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
어느 순간부터 빨간색 열매 3개를 묶은 ‘사랑의 열매’를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연말연시면 대통령에서부터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까지 ‘사랑의 열매’ 배지를 가슴에 달고 나온다. 바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캠페인 상징물이다. 3개의 빨간 열매는 나·가족·이웃을 상징하며 열매의 빨간색은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진 줄기는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야산에 자생하는 산열매를 형상화했다.사회복지공동모금회(공동모금회)는 1998년 11월 설립됐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전문적으로 모금 캠페인을 펼치고 모금된 자원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공동모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동모금회 역시 설립 후 나눔 문화 확산을 통해 아동·청소년, 장애인, 노인, 여성 가족, 지역사회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족의 손길처럼 따뜻한 나눔의 마음을 전함으로써 행복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설립 첫 해 213억 원을 모금했고 지난해 는 이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2702억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 최대 모금기관으로 성장한 공동모금회는 어려워진 경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민간 복지 자원 확보와 급격한 빈곤층 증가에 따른 사회 안전망의 붕괴를 막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나눔의 가치를 알리고 ‘희망’을 전하는 일에 주력한다.특히 지난해 말과 올 초 개최한 ‘희망 2009 나눔 캠페인’에는 어려울 때일수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나선 시민과 기업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캠페인에는 모두 850만 명의 시민과 3100여 개의 기업이 참여했다. 또한 전국 60만 명의 공무원들이 나선 공공부문 합동 모금은 공동모금회를 통해 소외 계층과 취약한 사회복지 시설을 지원하는데 큰 보탬이 됐다.지난 3월 중순 하나은행 초대 행장과 우리금융 초대 회장을 지낸 금융계의 ‘거물’ 윤병철 한국FPSB 회장이 공동모금회 회장으로 추대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강영훈 전 총리가 초대 회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김성수 회장, 한승헌 회장, 김용준 회장, 이세중 회장이 차례로 공동모금회를 맡은 바 있다. 공동모금회 이사회는 “윤병철 회장은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 2007년부터 공동모금회 이사로 선임돼 모금분과위원장과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대한 이해가 높고 나눔 문화와 사회복지 발전에 적합한 분이라 제6대 회장으로 모시게 됐다”고 밝혔다.공동모금회는 한 해 평균 1만여 사회복지기관과 단체, 400만 명의 개인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사회 안정망을 조금 더 촘촘히 엮어가는 역할을 한다. 공동모금회는 2010년 2월까지 16개 시도지회를 통해 ‘2009 행복 나눔’ 캠페인을 연중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총배분액 3178억 원 가운데 1567억 원을 소외 계층의 생계 주거 교육 의료 등에 지원한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 위기 가정과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이다. 생계비, 무료 급식, 부식비, 생활용품, 난방비 등 생계 복지에 1097억 원, 주거비, 주거 환경 개선, 시설 신축, 시설 개·보수 등 주거복지에 157억 원, 저소득 가정 학비 지원 등 교육 복지에 94억 원, 긴급 의료, 난치병 의료비 지원 등 의료 복지에 219억 원을 지원한다. 공동모금회는 소외 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2007년 1316억 원, 2008년 1549억 원, 2009년 1567억 원 등 매년 지원 규모를 늘려오고 있다.이 밖에 아동·청소년, 장애인, 노인, 여성 가족, 지역 복지를 위해 1611억 원 규모의 민간 복지 사업을 지원한다. 세부적으로는 △7세 이하 저소득층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성장과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보호·양육 등 통합복지서비스(‘시소와 그네’) △장애인을 위한 정보화 기기 및 자립 지원 △국제결혼 증가로 급증하고 있는 다문화 가족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한글 교육 및 정서 지원 프로그램 △복지 인프라가 취약한 농어촌 지역에 소규모 다목적 복지거점센터를 구축해 노인들을 지원하는 행복 더하기 △보다 근본적이고 빠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등이 있다.공동모금회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빈곤 계층을 발굴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취약 계층에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사회복지기관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인력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와 소외 계층 삶의 질을 높이는 민간복지 사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공동모금회는 일상 속에서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기부 방법을 개발해 나눔 문화 활성화도 주도한다. 2006년 10월 12일 ‘나눔의 날’을 제정했고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 나눔의 의미를 가르치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눔 교육을 실시한다. 성숙한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매월 월급에서 일정액을 정기 기부하는 ‘한사랑나눔 캠페인’과 소비가 기부로 이어지는 공익 연계 상품, 물품으로 기부하는 ‘행복상자 캠페인’ 등 누구나 손쉽게 나눔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고 있다.공동모금회는 개인 고액 기부 활성화를 위해 ‘아너 소사이어티’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업별 특성에 맞춘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한다. 또한 효과적이고 투명한 사업 관리를 통해 나눔의 결과가 보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성실한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공동모금회는 ‘토크빌 소사이어티’라는 고액 기부자 클럽을 198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2만 명의 기부자들이 이 클럽을 통해 연간 5000억 원을 기부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지난 2007년 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고액 개인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를 만들었다. 현재 1억 원 이상을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기부자는 모두 30명이다. 이 가운데 실명을 공개한 공식 회원은 9명이다. 남한봉 유닉스 코리아 대표, 류시문 한맥기업 회장, 정석태 진성토건 회장, 우재혁 경북타일 대표, 최신원 SKC 회장,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박조신 아름방송 회장, 박순용 인천 폐차사업소 회장, 홍명보 홍명보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나머지 회원들은 실명 노출을 꺼리는 1억 원 이상 기부자들이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활동하지 않지만 모금회 내부 행사 및 보고회에 정기적으로 참석한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