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의 신화’ 그랜드코리아레저
국내 카지노 산업은 사행 산업으로 분류돼 국무총리 산하 기관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위원장 김성이, 이하 사감위)의 감독을 받고 있다. 현재 경마, 복권, 경륜, 경정, 카지노, 체육 복권 등 6개 산업이 감독을 받고 있다. 사감위의 통계에 따르면 사행 산업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2%에 머무르고 있다. 경마와 복권이 각각 44.8%, 16.3%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원자재 수입 없이 고용을 창출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산업에 대한 국민적 정서는 아직도 ‘도박’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제주에는 8곳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몰려 있다.최근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자 업체 간 출혈경쟁 심화로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국제적 환경도 불안하다. 최근 라스베이거스를 매출로 능가한 마카오가 지리적으로 가깝다. 또한 싱가포르와 일본(도쿄, 오키나와)이 자국의 국부 유출을 막고 카지노 산업을 육성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카지노 업계는 국내외적으로 직면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아시아의 황금 연휴 기간(4월 26일~5월 6일)에 일본 골든 위크, 중국 노동절 연휴, 국내는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이 이어졌다. 이런 황금 연휴 기간에 외화벌이로 24시간 정신없이 근무하는 곳이 있다. 수출 공장이 아닌 흔히 사행 산업이라고 부르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 강남점’이다.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세븐럭’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주)는 이 기간 동안 세븐럭 카지노 3개점(서울강남·밀레니엄서울힐튼·부산롯데)에서 매출 133억8300만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84억6600만 원)보다 58% 늘었다. 특히 서울 강남점은 68억3000만 원을 올려 지난해보다 무려 158%나 증가했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황금 연휴 특수에 힘입어 이달 매출이 약 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말연시 특수로 월 최대 매출(430억9000만 원)을 기록한 지난 1월에 버금가는 실적이다.그랜드코리아레저의 권오남 사장은 올해를 ‘창의 경영’ 원년(元年)으로 선포했다. 권 사장은 선포식에서 “우리가 표방하는 창의에 입각한 경영은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된다”면서 “창의는 변화를 향한 에너지이며 미래를 만들어가는 동력”이라고 창의 경영의 중요성을 밝혔다. 점점 급변하는 글로벌 기업 환경에서 그랜드코리아레저의 경영 체질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회사 경영에 반영하는 창의주니어보드 제도도 창의 경영의 한 사례다. 이런 아이디어를 통해 업무 개선과 직원 개개인의 업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높인다는 것이다.창의 경영과 엔고의 수혜로 1분기에 매출액은 1170억 원(전년 동기 815억 원)으로 43.6% 증가됐으며 올 1분기 목표 매출액 970억 원을 20.7% 초과 달성했다. 1분기 입장객은 30만4526명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4.3% 증가했다.세븐럭 카지노의 올해 목표는 매출 4000억 원에 입장객 100만 명이다. 이를 통해 정부가 올해 세운 외국인 관광객 750만 명 유치, 관광 수입 100억 달러 목표에도 적극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세븐럭 카지노는 개장 원년인 2006년 1291억 원을 시작으로 2007년 2851억 원, 2008년 3633억 원을 올리며 매년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지난해 10월 ‘제35회 관광의 날’ 행사에서 국내 카지노 업계 최초로 외국 관광객 국내 유치 및 외화 획득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3억 달러 관광진흥탑’을 수상한 바 있다.또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2010년까지 49% 공공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올 하반기 주식을 상장한다.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점(왼쪽). 세븐럭 카지노의 올해 목표는 매출 4000억 원에 입장객 100만 명이다. 이를 통해 정부가 올해 세운 외국인 관광객 750만 명 유치, 관광 수입 100억 달러 목표에도 적극 기여한다는 계획이다.최근 그랜드코리아레저는 무역과 관광이 결합된 전시 컨벤션 산업 및 카지노와 무역, 그리고 의료 관광이 융합된 상품 개발에 나서면서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변화의 핵심은 T&T(Travel & Trade) 전략이다. 융합으로 TNT와 같은 폭발력을 내자는 의미다. 말 그대로 관광과 무역을 융합한 공동 마케팅 기법과 전략적 제휴로 이뤄지는 ‘하이브리드 마케팅’인 셈이다.이미 미국 등에서 컨벤션과 카지노가 결합했듯이 관광과 무역의 융합, 다양한 테마 관광의 공동 마케팅이 경제 위기를 극복할 활로의 하나로 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는 카지노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컨벤션, 쇼핑, 관광이 융합된 지 오래다.이 ‘T&T 전략’의 핵심은 ‘비즈니스 카지노’다. 카지노와 무역, 의료를 연계한 사업이 ‘고부가 서비스산업’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세븐럭 카지노를 한국 관광의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그동안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오래전부터 영업·마케팅 기법인 콤프(Comp·Complimentary의 약어)를 시행해 왔다. 콤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카지노 영업 준칙에도 나오는 카지노 특유의 마케팅 기법이다. 가령 카지노에선 고객의 그레이드에 따라 식음료 항공권 숙박료를 무료로 제공한다.그런데 그랜드코리아레저는 ‘T&T 전략’을 앞세워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즉, 카지노와 의료 관광을 연계한 매스 마케팅과 컨벤션 및 전시산업 분야 관련 산학협동 사업 등을 통해 기존 마케팅과 차별화한다는 것이다. 의료·관광·컨벤션·백화점·호텔 등의 사업과 카지노 사업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업계에서 고수한 ‘공짜 마케팅’의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권오남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은 “세븐럭 카지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유관 업계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기법도 진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와 공동 협력 마케팅을 추진해 ‘관광과 무역의 융합’ 확립을 모색하겠다”고 진화하는 ‘세븐럭’의 비전을 밝혔다.전범준 기자 june314@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