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조사 - 여성 경영인 라이프스타일

일시: 2009년 5월 7~8일대상: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원 166명내용: 여성 경영인 라이프스타일 관련 40항목설문 및 분석: 한경비즈니스한국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산다는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다. 가정과 일 사이에서 남몰래 눈물 흘리고, 좁디좁은 기회의 문을 열기 위해 온갖 고난을 헤쳐 가야 한다. 꺾이지 않는 용기와 섬세함으로 오늘도 성공을 향해 뛰는 한국의 여성 CEO,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한경비즈니스가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이들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설문 결과 나타난 평균적인 한국 여성 CEO의 모습은 대략 이렇다. ‘올해 54세로 2.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자아실현을 위해 창업해 15년째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회사는 평균적으로 임직원 21명에 10억 원 미만의 매출을 올리는 정도다. 최근 금융 위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최고 골칫거리다. 퇴근 후 술자리를 거의 하지 않고 시간이 날 때마다 자기 계발을 위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가족을 위해 쓰는 시간은 하루 1시간도 못된다. 하지만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역시 남편이다.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은 뭐니 뭐니 해도 부동산. 노후 대비에도 아직은 부동산만 한 게 없다. 매일 일에 쫓기다 보니 여윳돈이 생기면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이번 설문 조사는 여경협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지난 5월 7일부터 8일까지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09년 상반기 전국 여성CEO 경영연수’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40개 항목의 설문지를 돌렸다. 첨석자 중 166명이 설문에 응했다. 한경비즈니스는 지난 2007년에도 여경협 회원을 대상으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바 있다. 2년 동안의 변화상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설문에 답한 여성 CEO의 평균 나이는 54세다. 50대가 53.8%, 40대가 29.5%, 60대 12.8%, 30대 3.8% 순이다. 학력은 대졸 이상이 60% 가까이를 차지했다. 여성 CEO의 평균 자녀 수는 2.3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1.19명에 불과했던 것에 견줘 매우 높은 수치다.기업체의 업종 분포는 2년 전과 비교해 큰 변화를 보여준다. 큰 흐름은 제조업의 부활과 도·소매 유통업의 감소로 요약된다. 2007년 1위였던 도·소매 유통업은 26.0%에서 16.9%로 9.1% 포인트 하락하며 2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제조업은 24.0%에서 38.5%로 비중이 무려 14.5% 포인트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제조업 이외에도 서비스(14.0%→14.6%), 음식업(2.0%→2.3%), 교육(2.0%→7.5%) 분야 비중이 늘어났다. 반면 도·소매 유통업과 패션(4.0%→1.4%)은 감소했다.여성 CEO들은 주로 직접 창업을 통해 경영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을 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67.1%가 창업이라고 답했다. 기존 사업체를 인수(13.8%)하거나 가업을 승계(10.8%)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문 경영인으로 기업 경영에 나섰다는 응답은 5.4%, 기타 3.0%였다.과연 이들이 창업에 나선 동기는 무엇일까. 응답자 46.0%가 창업 동기로 자아실현을 꼽았다. 반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창업한 경우는 34.5%에 불과했다. 돈보다는 성취동기가 우선이라는 의미다. 