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TNV어드바이저·TFA센터 동부증권 공동기획

“금리가 싼 엔화 대출로 주택 담보대출을 더 받아 전세 끼고 중대형 아파트를 사면 괜찮을까요?” 2년 전 재무 상담을 신청해 온 분의 첫 질문이었다. 용인 지역에 거주하며 1년 뒤 퇴직을 앞두고 있었고 직장 다니는 자녀 둘이 있는 부부였다. 당시 신분당선이 개통될 것이라는 호재와 3%에 불과한 엔화 금리의 기회만 믿고 투자하기엔 위험 요인이 많다고 지적하고 적극 만류했었다. 그 뒤 2년이 흘렀다. 800원대였던 엔화 환율은 1600원으로 급등했고, 해당 지역 아파트는 거의 반 토막 난 상황까지 갔다. 퇴직을 앞두고 막연한 불안감에 잘해 보려던 이 부부가 원래 목적인 노후 준비에 충실하지 않고 ‘살 집’이 아닌 곳에 투자했더라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지난 2년여간 갑자기 닥친 세계금융 위기로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아이러니하게도 미국발 세계금융 위기를 키운 주범인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는 원래 주택 담보대출의 신용 위험을 분산하는 목적의 상품이었다. 그러나 A등급 담보채권에 대한 기대감, 미국 주택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장밋빛 전망 속에 파생상품이 은행들의 투기 수단이 되고 결국은 전 세계 금융시장을 집어삼킨 요물이 된 것이다. 작년 국내 제조업체들의 키코(KIKO: Knock-In, Knock-Out) 사태 역시 환 위험을 관리하는 파생상품을 투기적으로 잘못 판매, 취급했던 결과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업체에 이익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손실이 곱절로 늘어나는 쓰라린 경우였다. 이는 곧, 본연에 충실하지 않고 적정선을 지키지 않았던 ‘머니게임’의 혹독한 결과였던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필자는 재무상담사이기에 보수적일 수 있다. 예측하고 전망하기보다 한 사람, 한 가정이 겪을 재무적인 위험을 찾아내고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도록 돕는 것이 재무상담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합리적이라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시장’이 실패의 경험을 겪었듯, 인생에도 예측 불가능한 변수는 있게 마련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나앉게 된 미국의 가정 중 상당수가 중산층, 맞벌이 부부였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가정의 안정적인 재무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돼선 안될 돈이 투자되는 것은 ‘투기’에 불과하다. 재무 목표와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한 재무관리가 재테크에 우선돼야 한다.향후 부동산 가격이 다소 등락하더라도 내 집 마련의 목적이라면 ‘실수요’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대출금리가 재차 상승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각 가정의 상황을 잘 고려해야 할 것이다.금융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막연한 돈 불리기보다 미래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합리적인 그림을 그려보자. 수익률만을 쫓는 ‘유행’이나 ‘타이밍’에 쫓겨 조바심 낼 이유가 없다. 수많은 금융 위기를 겪지만 경제성장과 기업의 이익을 반영하며 주식은 우상향하듯 합리적인 자산 배분과 목표를 갖는 장기 투자는 분명 성공한다. ‘모 아니면 도’ 식의 투기나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제로섬 게임(Zero-sum)의 수많은 재테크 방법보다 나을 수 있다.배의 항로를 정하고 무게중심을 잡아 항해하듯 개개인의 투자와 자산 배분, 삶의 그림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가정에 충실하고 서로의 소중한 ‘가치’와 삶의 우선순위에 관심을 갖는 합리적인 투자를 준비하자. 재테크의 최선은 아니어도 행복한 가정을 위한 지혜로운 해법은 분명 ‘우리’ 안에 있을 수 있다.안타깝게도 최근 환율 변동성에 기대 외환투자(선물)가 또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몇 백만 원 증거금에 수천만 원을 거래하는 것은 분명 투기다. 주변에도 아직까지 근무시간에 주식과 선물 옵션 계좌를 드나들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직장인이 많다. 경제 위기 속에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불안감을 십분 이해하지만 길게 보면 각자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큰 ‘재테크’다.금융 위기를 통해 얻는 뼈아픈 경험과 반성으로 이제, 긴 호흡으로 본연(本然)에 충실할 때다.박상훈·TNV 어드바이저 fxpark@tnvadviso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