대립이 극에 치닫는 상황, 미국 및 영국 등 선진국의 국가 신용 훼손 가능성 등 국내외 리스크는 잠재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6월 주식형 펀드는 수익률 급락이 부각되는 시점이라기보다 잠시 쉬어가는 수준의 수익률 조정을 보일 것으로 판단되므로 5월과 같은 펀드 환매는 그다지 바람직한 전략으로 보이지 않는다.한편 주식형 펀드의 하반기 전략은 다음 회에 언급하겠지만 일단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 시대와 과잉유동성 국면이 지속되고 신용 경색이 완화되면서 경기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므로 주식형 펀드의 선호도는 유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등 기존 상승을 주도했던 경기 민감주과 구조조정 이후를 고려한 금융주의 비중이 높은 주식형 펀드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한다.안정균·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