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적자원의 조건

군대를 제대했는데 아무데서도 오라는 데가 없었다. 초등학교는 중퇴했고 중학교는 가정 형편상 갈 수 없었고 자신은 외갓집, 동생은 고모 집, 누이는 가정부를 전전할 정도로 동시대의 부모들 세대처럼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 신문, 중국집 배달 등을 하며 겨우 졸업장을 쥔 게 강경상고(현 용문고) 야간이었다.아무데서도 받아줄 곳이 없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체험한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청소나 해서 먹고 살자’고 결심했다. 남들이 보이는 곳을 위주로 닦는다면 그는 보이지 않는 곳을 더 열심히 닦았다. “변기 안, 창틀 바깥쪽, 건물의 응달진 곳 등 남이 보든 보지 않든 지극 정성으로 일했다. 처음엔 사업이랄 것도 없었다. 직원 2명이 건물 청소나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하도 열심히 하니까 하나 둘 일감이 늘기 시작했다.” 그게 40년이 쌓여 지난해 1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삼구개발 구자관(65) 회장의 창업 당시의 얘기다.그는 5년 전 나이 예순에 고등학교 3학년생들과 똑같은 시험을 거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에 입학해 졸업했다. 또한 그의 나이에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나름의 인생을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그에게선 지금도 청장년층이 보아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긍정과 열정, 그리고 패기와 미래를 느낄 수 있다.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머레이 스미스(56)는 ‘시크릿’의 핵심 저자인 존 아사라프와 함께 전 세계 33개국 3000여 개의 기업을 지원하는 국제적 경영 컨설팅 회사 원코치(one-coach)를 이끌고 있다. 그 또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다. 겨우 전수학교를 졸업한 그의 첫 직업은 도시의 거리에서 30m 지하에 있는 하수도를 청소하는 것이었다. 그 후 프레스로 알루미늄 냄비를 만드는 일을 했고 통신회사 벨에서 수리공으로 일했다.스물네 살에 조그마한 통신회사를 세울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삶에 학교 졸업장이나 성적증명서가 모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직장이든 사업이든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는 삶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실질적이며 실천적으로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1979년 통신회사를 설립하는 것부터 총 13개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할리데이비슨에 버금가는 인디언 모터사이클 회사를 스타일링 회사로 탈바꿈시켜 대박을 터뜨리는가 하면, 기술 관련 회사를 180도 다른 회사로 바꿔 서비스, 소매 유통, 미디어, 소비재 제품, 기술 훈련, 에너지,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오락 등 온갖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회사를 일으켜 성공시켰다.이 두 가지 사례는 우리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청년층은 대기업만 바라보고 장년층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퇴직한 상태로 꿈을 잃고 50대가 넘으면 벌써 삶을 포기하는 단계로 접어드는 세태로 대통령이 인터넷상의 자살 사이트를 걱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러 있다. 최근 강북구 수유동에 사는 28세의 이성일 씨의 기고문이 모 신문사에 실렸다. “나는 실패자다. 적어도 취업에 있어 그렇다. NHN과 다음을 비롯해 지난가을 이후 15곳이 넘는 회사에서 낙방했다. 처음의 열정은 패배감으로 변질됐고 자신감은 체념으로 바뀌었다.” 최근 이 씨와 같이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눈높이를 좀 낮출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 낮은 곳이나 다른 곳을 돌아 볼 필요도 있다.지난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땡큐, 스타벅스’는 명문 예일대를 나와 세계 굴지의 광고회사에서 임원을 맡아 일하다 53세에 해고된 후 10년간 사업 실패와 이혼을 경험한 남자의 얘기다. 살맛을 잃어버린 어느 날, 스타벅스 유니폼을 입은 흑인 여성이 “여기서 일할 생각 있어요?”란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시간제 근로자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으로 이어진다.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한다. 걱정하며, 두려워하고 좌절하는 모습은 스스로에게 퍼붓는 저주다. 다시금 분연히 일어나는 열정적이고 건강한 인적 자원(HR)이 되어보자.약력: 1959년생. 연세대 대학원 졸업. 83년 쌍용그룹 입사. 2002년 위드스탭스홀딩스 대표이사(현). 2006년 HR아웃소싱협의회 회장(현). 2009년 한국 HR서비스 산업협회장(현).