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지난 1분기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시련을 겪고 있다. 이러한 일본 경제의 시련은 그동안 엔저를 등에 업고 수출 확대로 승승장구해 왔던 일본 유수의 대기업을 강타하고 있다. 소니를 비롯한 일본 전자 산업이나 세계 최강의 자동차 산업의 거대 기업들이 잇따라 적자 결산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충격에 직면해 일본 기업은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가 사업 환경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고 사업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르네서스테크놀로지가 NEC의 시스템 대규모집적회로(LSI: large-scale intergration) 사업 부문과 경영을 통합해 세계 3위의 반도체 회사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 자동차 업체에서는 하이브리드 등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를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하는 한편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찾기 시작했다. 슈퍼 체인점인 이토요카도의 경우 의류, 장신구 등 고객의 헌 물건을 일정 가격으로 매입하는 서비스를 결합한 세일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불황을 포함한 경기순환은 피할 수 없는 일인데다 불황기를 잘 견디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모든 불황에는 순환적인 성격과 함께 구조적인 변화가 포함된다. 따라서 불황을 극복하고 살아남으려면 불황 이전과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로는 부족하다. 사업 환경의 변화에 맞게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야 한다. 현재 혹독한 불황에 고전하고 있는 일본 기업도 이러한 혁신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비즈니스 모델은 사회적인 필요에 따라 기업을 가치 있게 만드는 기본이기 때문에 사회의 요구가 바뀌면 기업도 당연히 변해야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잘 설정되지 않으면 생산 마케팅 기술 등 여러 분야의 조직 능력이 아무리 우수해도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불황기에는 특히 기존 전략의 연장을 옹호하려는 타성에 젖어들기 쉬운 조직 행태를 혁신해야 할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일본 기업은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방향으로서 △그린 테크놀로지 관련 사업의 강화 △제조 경쟁력의 혁신 등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 기업은 한국 기업과의 경쟁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진 평판 TV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를 줄이는 대신 태양전지나 차세대 자동차용 이차전지 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인력을 전환 배치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에 의존했던 일본 공장의 생산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는 한편 일본 공장은 보다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가 뒷받침된 정규직 위주의 제조 분야에 특화하고 사람과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지능형 공장 로봇의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이에 따라 우리 기업도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본 기업의 혁신 방향을 참고하면서 그린 비즈니스와 차세대 생산 시스템 도입에 주력하는 한편 비즈니스 모델의 고도화 및 혁신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부품 및 소재 분야에 강한 일본 기업은 그린 비즈니스에서도 관련 부품 및 소재 기술의 강점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이러한 일본 기업의 기술을 따라잡는데 주력해야 한다. 또 새로운 기술과 사업의 결합을 모색하면서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기존 기술을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에서 강점을 확보할 수 있는 이노베이션 전략을 선택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면서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꾸준히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기술의 축적과 사업의 개선 방향을 잘 파악한 기반 위에서 사회의 새로운 요구 변화에 맞게 기존의 기술이나 사업의 새로운 결합, 그리고 혁신에 관한 아이디어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약력: 1963년 일본 도쿄 출생. 1985년 일본 호세이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고려대 경제학 석사. 1988년 LG경제연구원 입사,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수석연구위원 및 재팬 인사이트 편집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