생계(13.8%), 직장생활의 어려움(5.2%), 취업의 어려움(0.6%) 때문에 창업했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성취동기를 가장 중시하지만 2년 전 조사와 비교하면 답변 비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자아실현을 위해 창업했다는 응답자는 2007년 64%에서 올해 46.0%로 하락했다. 반면 생계 때문에 창업했다는 응답은 2007년 9%에서 올해 13.8%로 늘어났다. 2년 전에 비해 경제 환경과 기업 환경이 한층 터프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기업 경영 연수는 평균 15년으로 나타났다. 5~10년이 33.1%, 15~20년 15.3%, 5년 이하 12.9%, 25~30년 12.3%, 10~15년 11.7%, 20~25% 9.8% 순이다. 30년 이상 경영을 해 왔다는 여성 CEO도 4.8%나 됐다. 평균 임직원 수는 21명으로 소규모 기업이 대부분이다. 임직원이 100명 이상인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매출 규모 역시 마찬가지다. 연간 매출액 1억~10억 원이 39.1%를 차지했다. 10억~30억 원 28.0%, 30억~50억 원 9.9%, 1억 원 미만 8.7%, 50억~100억 원 8.1%, 100억 원 이상 6.2% 순이다.기업 경영에서 겪는 애로 사항은 일반 남성 CEO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자금 조달이 가장 큰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여성 CEO 28.2%가 애로 사항 1순위로 자금 조달을 꼽았다. 이는 2007년 25%에서 3.2%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 밖에도 판로 개척(20.3%), 임직원 관리(15.9%), 상거래 관행(10.6%), 가사와 병행(9.7%), 구인(7.5%), 지역 공단 인프라(2.6%)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로 개척을 애로 사항으로 꼽은 여성 CEO는 2007년 42%에서 올해 20.3%로 크게 줄었는데 이는 올해 조사에서 구인, 상거래 관행, 지역 공단 인프라 등 답변 항목을 세분화한 때문으로 풀이된다.출퇴근 시간에서 특별한 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여성 CEO들은 8시 30분~9시 출근(23.5%)해 6시~6시 30분(21.0%) 퇴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간 근무 일수는 6일 근무(48.6%)가 가장 많았다. 주5일 근무는 대다수 여성 CEO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것이다. 주5일 근무 36.4%, 주4일 근무는 4.7%를 차지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1주일 내내 일한다는 응답자도 8.4%나 됐다. 하지만 여성 CEO 절반 이상은 야근을 하지 않고(50.5%) 저녁 술자리도 하지 않는다(54.9%). 일과 가정을 함께 챙겨야 하는 여성 CEO의 숙명이다.성공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계발도 필수다. 여성 CEO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기 계발 수단은 바로 책읽기(27.6%)다. 대학원 등 상급학교 진학(18.7%), 스터디 모임(17.2%), 어학 공부(9.7%), 자격증 취득(6.7%)도 인기가 있다. 반면 자기 계발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11.2%나 됐다.여성 CEO는 회사에서는 ‘사장’이지만 집에서는 ‘아내’이자 ‘어머니’ 몫도 해내야 한다. 일과 가정을 조화시키는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여성 CEO들이 남편과 자녀를 위해 쏟는 시간은 많아야 하루 1시간이다. 대화를 포함해 배우자를 위해 보내는 시간을 묻는 질문에 1시간 이내(28.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2시간 이내 20.7%, 3시간 이내 10.7%, 30분 이내 8.7%, 4시간 이내 6.0%, 6시간 이상 5.3%, 5시간 이내 2.0%, 6시간 이내 0.7%, 기타 8.0% 등이며 거의 없다는 응답도 10.0%에 달했다. 자녀를 위해 보내는 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1시간 이내 27.5%, 2시간 이내 20.1%, 30분 이내 16.1%, 3시간 이내 10.7%, 4시간 이내 3.4%, 5시간 이내 2.0%, 6시간 이내 1.3%, 기타 8.1%, 거의 없음 10.7% 등이다.가정 내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자녀 문제다. 응답자 34.1%가 자녀 문제를 최대 고민거리로 꼽았다. 이어 사업(15.9%), 금전(14.3%), 부부관계(9.5%), 부모 공양(5.6%), 기타(2.4%) 순이었다. 가정 내 고민거리가 없다는 여성 CEO도 18.3%였다. 