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지난 5월 6일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의 또다른 이름은 ‘만능통장’이다. 출시된 지 6일 만에 가입자 수 300만 명을 돌파했다.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신규 수요(600만 명)의 절반을 이미 채운 셈이다. 최단시간 내 최대 가입 금융 상품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이 같은 인기는 기존 청약저축과 청약예금, 청약부금의 기능을 하나로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소득공제 대상인 청약저축은 가입 대상이 무주택 가구주인 근로자로 제한돼 있으며 청약 가능한 주택도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5㎡ 이하로 한정돼 있다. 반면 주택청약종합저축은 무주택자나 가구주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공공주택은 물론 대형 민영주택 청약도 가능하다.여기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당기는 것은 무주택 가구주라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정부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중에서 무주택 세대주이면서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청약하는 사람에 한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홍보 리플릿에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는 문구를 넣어 홍보 활동에 나서면서 혼선이 발생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하지만 재정부의 이런 행보로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이미 지난 4월 23일 만능청약통장 확정안을 발표하면서 소득공제가 된다고 말한 바 있다.국토부와 재정부 간 시각차는 정책 목표 차이에서 비롯됐다. 국토부는 이번 정책에서 주택 수요자의 청약 기회를 늘리는 동시에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청약저축예·부금을 늘리는 데 목표를 뒀다. 반면 재정부는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무분별한 소득공제가 자칫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가입 이후 당첨된 주택이 국민주택 규모를 초과할 경우에는 이미 받은 감면세액을 추징하기로 했다. 공제한도는 연간 불입금액의 40%(최대 48만원)까지이다.이는 재정부가 향후 청약 주택의 종류에 따라 소득공제 혜택도 제한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만능청약통장 가입자 중 무주택 가구주인 근로자에게만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가입 당시 은행에서 무주택 가구주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가입 이후 대형 주택에 청약하는 사람을 걸러내는 방법은 쉽지 않다. 가입 당시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에만 청약하겠다는 확인서를 받으면 되지만 실제 청약도 국민주택 규모 이하로 했는지 세제 당국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재정부 관계자는 “소득공제 혜택을 누구에게 얼마나 줄지 확정된 것은 없다”며 “연말 세제 개편 때 검토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사태로 재정부의 위상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토부가 소득공제에 대한 내용을 먼저 밝혔던 것은 ‘세제 당국’과 합의도 없이 이 같은 사실을 흘리면 “될 일도 안 된다”는 정서가 팽배했던 과거와 큰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하지만 국토부도 주택청약종합저축의 폭발적인 인기에 마냥 행복해하지는 못하고 있다. 2년 후에 1순위 자격을 얻은 청약 수요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그만큼 내 집 마련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고 당첨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국토부의 선동으로 손해봤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주택에 청약하려면 무주택 가구주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고, 민영주택 역시 청약 가점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특정 지역에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연 4.5%(2년 가입 후)의 높은 금리도 사실상 고정금리나 다름없다. 당장은 유리해 보일 수 있어도 향후 시장 금리가 오르면 실익이 낮아질 수 있다. 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들의 ‘묻지 마 판매’가 향후에 문제가 되면 국토부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박신영·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