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앱스토어(App Store) 열풍

‘앱스토어(App Store)’는 애플이 운영하고 있는 오픈 소프트웨어 마켓이다. 정확히는 ‘아이팟 터치 및 아이폰용 응용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다. 아이폰 3G가 발표되기 전인 2008년 7월 10일부터 아이튠즈의 업데이트 형태로 서비스가 시작됐다. 지난 2009년 1월 17일 앱스토어의 다운로드 횟수는 5억 회를 돌파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석 달 후 앱스토어의 다운로드 횟수는 10억 회를 넘어섰다.앱스토어의 성공은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의 히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현재 정보기술(IT) 산업의 흐름, 개개인의 미디어화, 그리고 무선 인터넷 시장의 활성화 등으로 미루어 본다면 절대 일시적인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앱스토어, 혹은 이와 유사한 소프트웨어 오픈마켓은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앱스토어의 이러한 성공을 견제하는 유수의 기업들은 ‘포스트 앱스토어’를 외치며 소프트웨어 오픈마켓을 열고 있다. 먼저 구글은 T-모바일(T-mobile) G1폰을 통해 ‘안드로이드 마켓 플레이스’를 열었다.구글에 이어 리서치인모션(RIM)도 블랙베리 앱 월드(BlackBerry App World)를 공개했다. 앱 월드는 블랙베리용 애플리케이션의 집중 판매를 염두에 두고 있다. RIM은 블랙베리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활용해 부가적인 수입을 올리고 유저 편의성을 높이면서 결과적으로는 제2의 앱스토어로 나아가길 꿈꾸고 있다.그리고 애플의 강력한 호적수인 마이크로소프트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윈도 마켓플레이스(Windows Marketplace)를 야심차게 내놓았다.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소프트웨어 오픈마켓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것은 개인 개발자들이었다. 개발력을 갖춘 개인 개발자들의 앱스토어가 오픈됨과 동시에 기발한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내놓았고 이 중에서는 상당한 수익을 올린 개발자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변해준 씨 팀이 만든 아이팟·아이폰용 게임 ‘헤비 매크(Heavy Mach)’는 앱스토어 게임 순위 5위에 오르며 한 달여 만에 10만 달러 이상의 순수익을 거뒀다.다음으로 움직인 것은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었다. 특히 게임빌의 경우 2006년 3월 미국 지사인 게임빌USA를 설립 운영하면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게임빌은 2008년 12월 앱스토어에 ‘베이스볼 슈퍼스타 2009’를 출시해 높은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최고 기록은 앱스토어 유료 게임 순위 8위), 최근 5월에 ‘제노니아(ZENONIA)’를 선보여 출시 2일 만에 3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또한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에도 지난 4월 ‘베이스볼 슈퍼스타 2009’를 출시해 유료 게임 순위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게임빌은 블랙베리의 앱 월드에도 지난 4월 자사의 인기 게임을 출시한 바 있다. 컴투스 역시 ‘아이게임팩: 세븐 포원’과 ‘레전드 오브 피노어(Legend of Feanor)’ 등 다양한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판매 중이다.게임 산업 다음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개발자 및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앱스토어 사업 정책 발표회’를 개최해 세부 전략 및 정책과 함께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무료로 배포했다.SK텔레콤은 개발자들이 회원 등록 및 연회비 입금 후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으며 콘텐츠 판매 가격은 개발자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이용자들은 콘텐츠 구매 시 신용카드 결제나 휴대전화 요금 합산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애플 앱스토어의 장점을 벤치마킹했다.소프트웨어 심의 역시 애플의 방식을 답습하지만 외국과는 적용 법규가 다른 게임에 대해서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하는 등 그 과정을 달리할 계획이다. 한편 앱스토어를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등록 시 유해성 여부 등 내용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지만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완료한 게임 콘텐츠나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KIBA)의 심의를 받은 콘텐츠에 대해서는 내용 심의 과정을 생략해 검증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일 방침이다.이처럼 SK텔레콤의 한국형 앱스토어는 현재 상당히 구체적인 부분까지 사업 계획이 진행됐으며 전체적으로 애플의 앱스토어와 유사한 모습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6월 말 베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9월께 상용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SK텔레콤에 이어 LG텔레콤과 KT(옛 KTF)도 이와 같은 ‘한국형 앱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서는 폐쇄적인 전략을 지켜오던 이동통신사들이 앱스토어의 성공을 보고 그 흐름을 바꾸려는 것으로 봐도 좋은 것이다.마지막으로 지난 게임협회 출범식에서 NHN한게임도 앱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알려진 대로 ‘아이두게임’이란 앱스토어로 게임 제작 툴을 사용해 누구나 게임을 손쉽게 만들어 서비스할 수 있는 신개념 게임 오픈마켓이다. 300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게임 포털 한게임에서 누구나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열린 플랫폼’으로 개방한 것이다. 이는 ‘웹2.0’을 온라인 게임 서비스까지 확대해 유저 중심의 자유로운 게임 제작·서비스 환경을 조성하고 혁신적인 게임 개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게임2.0’ 시대를 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NHN한게임의 ‘아이두게임’은 게임의 인기(최고 동시 접속자 수)에 따른 보너스 포인트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이동통신사, 게임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포털 사이트들도 앞 다퉈 ‘한국형 앱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다음이 발 빠른 대처를 보이고 있다. 다음지도를 비롯한 3D 지도 서비스와 TV팟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중이다.한편 단순히 앱스토어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포스트 앱스토어’를 만들겠다고 나선 이들도 있다. 먼저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것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은 지난 2월 영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삼성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오픈했다. 이 소프트웨어 오픈마켓에서는 우선 심비안, 윈도 모바일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하고 있는 중이다.소프트웨어 오픈마켓은 지금까지 없던 수익원이며 레드오션의 무한 경쟁 체제로 불리던 소프트웨어 개발 산업의 정말 오랜만의 ‘블루오션’이라고 할만하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은 업체들이 무작정 앱스토어에 뛰어드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한국형 앱스토어를 이끌고 있는 게임 업체의 경우 게임심의제도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전 심의를 받지 않으면 상품이 될 수 없는 현재의 심의제도하에서는 앱스토어처럼 원활한 소프트 공급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또한 최대 10만 원이나 하는 심의비용 또한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애플의 앱스토어가 국내에 상륙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또한 이동통신사들의 앱스토어는 그 폐쇄성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SK텔레콤의 앱스토어는 어디까지나 ‘SK텔레콤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 그 이상은 아니다. 또한 여타 이통사가 내놓은 청사진 역시 이용자층을 ‘모바일 기기 이용자’가 아닌 ‘자사 통신사 이용자’로 보고 있다. 이런 정책으로는 경쟁 이통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에서 추진 중인 앱스트어와 충돌하게 될 소지도 크기 때문에 그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세계시장을 노린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응용 소프트웨어로 불리며 넓은 의미에서는 운영체제 위에서 실행되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웹브라우저 등이 응용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또는 좁은 의미에서는 OS 위에서 사용자가 직접 사용하게 되는 소프트웨어들을 의미한다.애플 ‘앱스토어’의 성공으로 거대 IT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오픈마켓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삼성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위)’와 ‘블랙베리 앱 월드’.국내 업체 게임빌은 앱스토어에 ‘베이스볼 슈퍼스타 2009’를 출시해 유료 게임 순위 8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창근·PC라인 기자 zzadoc@pc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