여사장들도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방법은 평범하다. 가장 애용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찜질방과 수다(친구와의 대화), 운동이다. 찜질방, 친구와의 대화가 각각 17.4%, 운동 16.1%, 독서·영화 등 문화생활(13.6%), 잠자기(9.5%), TV(8.3%), 술 마시기(6.6%), 맛있는 음식(3.3%), 기타(7.9%) 등이다.여성 CEO들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남편이다. 누구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느냐는 물음에 44.4%가 남편(배우자)을 꼽았다. 고민 상담사로 친구를 든 응답은 18.5%로 예상보다 낮았고 자녀 12.9%, 형제자매 3.9%, 직장 동료 3.4%, 부모 1.1%, 기타 2.2%다. 고민을 남에게 털어놓지 않고 혼자 해결한다는 응답도 13.5%에 달했다.여성 CEO는 항상 종종걸음을 친다. 그러다 보니 운동할 여유도 없다. 응답자 21.1%가 1주일에 한 번도 운동을 하지 않는다. 주2회 운동한다는 응답은 19.3%, 주1회 18.0%, 주3회 14.3%, 주4회 10.6%, 주5회 8.7% 등이다. 평균 운동 시간은 절반 이상이 1시간 이내였다. 여사장들이 가장 자주하는 운동은 골프(28.35)다. 사무실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스트레칭과 등산이 각각 19.8%로 그 뒤를 잇는다. 이 밖에도 조깅(9.7%)과 헬스(6.3%), 수영(5.5%), 요가(3.4%), 댄스(2.1%)도 인기가 있다.여성 CEO들은 한 달 평균 300만~500만 원을 벌어 100만~200만 원을 저축한다. 저축하고 남은 수입 가운데 70만~100만 원을 본인 용돈으로 쓴다. 가정경제의 주도권은 물론 본인(65.9%)이 쥐고 있다.설문에 응한 여성 CEO 35%는 월급 등을 모두 합한 월평균 수입이 300만~500만 원이라고 답했다. 이어 700만~1000만 원 16.1%, 200만~300만 원 13.9%, 500만~700만 원 11.7%, 1000만~2000만 원 10.9%, 100만~200만 원 4.4%, 2000만 원 이상 4.4%, 100만 원 이내 2.2% 순이었다. 수입이 거의 없다는 여성 CEO도 1.5%였다. 월평균 저축액은 100만~200만 원이 28.6%로 가장 많았다. 50만~100만 원, 200만~300만 원도 각각 18.6%를 차지했다. 이어 300만~500만 원 10.0%, 500만~700만 원 5.7%, 50만 원 이하 5.0%, 700만~1000만 원 2.1%, 1000만~2000만 원 1.4%, 2000만 원 이상 1.4%, 거의 없음 8.6% 등이었다.가장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은 단연 부동산이다. 복수 응답을 허용하고 주로 활용하는 재테크 방법을 물은 결과 예금 28.8%, 부동산 21.3%, 보험 17.9%, 펀드 11.7%, 주식 5.8%, 기타 0.8%로 나타났다. 2007년과 비교해 펀드 비율 급락(37.0%→11.7%)이 두드러진다. 2007년만 해도 펀드는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 금융 위기로 펀드 거품이 꺼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2년 전보다 인기가 치솟은 것은 부동산(8.0%→21.3%)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테크 수단을 묻는 항목에 대한 설문 결과는 부동산의 위력을 한층 뚜렷하게 보여준다. 여성 CEO 33.3%가 부동산 비중이 가장 높다고 답했다. 노후 대비 수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노후 대비 수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부동산(25.0%)이다. 상당수 여성 CEO들은 노후를 대비해 부동산을 장만해 놓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외에도 보험(19.0%)과 예금(16.5%), 개인연금(16.5%), 국민연금(12.5%), 퇴직연금(3.5%), 주식(1.5%) 등이 비중이 큰 노후 대비 수단으로 꼽혔다.여성 CEO 18.8%가 용돈으로 월 70만~100만 원을 쓴다. 그나마 용돈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주로 인맥 관리(32.4%)와 자기 계발(23.8%)을 위해 용돈을 쓴다. 2007년과 비교해 인맥 관리(30%→32.4%) 비중은 늘고, 자기 계발(36%→23.8%) 비중은 줄었다. 하지만 여성 CEO들도 때로 자유로운 탈출을 꿈꾼다. 40.9%가 여윳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어 부채 상환 27.8%, 저축 17.6%, 자녀 선물 4.5%, 패션 3.4%, 자동차 구입 2.3%, 기타 3.4% 순이었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