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주 투자 전략
세계적 의료·헬스 정보 제공 업체 IMS헬스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제약 시장은 전년 대비 11.2% 성장한 10조8460억 원을 기록, 10조 원 돌파에 성공했다. 전문의약품은 14.5%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일반의약품은 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2002년 31.3%에 달하던 일반의약품 비중은 2008년에 15.6%까지 낮아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 지출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선진국 수준으로의 증가가 예상된다.노인 인구 증가와 만성질환 확대,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등에 따른 의약품 수요의 증가로 국내 제약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 여건은 갖춰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성장성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2008년 건강보험 약품비는 10조30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에 그쳐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성장에 머물렀다.2008년 글로벌 제약 시장은 전년 대비 4.8% 증가에 그쳐 성장률 둔화가 심화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두 자릿수 성장을 구가하던 글로벌 제약 시장은 블록버스터 약물의 잇단 특허 만료와 신약의 상대적 부재로 2000년대 중반 들어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치더니 2008년에는 성장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2008년 상위 15대 품목 중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카피 약)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품목은 2개에 불과하며 앞으로 ‘프레바시드’ ‘리피토’ ‘플라빅스’ 등이 차례대로 제네릭의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제약 시장은 예전의 성장성을 이어가기에도 벅차 보인다.그 결과 최근 글로벌 제약 업계에는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M&A) 및 전략적 제휴가 붐을 이루고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업체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거나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한 사업 다각화를 이루는 등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다케다와 밀레니움, 릴리와 임클론, GSK와 악테리온의 결합은 인수 업체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바이오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노바티스와 애보트가 안과 전문 업체인 알콘과 AMO를 각각 인수한 것은 블록버스터 약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잠재성이 있는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었다.테바의 바르 인수, 다이치산쿄의 란박시 인수, 사노피아벤티스의 젠티바 및 메드레이 인수는 제네릭 업체를 통해 제네릭 부문을 강화하고 특정 시장에 순조롭게 진입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2009년 성사된 3건의 메가 딜은 상상을 초월하는 인수 규모와 초대형 업체 간의 결합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수 업체인 화이자, 머크, 로슈는 미국 처방약 시장에서 1위, 5위, 7위를 차지하고 있고 피인수 업체인 와이어스는 백신 분야에 강점을 지닌 미국 처방약 시장 15위, 쉐링-프라우와 젠테크는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업체이기 때문이다.글로벌 제약 업계는 기존 신약의 특허 만료와 후속 신약의 공백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연간 30여 개의 신물질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더욱 많은 투자를 하고도 연간 20여 개의 신약만이 승인을 받고 있다.이는 2004년 머크의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 리콜 이후 FDA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기도 했지만 웬만한 약물들은 거의 출시돼 새로운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획기적인 신약의 탄생은 구조적으로 점점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현재 글로벌 처방 의약품의 8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케미컬 드러그는 오리지널 품목의 특허 만료와 감소하고 있는 신약으로 인해 향후 성장성이 정체돼 비중도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백신, 항체의약품, 단백질 의약품 등 바이오 의약품은 치료보다 예방을 중시하는 풍토 확산,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맞춤 치료제의 확대, 환자의 편의성을 높인 제품의 출시 등으로 인해 높은 성장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화학적인 합성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케미컬 드러그와 달리 바이오 의약품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나 세포 배양 기술을 이용해 생산되는 치료용 호르몬이나 단백질이다. 1980년대 초 재조합 인슐린이 최초의 바이오 의약품으로 출시된 후 인성장호르몬, EPO 등 1세대 천연형 단백질 의약품을 거쳐 아미노산 치환이나 폴리머 수식 등을 통해 체내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며 지속 효과를 낼 수 있는 2세대 개량형 제품들이 개발돼 출시되고 있다.면역세포와 무한 증식이 가능한 암세포의 융합을 통해 질병에 대해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항체의약품이 현재 바이오 의약품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데 ‘휴미라’, ‘레미케이드’ 등이 여기에 속한다.향후 기술이 발전하면 현재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경구용 바이오 의약품이나 유전자 및 줄기세포 등을 이용하는 유전자 치료제와 세포 치료제도 선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미컬 드러그의 제네릭 경쟁은 현재진행형이지만 바이오 의약품은 2012년부터 거대 품목의 특허 만료로 인해 본격적인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 약품)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바이오시밀러는 크고 복잡한 단백질을 다뤄야 하기에 일반 화학 합성 과정의 케미컬 제네릭보다 고도의 공정 기술을 필요로 하며 배양 기술에 따른 수율 차이로 원가 경쟁력이 결정되기 때문에 생산 설비도 바이오시밀러 성공의 중요한 요소다. 국내에서도 인성장호르몬, EPO 등 1세대 품목에 대한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상황이며 LG생명과학은 2세대인 서방형 인성장호르몬까지 제품화에 성공했다.글로벌 제약 업계에는 생존을 위한 M&A 및 전략적 제휴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특별한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 업계에 제네릭 위주의 영세 업체가 많아 신약 파이프라인, 품목, 생산 설비, 영업력 등 M&A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최근 들어 대규모 생산 설비 구축에 소요되는 자금이 많아 유한양행을 제외하고는 유동성도 넉넉하지 않아 몸집을 불릴 실탄도 부족한 상황이다.제네릭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국내 제약 업체들에 2009년은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열렸던 제네릭 시장이 너무 커서 기저 효과가 사라지는 2010년에는 국내 자체 매출만으로는 성장성 둔화가 불가피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몸집 불리기도 쉽지 않아 수출 등 해외 비즈니스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현재 상위 업체들이 생산 시설을 선진 수준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제품의 장기 공급 계약도 추진하고 있어 향후에는 시장 규모가 큰 선진 시장으로의 수출 실적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오바마 정부의 의료비 지출 효율화 방안 중 하나가 제네릭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제네릭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대형 제약사의 행위를 단속하는데 있음을 감안하면 제네릭에 상대적으로 강한 국내 업체에 미국 시장 진출의 기회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열려 있는 상황이다. 해외 비즈니스에서는 LG생명과학이 현재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40%를 넘을 정도이며, 간질환 치료제 등 해외 임상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은 원료 의약품 부문에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동아제약은 자가 개발 신약을 바탕으로 완제 의약품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상위 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제품의 장기 공급 계약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을 위한 해외 임상도 늘어나고 있어 국내 제약 업체의 해외 비즈니스는 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최정욱·대신증권 애널리스트 cuchoi@daishin.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