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의 다크호스 ‘아더스(Others)’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정보기술(IT)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기회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업체가 있다. 이 업체는 USB 메모리, 마우스 등 작은 IT 액세서리에서부터 MP3 플레이어, 평판 TV, 노트북 PC 등 IT 업계 전반에 걸쳐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업체의 이름은 ‘아더스(Others)’.흔히 ‘기타(또는 기타 등등)’로 표현되는 ‘아더스’는 특정 업체의 이름이 아니라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앞세워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 업체들을 묶어서 지칭하는 말이다. 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 1~3% 미만을 차지하는 업체들을 묶어서 ‘아더스(기타)’로 표현하고 있는데, 불황을 맞아 이들 중소 업체들의 비중이 늘어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대부분 중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들 업체들은 브랜드와 디자인 감수성을 찾아볼 수 없지만 적당한 품질과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각 제품마다 다르지만 브랜드 제품에 비해 가격이 30%에서 70%까지 저렴하다.최근 기타 중소 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세계적인 불황이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불황으로 제품의 브랜드나 디자인보다 ‘가격’이 구입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이들 중소 업체 제품들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그 예로 평판 TV 시장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북미에서 1위는 대만 업체 비지오(21.6%)가 차지했다. 2위는 삼성전자(19.9%), 3위는 소니(16.6%), 4위는 LG전자(10.7%)였다. 하지만 기타(Others)는 21.9%로 1위를 차지한 비지오에 비해 점유율이 높았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중국에 생산 기반을 갖춘 중소기업이다.PC 시장도 상위권에서는 HP, 델 등이 1위를 다투고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대만과 중국 업체들을 합친 점유율은 1위인 HP보다 훨씬 높다. 특히 대만 업체 에이서는 델과 격차를 줄이며 2위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MP3 플레이어의 경우 브랜드 제품과 같은 용량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20%가량 싼 제품들이 수두룩하다. 이 밖에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션 등도 중소 업체 제품들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휴대전화의 경우에는 통신사와 연계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른 제품에 비해 확산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국 내에서는 삼성전자와 노키아 제품과 비슷한 디자인에 가격은 30% 수준에 불과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IT 제품의 신규 수요가 북미·유럽에서 브릭스로 옮겨가 신흥 개발도상국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최근 추세와 연관이 있다. 기존 브랜드 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군에 치중해 있기 때문에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가격이 싼 중소기업 제품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브랜드 업체는 일정 수준으로 시장이 성장하기 전까지 신규 시장을 관망하기 때문에 신흥 개발도상국은 기타 업체들의 영향력이 크다.기타 업체들이 브랜드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이유는 주요 부품이 표준화, 모듈화되는 트렌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메모리,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등 각 제품 핵심 부품이 모듈화되면서 제품 경쟁력이 기술력에서 대규모로 부품을 수급할 수 있는 구매력, 낮은 노동력 등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TV나 모니터를 만드는 중소 업체들은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에서 생산된 LCD 패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브랜드 업체처럼 말끔한 디자인이나 성능을 끌어낼 수 있는 기술력은 없지만 소비자들이 크게 불편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조립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소비자 인식이 ‘값이 좀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구입한 뒤 오래 사용한다’는 것에서 ‘적당한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다가 1~2년 뒤 성능이 좋은 제품을 다시 구입한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제조력에 바탕을 둔 업체들의 경쟁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반면 단순한 IT 제품 제조업체에서 성공해 주류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중소 업체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기타 중소 업체들의 입지가 강화됨에 따라 기존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브랜드 업체들은 다른 회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절대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단순 제조 능력, 낮은 가격으로는 따라올 수 없는 부분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삼성전자는 지난해 TV 외관에 크리스털과 같은 느낌이 나게 하는 ‘터치오브컬러(TOC)’ 디자인을 적용한 신제품을 출시, 글로벌 히트작으로 만들었다. TOC는 두 가지 색의 플라스틱을 맞대 성형하는 이중 사출을 이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제품 색이 다르게 보이게 하는 고난이도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단순 디자인 및 재질을 선택해서는 경쟁 업체와 차별성을 둘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TOC 디자인을 완성했다.삼성전자는 올해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군에도 TOC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블루레이 디스크플레이어, LCD 모니터, 노트북 PC 제품군에도 확대하고 있다.소니는 대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탑재 TV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AMOLED를 적용해 TV를 만들 경우 기존 평판 TV에 비해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AMOLED 가격이 비싸 중소 업체들이 쉽게 뛰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세대교체가 빠르게 일어나는 IT 업계에서 무명의 중소기업들은 마치 게릴라와 같이 치고 빠지는 식의 사업을 진행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브랜드 관리, 홍보 및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량이 적더라도 기존 업체들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 때문에 기타 업체들이 건전한 유통 질서를 흐린다는 업계의 비판도 받고 있다. 브랜드 업체들이 힘들게 일궈놓은 시장에 무임승차한다는 얘기다.전문가들은 기존 IT 업체들은 차별화를 위해 하드웨어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팟을 파는데 그치지 않고 음원 판매 사이트인 아이튠즈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또는 앞서 예를 든 삼성전자나 소니처럼 단기간에 따라올 수 없는 절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수험생과 샐러던트(saladent ←salaried man+student:직장에 다니면서 틈틈이 공부하는 사람)의 필수 품목인 전자사전은 PC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많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기본적인 전자사전 기능에 MP3 플레이는 물론 동영상 재생, 지상파 DMB 수신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무선랜을 지원해 PC처럼 간단한 웹서핑이나 e메일 확인도 가능하다. 아이리버, 에이트리, 샤프전자 등이 전자사전을 판매 중이며 가격은 10만 원대에서 30만 원대다. 단, 너무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은 단어 검색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한 업체가 개발한 ‘깜빡이’ 열풍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어학 학습기는 특정 단어를 화면으로 보여주고 소리 내어 읽어주는 등 반복 학습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인 전자 암기장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단어와 뜻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한 번에 여러 개의 단어를 익힐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영어만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한자 등 다양한 콘텐츠를 탑재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원샷보카, 아인전자, 다크호스 등이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격은 콘텐츠 및 부가 기능에 따라 10만 원에서 30만 원대다.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는 대표적인 학습 기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아이리버, 코원시스템, 유경테크놀로지스 등 주요 업체들은 동영상을 보면서 사전을 검색하거나 자막을 클릭하면 바로 사전으로 연결되는 학습 기능을 적용한 ‘스터디’ 버전을 내놨다. 대부분 전자사전 기능도 제공해 멀티미디어와 학습 모두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PMP는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단어를 검색해야 하기 때문에 단어 검색을 자주 하는 사용자라면 전자사전보다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