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1조95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7개 아시아 국가들이 축적한 전체 외화보유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외화보유액의 36%(혹은 6960억 달러)를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주식과 그 밖의 다른 형태의 금융자산에 투자한 것을 포함해 미 달러화 표시 금융자산을 약 1조5000억 달러 소유하고 있다. 2008년 현재 미국 달러는 중국 인민폐에 비해 10% 이상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중국 투자의 외환 손실만 따져도 그 금액은 엄청나다.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3월 2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을 초국가적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를 대신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IMF가 특별인출권으로 표시된 개방형 펀드(open-ended fund)를 발행,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IMF의 특별인출권은 4개의 주요 통화들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이다. 미국 달러 44%, 유로화 34%, 영국 파운드 11%, 일본 엔화 11%로 구성돼 있다. 특별인출권은 IMF가 회원국들의 거래를 위해 사용하는 회계 단위다. 그러므로 기축통화로서의 특별인출권의 이용은 이론적으로 가능하긴 하지만 저우 총재 제안의 실제 시행을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아시아가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시아는 아시아 내에서 각국의 외화보유액을 재사용(recycling)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아시아 각국이 발행한 국채 및 사채를 거래할 수 있는 채권시장이 필요하다. 아시아 지역 내에 채권시장을 설립한 것은 2003년 8월 ‘아세안+3(동남아시아국가연합+한국 중국 일본)’ 재무장관들이 시작한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 방안(ABMI: Asian Bond Market Initiative)의 중요한 목표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ABMI는 지금까지 별로 진전이 없기 때문에 ‘말은 많았지만 결과는 별로 없는’ 국제 협력으로 묘사되고 있다. ABMI가 실패한 이유로 적어도 네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첫째, 아시아 시장의 정책 입안자들이 채권시장에 관련된 규칙과 규정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실제 시장 운영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우리가 유럽공동체로부터 배운 것처럼 지역적 시장을 위한 필수적이고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둘째, 채권시장 발전을 위해 각국 정부의 역할이 필요 이상으로 강조됐다. 공공 부문에서의 역할은 지역적 채권시장의 활동들을 촉진하는데 아주 많이 강조됐다. 지역 채권 등급 평가 기관, 지역 청산 결제 시스템, 지역 거래 시스템 등의 창설은 이러한 형태의 시장구조가 사적 영역에 머물러 있는 동안 논의돼 왔다.셋째, 기관투자가들을 유치하기 위한 신용 향상 프로그램이 계획되고 실행되지 않았다. 아시아 지역 내의 투자 위험에 대한 염려로 기관투자가들이 아시아 채권시장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은행(bond bank)을 설립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이 채권은행은 아시아 각국이 투자해 만들 수 있다.넷째, ABMI는 투명성의 부족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11개의 동아시아 태평양 중앙은행(EMEAP)들은 아시아 채권 기금 2개를 설립했지만 투자된 전체 액수는 30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이 금액은 아시아 각국이 발행한 국채에 1%밖에 되지 않는 양이다.직설적으로 말해 아시아 외화보유액의 재사용은 불가능한 꿈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아시아 지역 내에 국가적 협력 상태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각국들이 모여서 공동 통화 창설을 위해 어떻게 하면 각국의 화폐 정책과 재정 정책을 조화할 수 있는지 논의할 때가 됐다.성균관대 경영대학장약력: 1942년생. 65년 서울대 법대 졸업.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 금융학 박사. 하와이대 금융부문 석좌교수, 아시아개발은행 상근학자. 국제통화기금(IMF) 초빙학자. 2008년 성균관대 경영대학장, 경영전문대학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