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펀드 비과세 폐지된다

내년부터 해외 펀드 투자 수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5월 20일 “해외 펀드 비과세가 달러를 해외로 내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현재로서는 연장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 재정부 장관도 그동안 실효성이 적은 비과세 제도와 감면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 6월 시행된 해외 주식의 평가 및 매매 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연장되지 않고 올해 말에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환매 대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는 해외 펀드 수익에 세금을 내게 될 경우 투자한 사람들이 상당 부분 환매할 것이라며 비과세 혜택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0조 원이 넘는 해외 펀드 중 상당수 자금은 비과세 혜택에 끌려 투자된 것이라며 이들 자금의 이탈로 혼란이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해외 펀드 비과세는 2007년 6월에 도입됐다. 정부는 당시 원·달러 환율이 900원까지 떨어지는(원화가치 상승) 등 환율시장이 불안하자 이를 안정시킬 목적으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200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을 도입했다.해외 펀드는 주로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 투자하는데, 투자가 늘어나면 달러 매입 수요도 증가해 환율 안정(과도한 하락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로서도 당시 세계증시가 활황이어서 해외 펀드에 투자할 경우 자본 차익에다 세금 혜택까지 누릴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해외 펀드 투자액은 19조3175억 원에서 현재 54조7549억 원으로 불어났다.하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해외 펀드가 환 헤지 형태로 투자되면서 달러 매입 수요만큼 미리 매도 헤지를 걸어 놓아 실제 환율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미미했다”며 “오히려 세계 주식시장 급락으로 펀드 자산이 대규모 손실을 보면서 국가 전체적으로는 대외 부채만 늘어나는 꼴이 돼 결과적으로 역효과만 나타났다”고 말했다.부작용도 있다. 해외 주식시장이 좋으면 비과세 혜택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해외 주식시장이 좋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특히 환율이 급등해 환차익이 생기면 비과세가 오히려 투자자에게 독이 된다. 해외 주식에 대해 비과세하면 주식에서 난 손실을 세금이 부과되는 다른 이익과 상계(相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해외 펀드 비과세는 이익과 손실을 과세 대상 금액으로 잡지 않는 것”이라며 “환차익은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해외 주식 손실과 환차익은 상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 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비과세 혜택을 연말로 끝내겠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방침이다.비과세 혜택 폐지로 해외 펀드 시장에는 당장 환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최소한 6조 원 이상의 환매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비과세가 도입된 2007년 6월 이후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의 지역에 투자된 자금은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지만 향후 시장 전망이 밝아 환매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며 “하지만 그 외 지역에 투자된 자금 10조 원 가운데 중·장기 투자로 분류되는 적립식 펀드 투자분(43%)을 제외하면 당장 연말까지 환매 우려가 있는 펀드 규모만 6조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초에 만기가 몰린 해외 펀드 투자자들의 경우 환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올 연말 비과세 조치가 끝나면 내년 초부터는 과세 기준가가 2009년 12월 31일의 주가로 정해진다. 내년 초 세계증시가 올라 펀드 기준가가 연말 시점보다 높아지면 비록 원금 손실이 났더라도 만기 때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3~5년간 환매가 금지된 베트남 펀드 가입자들은 연말까지 환매도 불가능해 손실에 세금 폭탄까지 맞을 것으로 보인다.한편 해외 펀드 투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없애기로 함에 따라 그동안 해외 펀드 환차익 과세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자연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만 세금을 내는 시점을 현재 매년 말 펀드 결산 시점으로 단일화하고 있지만 앞으로 ‘매년 결산 때’와 ‘환매 때’ 두 가지 중 투자자가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