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그룹 경제연구소

자체 싱크탱크인 경제연구소를 설립하는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20대 그룹(공기업 제외) 가운데 11곳이 경제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규모로는 연구원이 100명이 훨씬 넘는 ‘매머드급’ 연구소에서부터 6~7명 수준인 ‘미니’ 연구소까지 천차만별이다.기능과 역할도 규모만큼이나 다양하다. 거시경제 등 경제 전반을 아우르며 대외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종합 경제연구소가 있는가 하면 신사업 발굴과 미래 전략 수립 등 그룹 내 수요에 초점을 맞춰 철저하게 비공개로 활동하는 곳도 있다. 20대 그룹 중에서 경제연구소가 아직 없는 곳은 현대중공업 금호아시아나 한진 두산 STX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LS 동부 등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한때 경제연구소 설립을 검토하다 포기했다”며 “경제 상황이 갈수록 복잡해져 제대로 된 조직과 인력을 갖추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삼성그룹은 경제 관련 연구소로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금융연구소를 갖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민간 경제연구소다. 최고경영자(CEO)와 정책 담당자 눈높이에 맞춘 신속하고 임팩트 있는 보고서가 강점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사장단협의회 중심 체제로 전환되면서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이 정기적으로 이 회의에 참석해 경제 전망을 브리핑한다. 삼성금융연구소는 금융, 특히 보험 분야에 초점을 맞춘 삼성생명의 사내 연구소다. 1993년 설립돼 35명의 연구원이 활약하고 있다. 2007년까지는 일부 보고서를 공개했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내부 활동만 한다.현대차그룹은 지난 1999년 그룹 특성에 맞는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를 설립했다.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갖고 있는 전문 연구 기관이다. 45명의 연구진이 산업 정책, 경영 연구, 마케팅, 미래 트렌드 등을 연구한다. 특히 최근 격동기를 맞고 있는 세계 자동차 산업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 보고서를 발 빠르게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연구소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하면서 콘텐츠 공개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넓히기 위한 조치”라며 “개편 후 방문자가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SK그룹의 SK경영경제연구소는 대외 공개를 꺼리는 연구소 중 하나다. 지난 2002년 설립돼 그룹의 실질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SK그룹의 양대 축인 에너지와 정보통신 관련 리서치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략, 지배구조 개선, 신경영 기법 연구 등도 담당한다.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박영호 SK 사장 등 그룹 핵심 CEO들이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을 거쳐 갔으며 최태원 회장은 관심 사항에 대한 연구를 수시로 주문한다.LG경제연구원은 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 민간 경제연구소 시대를 연 주역이다. 1986년 럭키투자증권 조사부 인력을 주축으로 한 ‘럭키경제연구소’로 출발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경제, 정책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것과 달리 LG경제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기업 관련 연구에 치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3년 LG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때 구조조정본부와 손발을 맞추면서 자회사 역량 강화, 지주회사 체제의 방향성 모색 등에서 참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LG경제연구원 원장 출신이다.포스코경영연구소는 1985년 포항제철 기술연구소 내에 만들어진 경영과학연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94년 주식회사 형태로 독립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포스코 주력 산업인 철강을 중심으로 국내외 산업 환경 변화와 이에 따른 중·장기 비전 제시, 경영 전략 모색 등을 주요 기능으로 하고 있다. 포스코의 관심 지역인 중국과 인도에 해외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창간한 ‘친디아 저널(월간)’은 중국과 인도 경제에 대한 국내 첫 대중 연구지로 꼽힌다.롯데그룹은 최근 그룹 내 경제연구소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롯데경제연구소를 만들었고 2007년 롯데유통산업연구소를 출범시켰다.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신속 대응하고 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하라”는 신격호 회장의 지시로 탄생한 롯데경제연구소는 차기 총수인 신동빈 부회장의 ‘브레인’ 역할도 맡고 있다. 그동안 롯데경제연구소는 신사업 발굴과 관련해 금융업과 통신업 진출 가능성을 꾸준히 검토해 왔다. 반면 롯데유통산업연구소는 롯데쇼핑 소속으로 유통산업 분석과 전망을 담당하고 있다.GS건설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문을 연 신생 연구소다. 건설 시장과 밀접한 국내외 경제 동향 분석·전망과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담당한다. 설립 후 짧은 기간이지만 ‘전환기의 부동산 개발사업 현황과 문제점’ ‘건설사 구조조정 문제점과 향후 정책방향’ 등 이슈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으로 오랫동안 건설 경제와 정책 연구를 해 온 이상호 박사가 초대 소장을 맡고 있다.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 1998년 경영연구부를 모태로 한 통신경제연구소로 출발했다. 올 초 이석채 회장 취임에 맞춰 ‘KT경제경영연구소’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82명의 연구진을 거느리고 있으며 지난해 정보기술(IT) 전문 지식 포털 ‘디지에코’를 만들어 일반인들과의 소통, 지식 공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디지에코’에는 연구소에서 생산한 전문 자료뿐만 아니라 IT 분야 파워 블로거들의 대중적인 글들도 실시간으로 올라온다.한화그룹은 대한생명 인수 직후인 지난 2003년 ‘대한생명경제연구원’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보험과 금융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 분석을 담당하는 경제연구실이었지만, 이후 거시경제 등을 포괄하는 싱크탱크로 확대됐다. 현재 24명의 연구원이 활약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KDI연구조정실장, 한국경제신문 주필 등을 역임한 노성태 전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원장을 맡고 있고 한국은행 출신 1세대 경제 전문 기자로 유명한 최성환 박사가 상무로 있다.1986년 10월 탄생한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때 연구 인력만 150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민간 연구소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와 2000년대 초반 기존 현대그룹의 계열 분리 과정을 거치면서 규모가 크게 줄었다. 2000년대 현대그룹 인재개발원과 통합됐으며 명칭도 ‘현대경제사회연구원’에서 ‘현대경제연구원’으로 바뀌었다. 대북 경협에 적극적인 그룹 활동을 반영해 방대하고 밀도 있는 북한 관련 연구 성과를 자랑하며 전담 조직인 ‘코스모리서치센터’를 운영하는 등 여론조사 분야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2006년 말 5분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지식 포털 ‘유소사이어티’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올 초 CJ경영연구소는 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경영실장을 영입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국제 유가 급락을 정확히 예견해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다. 이번 인사는 그룹 전략 기획 기능과 경영연구소 강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3년 설립된 CJ경영연구소는 현재 연구 인력이 15명에 불과하지만 연말까지 이를 3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연구소는 요즘 ‘신종 인플루엔자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그룹의 대응’ ‘국제 곡물가격 동향 및 전망’ 등의 보고서를 매주 2~3개씩 쏟아내고 있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